[재심, 그 후]③ 부당한 유죄는 뒤집혀도 부당한 무죄는 ‘그대로’

입력 2021.03.28 (08:03) 수정 2021.03.2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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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부당하게 처벌받으면 재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당하게 처벌을 피하면 재심 못 합니다.
법이 그렇습니다.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기획> '재심과 국가배상, 그 후…'



■ 피해자들 속이 썩어도…'형제복지원장 무죄' 못 뒤집는다

지난 11일,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 한곳에 모여 함께 울분을 토했습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지난 11일
"우리는 또다시 버려졌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분노하고 화가 나는 건데..."

1975년 부랑자를 선도한다며 만들어진 형제복지원. 무고한 이들을 잡아다 12년 동안 강제노역을 시켰고, 성폭행까지 자행됐습니다.

인권을 유린당한 자들은 공식 집계로만 513명. 암매장된 뒤 지금도 찾지 못한 시신이 있을 정도입니다.

당시 형제복지원장 고 박인근 씨는 지난 1989년 횡령 등의 혐의만 유죄를 받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특수 감금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

부랑자 수용이 정부 훈령에 근거했다는 게 판결 취지였는데요. 30년이 지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훈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냈는데 대법원이 이걸 기각했습니다. 다시 살펴볼 수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박 원장에게 선고된 무죄는 유죄로 바뀔 수 없다는 겁니다.


■ '이익재심' 있지만 '불이익재심'은 없다

우리나라는 사건을 다시 심리해 확정판결을 뒤집는 '재심'이라는 제도가 보장돼있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왜 형제복지원의 경우는 그럴 수 없는 걸까요?


우리나라 재심제도는 누명을 쓴 당사자를 구제하는 이른바 '이익재심'만 허락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죄를 짓고도 무죄로 풀려난 자를 다시 심판하는 건 '불이익재심'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엔 이 제도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불이익재심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독일과 영국, 러시아, 스웨덴, 불가리아, 덴마크 등. 유럽 주요국은 대부분 부당하게 처벌을 피한 사람의 죄를 다시 따져 묻는 불이익재심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유불리를 떠나 재심의 본질을 추구하자는 게 이들 국가가 무죄를 유죄로 바꾸는
재심도 허용한 배경입니다.


이전 판결의 오류가 심각할 정도로 사회적 정의에 어긋난다면 다시 단죄하는 게 사법제도를 운용하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실제적 사법 정의'를 보장하기 위해 불이익재심의 합리적인 면을 짚어보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관 기사]
[국가배상 그 후]① “강압 수사에 억울한 옥살이”…국가배상으로 끝?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9316
[국가배상 그 후]② 무죄 받았지만…쉽지 않은 국가배상·형사보상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0511
[국가배상 그 후]③ 부당한 처벌은 재심…‘부당한 석방’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41300
[국가배상 그 후]④ 재심의 요건…바뀌어야 할 점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2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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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심, 그 후]③ 부당한 유죄는 뒤집혀도 부당한 무죄는 ‘그대로’
    • 입력 2021-03-28 08:03:21
    • 수정2021-03-28 08:12:52
    사회
<strong>부당하게 처벌받으면 재심할 수 있습니다.<br />그런데 부당하게 처벌을 피하면 재심 못 합니다.<br />법이 그렇습니다. </strong>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기획> '재심과 국가배상, 그 후…'



■ 피해자들 속이 썩어도…'형제복지원장 무죄' 못 뒤집는다

지난 11일,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 한곳에 모여 함께 울분을 토했습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지난 11일
"우리는 또다시 버려졌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분노하고 화가 나는 건데..."

1975년 부랑자를 선도한다며 만들어진 형제복지원. 무고한 이들을 잡아다 12년 동안 강제노역을 시켰고, 성폭행까지 자행됐습니다.

인권을 유린당한 자들은 공식 집계로만 513명. 암매장된 뒤 지금도 찾지 못한 시신이 있을 정도입니다.

당시 형제복지원장 고 박인근 씨는 지난 1989년 횡령 등의 혐의만 유죄를 받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특수 감금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

부랑자 수용이 정부 훈령에 근거했다는 게 판결 취지였는데요. 30년이 지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훈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냈는데 대법원이 이걸 기각했습니다. 다시 살펴볼 수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박 원장에게 선고된 무죄는 유죄로 바뀔 수 없다는 겁니다.


■ '이익재심' 있지만 '불이익재심'은 없다

우리나라는 사건을 다시 심리해 확정판결을 뒤집는 '재심'이라는 제도가 보장돼있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왜 형제복지원의 경우는 그럴 수 없는 걸까요?


우리나라 재심제도는 누명을 쓴 당사자를 구제하는 이른바 '이익재심'만 허락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죄를 짓고도 무죄로 풀려난 자를 다시 심판하는 건 '불이익재심'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엔 이 제도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불이익재심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독일과 영국, 러시아, 스웨덴, 불가리아, 덴마크 등. 유럽 주요국은 대부분 부당하게 처벌을 피한 사람의 죄를 다시 따져 묻는 불이익재심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유불리를 떠나 재심의 본질을 추구하자는 게 이들 국가가 무죄를 유죄로 바꾸는
재심도 허용한 배경입니다.


이전 판결의 오류가 심각할 정도로 사회적 정의에 어긋난다면 다시 단죄하는 게 사법제도를 운용하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실제적 사법 정의'를 보장하기 위해 불이익재심의 합리적인 면을 짚어보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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