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성관계 감염 첫 확인…미국 비상

입력 2016.02.03 (16:11) 수정 2016.02.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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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의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 양상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모기에 물리는 것이 아니라, 성관계에의해서도 감염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카 바이러스 위험지역에 가서 모기에 물리지 않고도 이제는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젠 모기가 아니라 성관계로 번져

미국 텍사스 주의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방문객과 성관계를 한 한 환자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감염자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의 요청으로 역학 조사를 벌여 확진 판정을 내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기가 아닌 성 접촉으로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그동안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보고됐지만, 바이러스 확산 지역을 방문한 이들이 현지에서 감염된 게 대부분이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전 세계로 확산된 뒤 미국 안에서 전파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커리 톰슨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장은 "지카 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금욕할 수 없다면 성관계 때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감염 예방책"이라고 밝혔다.

사실 의료 전문가들은 성관계를 통한 지카 바이러스의 전염 가능성에 이미 주목해왔다. 남태평양의 섬 타히티에 사는 한 남성의 정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고, 2008년에 지카 바이러스 창궐 지역을 다녀온 미국 콜로라도 주의 한 연구가가 부인에게 성관계로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의료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번지는 지역 내 감염

태국에서도 올 들어 첫 지역 내 감염자가 확인됐다. 연초 대만에 입국한 남성에 이어 또 다시 지역내 감염자가 나오면서 태국내 지카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국 보건당국은 2일 22살의 자국 남성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이 남성이 지난달 24일 발열과 발진, 충혈 등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고 혈액 샘플 테스트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를 치료한 푸미폰 아둔야뎃 병원측은 "환자가 지카 바이러스 발생 지역을 여행한 적이 없으며, 고열, 발진과 함께 눈이 충혈되는 증상을 보였지만, 치료를 받고 완쾌해 이틀 만에 퇴원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감염단계가 지났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태국 보건당국은 확산 우려를 일축하며, 지카 바이러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암누아이 가지나 질병통제국장은 "태국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새로운 질병이 아니다. 2012년에 첫 확진자가 나왔고 이후 해마다 평균 5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공황상태에 빠질 필요도 없다. 태국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유행상황이 발생한 적이 없고, 모든 확진 사례가 일회성으로 종료됐다"고 덧붙였다. 태국 당국은 타이완 입국 과정에서 감염자로 확인된 남성 역시 지난 3개월 동안 태국 북부지역에 머물렀는데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태국내 감염 사례로 분류했다.

원숭이에 물려도 감염

호주에서는 새로운 사례가 나타났다. 카리브해 여행을 마치고 시드니로 돌아온 2명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됐다. 특히 시드니국제공항에서는 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들이 발견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보건부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임신부의 경우 중남미, 멕시코, 카리브 해를 비롯해 남태평양의 사모아와 통가 방문을 늦추라고 조언했다.

호주 전문가들은 지카 바이러스의 호주 내 전파를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취약지로 퀸즐랜드 북부 열대지역을 꼽고 있다. 퀸즐랜드에서는 이미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발견됐다.

한편, 모기가 아닌 원숭이에 물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도 새롭게 보고됐다. 호주의 27세 남성이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 우붓원숭이숲에서 원숭이에게 물리고 7일 후 호주의 한 병원에서 급성 지카바이러스 진단을 받았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일 전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에 공개된 바 있다.

이밖에도 칠레에서도 콜롬비아로 여행을 갔다 온 한 남성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니카라과에서는 2명의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니카라과에서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처음이며, 전체 감염자 수가 15명으로 늘었다.

[연관 기사] ☞ ‘지카 바이러스’ 미국 내 첫 전파…온두라스 ‘비상사태’

WHO는 비상사태..글로벌 대응팀 편성

1일(현지시간) 지카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에도 소두증(小頭症) 유발 요인으로 의심되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며 글로벌 대응팀 편성에 나섰다.

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외부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긴급 위원회를 열어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 이는 2009년 신종플루(H1N1)와 2014년 소아마비,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에 이어 네 번째로 과거에 비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진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 여행경보 대상국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여행경보 대상국가와 지역을 28개로 늘렸다. 아메리칸 사모아(오세아니아), 코스타리카, 네덜란드령 퀴라소, 니카라과(이상 중남미) 등 4개 지역이 추가됐다.

또 최근 발표한 지카 바이러스 확산 흔적 지도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흔적이 있는(과거 또는 현재 감염자가 확인된) 아시아권 국가로 캄보디아,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을 꼽았다.

이대로라면 지카 바이러스에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고 봐야할 지경이다.

지카 주의 인천공항지카 주의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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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카, 성관계 감염 첫 확인…미국 비상
    • 입력 2016-02-03 16:11:55
    • 수정2016-02-03 17:05:29
    취재K
신생아의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 양상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모기에 물리는 것이 아니라, 성관계에의해서도 감염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카 바이러스 위험지역에 가서 모기에 물리지 않고도 이제는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젠 모기가 아니라 성관계로 번져 미국 텍사스 주의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방문객과 성관계를 한 한 환자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감염자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의 요청으로 역학 조사를 벌여 확진 판정을 내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기가 아닌 성 접촉으로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그동안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보고됐지만, 바이러스 확산 지역을 방문한 이들이 현지에서 감염된 게 대부분이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전 세계로 확산된 뒤 미국 안에서 전파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커리 톰슨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장은 "지카 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금욕할 수 없다면 성관계 때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감염 예방책"이라고 밝혔다. 사실 의료 전문가들은 성관계를 통한 지카 바이러스의 전염 가능성에 이미 주목해왔다. 남태평양의 섬 타히티에 사는 한 남성의 정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고, 2008년에 지카 바이러스 창궐 지역을 다녀온 미국 콜로라도 주의 한 연구가가 부인에게 성관계로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의료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번지는 지역 내 감염 태국에서도 올 들어 첫 지역 내 감염자가 확인됐다. 연초 대만에 입국한 남성에 이어 또 다시 지역내 감염자가 나오면서 태국내 지카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국 보건당국은 2일 22살의 자국 남성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이 남성이 지난달 24일 발열과 발진, 충혈 등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고 혈액 샘플 테스트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를 치료한 푸미폰 아둔야뎃 병원측은 "환자가 지카 바이러스 발생 지역을 여행한 적이 없으며, 고열, 발진과 함께 눈이 충혈되는 증상을 보였지만, 치료를 받고 완쾌해 이틀 만에 퇴원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감염단계가 지났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태국 보건당국은 확산 우려를 일축하며, 지카 바이러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암누아이 가지나 질병통제국장은 "태국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새로운 질병이 아니다. 2012년에 첫 확진자가 나왔고 이후 해마다 평균 5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공황상태에 빠질 필요도 없다. 태국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유행상황이 발생한 적이 없고, 모든 확진 사례가 일회성으로 종료됐다"고 덧붙였다. 태국 당국은 타이완 입국 과정에서 감염자로 확인된 남성 역시 지난 3개월 동안 태국 북부지역에 머물렀는데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태국내 감염 사례로 분류했다. 원숭이에 물려도 감염 호주에서는 새로운 사례가 나타났다. 카리브해 여행을 마치고 시드니로 돌아온 2명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됐다. 특히 시드니국제공항에서는 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들이 발견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보건부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임신부의 경우 중남미, 멕시코, 카리브 해를 비롯해 남태평양의 사모아와 통가 방문을 늦추라고 조언했다. 호주 전문가들은 지카 바이러스의 호주 내 전파를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취약지로 퀸즐랜드 북부 열대지역을 꼽고 있다. 퀸즐랜드에서는 이미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발견됐다. 한편, 모기가 아닌 원숭이에 물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도 새롭게 보고됐다. 호주의 27세 남성이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 우붓원숭이숲에서 원숭이에게 물리고 7일 후 호주의 한 병원에서 급성 지카바이러스 진단을 받았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일 전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에 공개된 바 있다. 이밖에도 칠레에서도 콜롬비아로 여행을 갔다 온 한 남성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니카라과에서는 2명의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니카라과에서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처음이며, 전체 감염자 수가 15명으로 늘었다. [연관 기사] ☞ ‘지카 바이러스’ 미국 내 첫 전파…온두라스 ‘비상사태’ WHO는 비상사태..글로벌 대응팀 편성 1일(현지시간) 지카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에도 소두증(小頭症) 유발 요인으로 의심되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며 글로벌 대응팀 편성에 나섰다. 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외부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긴급 위원회를 열어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 이는 2009년 신종플루(H1N1)와 2014년 소아마비,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에 이어 네 번째로 과거에 비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진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 여행경보 대상국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여행경보 대상국가와 지역을 28개로 늘렸다. 아메리칸 사모아(오세아니아), 코스타리카, 네덜란드령 퀴라소, 니카라과(이상 중남미) 등 4개 지역이 추가됐다. 또 최근 발표한 지카 바이러스 확산 흔적 지도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흔적이 있는(과거 또는 현재 감염자가 확인된) 아시아권 국가로 캄보디아,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을 꼽았다. 이대로라면 지카 바이러스에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고 봐야할 지경이다.
지카 주의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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