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사학의 ‘私’생활…‘사학 비리’ 명단 공개

입력 2018.12.08 (07:13) 수정 2018.12.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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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KBS 사학비리 연속 보도

KBS는 지난달부터 '사학 비리'와 관련한 연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15편의 리포트가 방송됐고,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사립 학교법인은 설립자와 재산출연자(학교 운영권 보유자) 일가 또는 측근이 학교 운영과 관련한 전권을 쥔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각종 비리가 잇따르는 등 부조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KBS 사학비리 특별취재팀은 그동안 방송 뉴스를 통해 보도된 내용과 관련 자료 등을 망라했습니다. KBS가 '비리 사학'으로 분류한 학교법인의 명단도 공개합니다.
특별취재팀은 이미 첫 보도 직후 이어진 제보를 취재한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사학 비리와 관련한 추가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 분석 자료와 보도 기준

KBS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확보한 사립학교 감사보고서는 모두 3,300건이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이뤄진 감사의 전체 분량이다. 또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문제 사학 심의안건, 사학이 감사에 불복해 교육청에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문, 임원과 예산 현황 등 문건도 모두 입수했다.

이 모든 자료를 검토해 최종 80곳을 비리사학으로 추렸다. 중·고등학교를 소유한 중등 사학법인은 전국에 811곳이다. 전체의 10%가 비리사학이라는 뜻이다.

기준은 2가지다. 지난 11년간 ①교육청 감사로 이사(장)직이 박탈되거나 ②학교운영 파행으로 사분위가 직접 관리·감독했던 곳들이다.

해당 비리는 대부분 설립자와 재산출연자(설립자로부터 학교를 양도받은 사람) 문제와 연관돼 있다. 학교 내 '권력형 비리'만 추렸다는 이야기다. ① 또는 ②조건에 부합하지만 비리 외 단순 임원 간 분쟁 중인 10곳은 분석 대상에서 뺐다. 숙명여고 사태처럼 교직원 개인비리로 판단되는 곳, 또 행정·회계상 '실수'로 처분을 받은 학교도 제외했다.

분석을 바탕으로 1)적발유형 2)비리인사 복귀 3)예산 4)재산처분 5)사학분쟁조정위 제도, 이렇게 5가지 측면에서 사학 문제를 짚어봤다.

다음은 KBS가 분석한 비리사학 전체 명단이다.


(http://news.kbs.co.kr/datafile/2018/12/1207_10.xlsx)에 접속하면 명단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적발유형] 비리사학, 11년 간 어떤 비리 저질렀나?


비리사학들은 한 번에 여러가지 비리를 동시에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위 그래프 2곳 이상에 이름을 올린 학교법인이 많다.

적발 유형 중 가장 많은 건 횡령 등 회계비리였다. 80곳 중 69곳, 86%가 해당했다. 이사장이 단란주점에서 쓴 천만 원을 포함해 설립자 일가가 법인과 학교 돈 50억원을 빼돌린 휘문의숙(휘문고), 이사장 부부가 학교 땅을 판 뒤 받은 4억 4천만 원을 포함해 17억여 원을 횡령한 덕산학원(서영여고)이 대표적 사례다.

다음으로는 채용비리다. 모두 25곳이 적발됐다. 대부분 가족과 친인척, 금품을 받은 지원자를 내정해 교원 또는 직원으로 채용했다. 지원자들에게 각각 억대의 금품을 받고 10명을 부정 채용한 경암교육재단(경화여고), 이사장 아들을 성적 조작으로 뽑았다 적발된 향도학원(향도중) 등이 있다.

입시비리는 80곳 중 4곳,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을 부정 입학시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영훈학원(영훈국제중)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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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인사 복귀] 퇴출된 비리이사의 화려한 복귀


설립자와 재산출연자 일가는 학교운영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사회부터 장악한다. 이사회가 사학의 예결산·재산처분·교직원 임면의 최종 결정권을 갖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학교 권력을 독식하기 때문에 비리에 대한 내부고발도 드물고, 그 규모도 크다.

설립자와 재산출연자 일가가 직접 비리를 저질렀다 적발된 건 80곳 중 74곳이다. 임원(이사, 감사)직을 박탈당한 전체 399명 가운데 366명이 여기 해당한다. 이들은 대부분 설립자나 출연자의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이들이 임명한 교장 등 측근이다.

문제는 이렇게 퇴출당한 이사들이 학교 교사나 직원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현행 사학법은 임원취임승인 취소(이사직 박탈)를 당한 이사를 학교가 교직원으로 다시 채용해도 제재하지 않는다.

2012년 11월 2,3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동산교육재단(영주동산고) 이사직을 잃은 설립자 아들은 1년만에 학교 행정실 직원으로 복귀했다. 2013년 2월 재명학원(상우고) 설립자는 교비 7억여원을 사적으로 쓰다 적발돼 이사장직을 잃었다. 하지만 얼마 뒤 교감으로 학교에 복귀하는데, 이 때 이사장은 설립자의 아내였다.

직접 채용되지 않더라도 '바지 이사장'을 내세운 뒤 막후에서 불법적으로 학교 운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2011년 학교 공사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이사장 직을 상실한 상록학원(양천고) 설립자는 후임 이사장으로 자신 소유 건물의 세입자를 선임했다. 그 뒤 또 채용비리를 저질러 2017년 12월 재판에서 징역 1년 3개월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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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비리사학 80곳 중 76곳은 교직원 4대보험료도 미납


사립학교 운영비의 재원은 ①교육청 교부금 등 국고 ②학부모 부담금 ③학교법인 전입금 3가지로 충당한다. ①은 사립학교 교사 월급과 학교 건물 유지·보수비로 쓰이고, ②는 등록금, 급식비, 수학여행비 등 학부모가 내는 돈이다. 오직 ③만 학교법인이 교직원들의 4대 보험료(사학연금, 건강보험료 등) 명목으로 내고 있다.

일반 사립고는 ①:②:③의 비율이 67:30:3 정도다. 법인이 학교운영비 중 3%만 내면 된다는 뜻이다. 비리사학 명단에 있는 서울외고 등 특수목적고도 일반학교 비해 금액이 적을 뿐 일부 국고 지원을 받는다.

대한민국에서 4대 보험료 납부는 고용주, 그러니까 학교법인의 의무다. 고의로 납부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비리사학 80곳 예산 현황을 분석했더니 전입금으로 4대 보험료를 완납하는 곳은 휘문의숙, 광일학원, 위로학원, 동구학원 4곳 뿐이었다. 나머지 76곳은 한 푼도 내지 않거나, 일부만 냈다.

사학 이사회는 처벌을 받았을까? 아니다. 사학은 교직원의 4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교육청이 대신 내준다. 운영비에 3%도 기여하지 않고도 학교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재단은 돈이 없어 4대 보험료조차 못 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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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처분] 재단 부동산 운용해 3년간 661억 흑자..법인돈은 '쌈짓돈'


사학은 주로 법인 소유의 빌딩, 토지 등에서 나온 임대료로 수익을 낸다. 이렇게 번 돈으로 교직원 4대 보험료 등 전입금을 마련한다. 이렇게 법인의 수익을 보장하는 모든 동산, 부동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부른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학교 운영의 주요 재원이기 때문에 교육청 허가없이 처분할 수 없다. 수익을 많이 내면 법인 통장에 현금으로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 건물값, 땅값 상승도 수익용 기본재산의 가치 상승에 일조한다.

비리사학 79곳(동국대법인으로 넘어간 영석학원은 제외)의 지난 3년 간 수익을 살펴보면, 수익용 기본 재산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2,293억원이다. 법인 전입금, 부동산관리비 등으로 쓴 총지출은 1,632억원이다. 총수익에서 총지출을 빼니 661억원을 벌었다. 재단 1곳마다 매년 2억 8천만원 씩 현금이 쌓인다는 소리다.

개별 재단을 살펴보면 3년 간 흑자는 66곳, 적자는 1곳이다. 수입과 지출이 같은, 다시 말해 균형재정을 이룬 곳은 12곳이다. 수익을 낸 66곳 가운데 부자 사학은 수억, 수십억원을 1년에 남기지만, 미미한 수준의 흑자를 기록한 곳도 많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4대 보험료를 76곳이나 미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왜 사학들은 4대 보험료도 안 내고 수익용 기본재산을 불리기만 할까? 비리를 저지르려는 사학에는 이만한 쌈짓돈도 없다. 아래 링크된 만강학원(대중금속공고), 위로학원(군포고), 휘문의숙(휘문고) 사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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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분쟁조정위 제도] 비리로 퇴출된 이사, 빈 자리는 어떻게 메꿀까?


설립자의 가족, 친인척, 측근 9명으로 구성된 사학법인 이사회를 예로 들어보자. 비리로 이중 5명 이상(과반)이 직을 잃으면 사학분쟁조정위가 직접 관리·감독을 한다. 임시이사 파견이 이뤄지고, 당국이 주도해 학교를 운영한다.

4명 이하로 이사가 직을 잃었다면? 남은 이사들이 후임을 뽑는다. 빈자리는 물론 다른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로 채워진다. 비리로 이사가 퇴출됐는데, 옆에서 묵인·방조한 잔류 이사들이 후임을 뽑는다? 합리적이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사유재산을 폭넓게 인정하는 사학법이 이를 보장한다.

사립학교법 제25조 1항의 2를 보면 임시이사 파견은 "이사회 의결정족수를 초과하는 이사에 대하여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된 때에 한한다"고 돼 있다. 예로 든 것처럼 이사 중 동시에 과반이 퇴출돼 이사회 운영이 불가능해져야 교육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법은 2007년 7월 개정됐다. 이전에는 이사가 한 명만 비리로 퇴출돼도 교육청이 즉시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이 법 개정이 사학 자율성은 강조했지만, 투명성은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비리사학 80곳 중 임원 과반이 동시에 직을 잃은 곳은 모두 52곳이다. 이중 8곳이 소송에 이겨 사분위 관리·감독에서 벗어났다. 6곳은 승소, 2곳은 일부 승소했다.

일부 승소한 2곳은 청숙학원(서울외고)처럼 퇴출됐던 이사 8명 중 7명이 구제된 사례다. 설립자 아들인 이사장만 구제되지 못했는데, 12억여원을 직접 횡령했기 때문이었다. 법원은 나머지 임원들에 대해 잘못은 저질렀지만 "감사 적발 후 지적 사항을 고쳐 모든 이사를 퇴출하는 것은 교육청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재판 후 이사 7명이 학교법인에 복귀했고, 사분위 관리는 자동종료됐다. 공석이 난 이사장 자리는 다시 설립자 일가 측근이 임명됐다.

2007년 7월 이후 감사에 적발됐지만 이사 과반 미만만 직이 박탈돼 잔류 이사들이 후임이사를 뽑은 곳은 비리사학 80곳 중 30곳이다. 퇴출된 이사 수는 60명이다. 물론 이 자리는 대부분 다른 가족, 친인척, 측근으로 채워졌다.

사분위의 '학교 정상화' 과정을 밟은 곳은 44곳이다. 이중 19곳에는 여전히 임시이사가 파견돼 있고, 25곳은 사분위를 '졸업'했다. 사분위는 '졸업'한 학교를 비리 전력이 있는 설립자에게 되돌려 준다. 역시 사유재산을 폭넓게 인정하기 때문인데, '졸업' 후에도 비리나 분쟁이 발생하는 사학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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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일탈" Vs. "일반적 비리"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국 중등 사학법인은 모두 811곳이다. KBS가 뽑은 비리 사학재단이 80곳이니 국내 사학 10%는 객관적으로 꽤 심각한 비리 전력이 있는 셈이다.

10%, 이 숫자를 "소수의 일탈"로 볼 것인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 비리가 만연"하다고 여길 것인가는 전적으로 사학을 바라보는 시각에 달렸다.

하지만 사학이 보다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기 어렵다. 임시이사 파견을 제한하는 사학법 개정, 법인재산에 대한 철저한 감독, 가족과 친인척으로 채워지는 이사회 구성 문제를 해결해야만 사학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사립학교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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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사학의 ‘私’생활…‘사학 비리’ 명단 공개
    • 입력 2018-12-08 07:13:52
    • 수정2018-12-10 10:36:29
    탐사K
[탐사K] KBS 사학비리 연속 보도

KBS는 지난달부터 '사학 비리'와 관련한 연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15편의 리포트가 방송됐고,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사립 학교법인은 설립자와 재산출연자(학교 운영권 보유자) 일가 또는 측근이 학교 운영과 관련한 전권을 쥔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각종 비리가 잇따르는 등 부조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KBS 사학비리 특별취재팀은 그동안 방송 뉴스를 통해 보도된 내용과 관련 자료 등을 망라했습니다. KBS가 '비리 사학'으로 분류한 학교법인의 명단도 공개합니다.
특별취재팀은 이미 첫 보도 직후 이어진 제보를 취재한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사학 비리와 관련한 추가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 분석 자료와 보도 기준

KBS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확보한 사립학교 감사보고서는 모두 3,300건이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이뤄진 감사의 전체 분량이다. 또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문제 사학 심의안건, 사학이 감사에 불복해 교육청에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문, 임원과 예산 현황 등 문건도 모두 입수했다.

이 모든 자료를 검토해 최종 80곳을 비리사학으로 추렸다. 중·고등학교를 소유한 중등 사학법인은 전국에 811곳이다. 전체의 10%가 비리사학이라는 뜻이다.

기준은 2가지다. 지난 11년간 ①교육청 감사로 이사(장)직이 박탈되거나 ②학교운영 파행으로 사분위가 직접 관리·감독했던 곳들이다.

해당 비리는 대부분 설립자와 재산출연자(설립자로부터 학교를 양도받은 사람) 문제와 연관돼 있다. 학교 내 '권력형 비리'만 추렸다는 이야기다. ① 또는 ②조건에 부합하지만 비리 외 단순 임원 간 분쟁 중인 10곳은 분석 대상에서 뺐다. 숙명여고 사태처럼 교직원 개인비리로 판단되는 곳, 또 행정·회계상 '실수'로 처분을 받은 학교도 제외했다.

분석을 바탕으로 1)적발유형 2)비리인사 복귀 3)예산 4)재산처분 5)사학분쟁조정위 제도, 이렇게 5가지 측면에서 사학 문제를 짚어봤다.

다음은 KBS가 분석한 비리사학 전체 명단이다.


(http://news.kbs.co.kr/datafile/2018/12/1207_10.xlsx)에 접속하면 명단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적발유형] 비리사학, 11년 간 어떤 비리 저질렀나?


비리사학들은 한 번에 여러가지 비리를 동시에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위 그래프 2곳 이상에 이름을 올린 학교법인이 많다.

적발 유형 중 가장 많은 건 횡령 등 회계비리였다. 80곳 중 69곳, 86%가 해당했다. 이사장이 단란주점에서 쓴 천만 원을 포함해 설립자 일가가 법인과 학교 돈 50억원을 빼돌린 휘문의숙(휘문고), 이사장 부부가 학교 땅을 판 뒤 받은 4억 4천만 원을 포함해 17억여 원을 횡령한 덕산학원(서영여고)이 대표적 사례다.

다음으로는 채용비리다. 모두 25곳이 적발됐다. 대부분 가족과 친인척, 금품을 받은 지원자를 내정해 교원 또는 직원으로 채용했다. 지원자들에게 각각 억대의 금품을 받고 10명을 부정 채용한 경암교육재단(경화여고), 이사장 아들을 성적 조작으로 뽑았다 적발된 향도학원(향도중) 등이 있다.

입시비리는 80곳 중 4곳,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을 부정 입학시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영훈학원(영훈국제중) 등이 포함됐다.

[연관기사]
[탐사K] ① 횡령·채용 비리 ‘얼룩’…‘그들만의 왕국’ 사학재단
[탐사K] ② ‘비리 사학’ 11년 감사보고서 전수 분석…특징은?
[탐사K] “난중일기 영어 번역”…성적 조작 판치는 ‘사학’


[비리인사 복귀] 퇴출된 비리이사의 화려한 복귀


설립자와 재산출연자 일가는 학교운영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사회부터 장악한다. 이사회가 사학의 예결산·재산처분·교직원 임면의 최종 결정권을 갖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학교 권력을 독식하기 때문에 비리에 대한 내부고발도 드물고, 그 규모도 크다.

설립자와 재산출연자 일가가 직접 비리를 저질렀다 적발된 건 80곳 중 74곳이다. 임원(이사, 감사)직을 박탈당한 전체 399명 가운데 366명이 여기 해당한다. 이들은 대부분 설립자나 출연자의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이들이 임명한 교장 등 측근이다.

문제는 이렇게 퇴출당한 이사들이 학교 교사나 직원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현행 사학법은 임원취임승인 취소(이사직 박탈)를 당한 이사를 학교가 교직원으로 다시 채용해도 제재하지 않는다.

2012년 11월 2,3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동산교육재단(영주동산고) 이사직을 잃은 설립자 아들은 1년만에 학교 행정실 직원으로 복귀했다. 2013년 2월 재명학원(상우고) 설립자는 교비 7억여원을 사적으로 쓰다 적발돼 이사장직을 잃었다. 하지만 얼마 뒤 교감으로 학교에 복귀하는데, 이 때 이사장은 설립자의 아내였다.

직접 채용되지 않더라도 '바지 이사장'을 내세운 뒤 막후에서 불법적으로 학교 운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2011년 학교 공사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이사장 직을 상실한 상록학원(양천고) 설립자는 후임 이사장으로 자신 소유 건물의 세입자를 선임했다. 그 뒤 또 채용비리를 저질러 2017년 12월 재판에서 징역 1년 3개월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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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비리사학 80곳 중 76곳은 교직원 4대보험료도 미납


사립학교 운영비의 재원은 ①교육청 교부금 등 국고 ②학부모 부담금 ③학교법인 전입금 3가지로 충당한다. ①은 사립학교 교사 월급과 학교 건물 유지·보수비로 쓰이고, ②는 등록금, 급식비, 수학여행비 등 학부모가 내는 돈이다. 오직 ③만 학교법인이 교직원들의 4대 보험료(사학연금, 건강보험료 등) 명목으로 내고 있다.

일반 사립고는 ①:②:③의 비율이 67:30:3 정도다. 법인이 학교운영비 중 3%만 내면 된다는 뜻이다. 비리사학 명단에 있는 서울외고 등 특수목적고도 일반학교 비해 금액이 적을 뿐 일부 국고 지원을 받는다.

대한민국에서 4대 보험료 납부는 고용주, 그러니까 학교법인의 의무다. 고의로 납부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비리사학 80곳 예산 현황을 분석했더니 전입금으로 4대 보험료를 완납하는 곳은 휘문의숙, 광일학원, 위로학원, 동구학원 4곳 뿐이었다. 나머지 76곳은 한 푼도 내지 않거나, 일부만 냈다.

사학 이사회는 처벌을 받았을까? 아니다. 사학은 교직원의 4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교육청이 대신 내준다. 운영비에 3%도 기여하지 않고도 학교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재단은 돈이 없어 4대 보험료조차 못 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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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처분] 재단 부동산 운용해 3년간 661억 흑자..법인돈은 '쌈짓돈'


사학은 주로 법인 소유의 빌딩, 토지 등에서 나온 임대료로 수익을 낸다. 이렇게 번 돈으로 교직원 4대 보험료 등 전입금을 마련한다. 이렇게 법인의 수익을 보장하는 모든 동산, 부동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부른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학교 운영의 주요 재원이기 때문에 교육청 허가없이 처분할 수 없다. 수익을 많이 내면 법인 통장에 현금으로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 건물값, 땅값 상승도 수익용 기본재산의 가치 상승에 일조한다.

비리사학 79곳(동국대법인으로 넘어간 영석학원은 제외)의 지난 3년 간 수익을 살펴보면, 수익용 기본 재산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2,293억원이다. 법인 전입금, 부동산관리비 등으로 쓴 총지출은 1,632억원이다. 총수익에서 총지출을 빼니 661억원을 벌었다. 재단 1곳마다 매년 2억 8천만원 씩 현금이 쌓인다는 소리다.

개별 재단을 살펴보면 3년 간 흑자는 66곳, 적자는 1곳이다. 수입과 지출이 같은, 다시 말해 균형재정을 이룬 곳은 12곳이다. 수익을 낸 66곳 가운데 부자 사학은 수억, 수십억원을 1년에 남기지만, 미미한 수준의 흑자를 기록한 곳도 많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4대 보험료를 76곳이나 미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왜 사학들은 4대 보험료도 안 내고 수익용 기본재산을 불리기만 할까? 비리를 저지르려는 사학에는 이만한 쌈짓돈도 없다. 아래 링크된 만강학원(대중금속공고), 위로학원(군포고), 휘문의숙(휘문고) 사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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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② 돈 받고 넘기는 학교…교육보다 돈벌이?
[탐사K/단독] ③ 학교 돈으로 ‘문어발 사업’…재단은 “몰랐다” 발뺌


[사학분쟁조정위 제도] 비리로 퇴출된 이사, 빈 자리는 어떻게 메꿀까?


설립자의 가족, 친인척, 측근 9명으로 구성된 사학법인 이사회를 예로 들어보자. 비리로 이중 5명 이상(과반)이 직을 잃으면 사학분쟁조정위가 직접 관리·감독을 한다. 임시이사 파견이 이뤄지고, 당국이 주도해 학교를 운영한다.

4명 이하로 이사가 직을 잃었다면? 남은 이사들이 후임을 뽑는다. 빈자리는 물론 다른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로 채워진다. 비리로 이사가 퇴출됐는데, 옆에서 묵인·방조한 잔류 이사들이 후임을 뽑는다? 합리적이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사유재산을 폭넓게 인정하는 사학법이 이를 보장한다.

사립학교법 제25조 1항의 2를 보면 임시이사 파견은 "이사회 의결정족수를 초과하는 이사에 대하여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된 때에 한한다"고 돼 있다. 예로 든 것처럼 이사 중 동시에 과반이 퇴출돼 이사회 운영이 불가능해져야 교육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법은 2007년 7월 개정됐다. 이전에는 이사가 한 명만 비리로 퇴출돼도 교육청이 즉시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이 법 개정이 사학 자율성은 강조했지만, 투명성은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비리사학 80곳 중 임원 과반이 동시에 직을 잃은 곳은 모두 52곳이다. 이중 8곳이 소송에 이겨 사분위 관리·감독에서 벗어났다. 6곳은 승소, 2곳은 일부 승소했다.

일부 승소한 2곳은 청숙학원(서울외고)처럼 퇴출됐던 이사 8명 중 7명이 구제된 사례다. 설립자 아들인 이사장만 구제되지 못했는데, 12억여원을 직접 횡령했기 때문이었다. 법원은 나머지 임원들에 대해 잘못은 저질렀지만 "감사 적발 후 지적 사항을 고쳐 모든 이사를 퇴출하는 것은 교육청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재판 후 이사 7명이 학교법인에 복귀했고, 사분위 관리는 자동종료됐다. 공석이 난 이사장 자리는 다시 설립자 일가 측근이 임명됐다.

2007년 7월 이후 감사에 적발됐지만 이사 과반 미만만 직이 박탈돼 잔류 이사들이 후임이사를 뽑은 곳은 비리사학 80곳 중 30곳이다. 퇴출된 이사 수는 60명이다. 물론 이 자리는 대부분 다른 가족, 친인척, 측근으로 채워졌다.

사분위의 '학교 정상화' 과정을 밟은 곳은 44곳이다. 이중 19곳에는 여전히 임시이사가 파견돼 있고, 25곳은 사분위를 '졸업'했다. 사분위는 '졸업'한 학교를 비리 전력이 있는 설립자에게 되돌려 준다. 역시 사유재산을 폭넓게 인정하기 때문인데, '졸업' 후에도 비리나 분쟁이 발생하는 사학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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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일탈" Vs. "일반적 비리"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국 중등 사학법인은 모두 811곳이다. KBS가 뽑은 비리 사학재단이 80곳이니 국내 사학 10%는 객관적으로 꽤 심각한 비리 전력이 있는 셈이다.

10%, 이 숫자를 "소수의 일탈"로 볼 것인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 비리가 만연"하다고 여길 것인가는 전적으로 사학을 바라보는 시각에 달렸다.

하지만 사학이 보다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기 어렵다. 임시이사 파견을 제한하는 사학법 개정, 법인재산에 대한 철저한 감독, 가족과 친인척으로 채워지는 이사회 구성 문제를 해결해야만 사학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사립학교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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