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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교실 가보셨습니까]⑥ “박수가 필요해” 군산 구암초의 ‘특별한’ 교육
입력 2018.12.16 (08:07) 수정 2018.12.17 (08:59) 취재K
[다문화 교실 가보셨습니까]⑥ “박수가 필요해” 군산 구암초의 ‘특별한’ 교육
지난해 2월 러시아에서 온 니키타, 매일 아침 7시 반 집을 나섭니다. 초등학교 6학년에게는 다소 이른 시간인데요,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30분 넘는 등굣길은 준희가 함께합니다. 2년 전 베트남에서 온 친구입니다.

니키타와 준희가 다니는 전북 군산시 구암초등학교. 전교생 352명 중 32명이 다문화 학생입니다. 다문화 비율이 특별히 높은 건 아닌데요, 니키타와 준희처럼 장거리 통학하는 다문화 학생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먼 길 마다치 않고 구암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가 직접 구암초에서 하루를 지내봤습니다.

구암초의 '0교시'...특별한 밥상


구암초의 특별한 수업은 이른 아침 시작됐습니다. 오전 8시 학교 복지실은 식당이 됩니다. 다문화 학생을 포함해 아침을 못 챙기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 측의 배려입니다.

김치볶음밥과 국, 반찬이 차려집니다. 맛있게 먹는 준희와 달리 니키타는 볶음밥 속 김치를 골라냅니다. 아직은 한식이 익숙하지 않은 니키타, 점심 급식 때도 맨밥만 먹기 일쑤입니다.

구암초 아침 밥상은 다문화 학생들을 한식에 적응시키고, 우리의 식사 예절을 가르치려는 뜻도 있습니다.

최한나 교육복지사는 "낯선 음식에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지만, 대체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규수업에 녹아든 '다문화 교육'


예비학교 과정은 1편 기사에 소개해 드렸던 서울 대동초와 비슷해 보입니다. 구암초만의 특별함은 정규 수업에 있습니다.

4학년 1반의 1교시 수업은 화폐 속 인물을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학생들은 화폐 속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에게서 포용과 배려·용기라는 키워드를 찾아냅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다문화 학생들을 포용하고 배려하며 용기를 주자는 내용까지 이끌어 냅니다. 정규 교과 과정에 다문화 교육을 녹여낸 겁니다.

담임을 맡은 장인영 선생님은 "전 교육과정에서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학사일정을 계획할 때부터 다문화 교육 과정을 통합 구성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겐 박수받을 기회가 필요"


다문화 교육은 방과 후에도 계속됩니다. 수업을 마친 준희는 체육관에서 배구 연습을 합니다. 처음 한국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설던 그때, 준희는 배구를 통해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준희는 "배구를 하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다"면서 "자신도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는 배구 외에도 첼로 앙상블 연주, 음악 줄넘기 등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교육과 예체능 교육,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언어가 침묵할 때 음악은 말한다


장인영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박수받을 일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언어가 부족한 다문화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좀처럼 박수받을 일이 없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예체능 활동을 통해 학교 대표로 참여할 기회를 주자는 겁니다.

앙상블 활동을 맡은 남궁태관 선생님은 "다문화 학생과 비다문화 학생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일반 학생의 거부감도 없애고,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울타리 넘어선 동행..."더 깊이 알아갑니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도 '사제동행'이라는 멘토링 교육을 이어갔습니다. 영화도 보고 롤러스케이트장도 같이 가면서 그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고, 관심과 고민을 알아가는 겁니다.

구암초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다문화 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다문화와 비다문화 학생을 구분하지 말고 서로 섞이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로를 이해하며 다문화 사회를 살아갈 역량을 기르기 위해섭니다.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아닌, '다문화 교육' 그 자체인 셈입니다.

김세찬 교장 선생님은 "그동안 다문화 정책과 교육의 목표가 그들의 적응에만 있었는데, 더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우리 사회가 품고 같이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또 있습니다. 담당 교사가 바뀌어도 교육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는 겁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단발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반복을 통해 발전시키고 완성하려는 노력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나라들은 어떨까요?

『세계 최고의 교육법』 공동저자 김숙이 박사는 일찍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타이완의 교육을 소개합니다.

중국 본토와의 대립 속 '친구 국가'에 목마른 타이완, 동남아 이주여성들의 "친정외교"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이미 1대1 수업, 통역 지원 등 적극적인 다문화 학생 지원책을 펴고 있는데요, 내년부터는 초등학교에 다문화 모국어 수업을 필수로 도입합니다.

이렇게 되면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일반 타이완 학생은 본토어(민남어,객가어)와 동남아어 수업 중에 하나를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다문화 학생은 자신의 모국어인 동남아어 수업에 참가해야 합니다. 준비된 동남아어 수업은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 7개입니다. 부족한 교원은 결혼한 이주 여성에게 교사 양성 교육을 해 해결했다고 하네요.

타이완에서도 문제인 언어장벽을 해체해보자는 시도인데요, 김숙이 박사는 "모국어 교육은 일방적으로 자국의 언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다문화 가족 구성원 간 상호이해를 높이자는 의미"라고 설명합니다.

역설이 살리는 다문화, "모국어 교육부터"


모국어 교육은 국내 일부 학교에서도 시작됐습니다. 기자가 찾은 경기도 시흥시 군서초등학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60%에 이르는 곳입니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언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정규 수업에서 중국어 교육을 깊이 있게 다루고, 방과 후 수업에서 러시아어, 베트남어 교육도 진행하는 식입니다.

군서초 김정식 선생님은 "불과 5년 전, 소수에 그치던 다문화 학생이 다수가 되고,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교실에 많아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고 설명합니다.

다문화 학생 12만 명, 급격히 늘어나는 다문화 학생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전문가들은 한국의 다문화 교육에 있어 공유의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다문화 교육의 역사가 빠르게 진행된 만큼 현장에서 축적된 좋은 경험을 나눠야 한다는 겁니다.

장덕호 상명대 교수(교육학과)는 "학교 현장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 좋은 방법론이 공유될 기회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다문화 아이들을 끌어안을 준비가 덜 돼 있을 수 있습니다. 다름을 차별하지 않고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포용 교육이 절실해 보입니다. 더이상 변화와 적응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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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 교실 가보셨습니까]⑥ “박수가 필요해” 군산 구암초의 ‘특별한’ 교육
    • 입력 2018.12.16 (08:07)
    • 수정 2018.12.17 (08:59)
    취재K
[다문화 교실 가보셨습니까]⑥ “박수가 필요해” 군산 구암초의 ‘특별한’ 교육
지난해 2월 러시아에서 온 니키타, 매일 아침 7시 반 집을 나섭니다. 초등학교 6학년에게는 다소 이른 시간인데요,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30분 넘는 등굣길은 준희가 함께합니다. 2년 전 베트남에서 온 친구입니다.

니키타와 준희가 다니는 전북 군산시 구암초등학교. 전교생 352명 중 32명이 다문화 학생입니다. 다문화 비율이 특별히 높은 건 아닌데요, 니키타와 준희처럼 장거리 통학하는 다문화 학생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먼 길 마다치 않고 구암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가 직접 구암초에서 하루를 지내봤습니다.

구암초의 '0교시'...특별한 밥상


구암초의 특별한 수업은 이른 아침 시작됐습니다. 오전 8시 학교 복지실은 식당이 됩니다. 다문화 학생을 포함해 아침을 못 챙기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 측의 배려입니다.

김치볶음밥과 국, 반찬이 차려집니다. 맛있게 먹는 준희와 달리 니키타는 볶음밥 속 김치를 골라냅니다. 아직은 한식이 익숙하지 않은 니키타, 점심 급식 때도 맨밥만 먹기 일쑤입니다.

구암초 아침 밥상은 다문화 학생들을 한식에 적응시키고, 우리의 식사 예절을 가르치려는 뜻도 있습니다.

최한나 교육복지사는 "낯선 음식에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지만, 대체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규수업에 녹아든 '다문화 교육'


예비학교 과정은 1편 기사에 소개해 드렸던 서울 대동초와 비슷해 보입니다. 구암초만의 특별함은 정규 수업에 있습니다.

4학년 1반의 1교시 수업은 화폐 속 인물을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학생들은 화폐 속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에게서 포용과 배려·용기라는 키워드를 찾아냅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다문화 학생들을 포용하고 배려하며 용기를 주자는 내용까지 이끌어 냅니다. 정규 교과 과정에 다문화 교육을 녹여낸 겁니다.

담임을 맡은 장인영 선생님은 "전 교육과정에서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학사일정을 계획할 때부터 다문화 교육 과정을 통합 구성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겐 박수받을 기회가 필요"


다문화 교육은 방과 후에도 계속됩니다. 수업을 마친 준희는 체육관에서 배구 연습을 합니다. 처음 한국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설던 그때, 준희는 배구를 통해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준희는 "배구를 하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다"면서 "자신도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는 배구 외에도 첼로 앙상블 연주, 음악 줄넘기 등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교육과 예체능 교육,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언어가 침묵할 때 음악은 말한다


장인영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박수받을 일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언어가 부족한 다문화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좀처럼 박수받을 일이 없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예체능 활동을 통해 학교 대표로 참여할 기회를 주자는 겁니다.

앙상블 활동을 맡은 남궁태관 선생님은 "다문화 학생과 비다문화 학생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일반 학생의 거부감도 없애고,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울타리 넘어선 동행..."더 깊이 알아갑니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도 '사제동행'이라는 멘토링 교육을 이어갔습니다. 영화도 보고 롤러스케이트장도 같이 가면서 그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고, 관심과 고민을 알아가는 겁니다.

구암초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다문화 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다문화와 비다문화 학생을 구분하지 말고 서로 섞이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로를 이해하며 다문화 사회를 살아갈 역량을 기르기 위해섭니다.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아닌, '다문화 교육' 그 자체인 셈입니다.

김세찬 교장 선생님은 "그동안 다문화 정책과 교육의 목표가 그들의 적응에만 있었는데, 더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우리 사회가 품고 같이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또 있습니다. 담당 교사가 바뀌어도 교육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는 겁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단발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반복을 통해 발전시키고 완성하려는 노력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나라들은 어떨까요?

『세계 최고의 교육법』 공동저자 김숙이 박사는 일찍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타이완의 교육을 소개합니다.

중국 본토와의 대립 속 '친구 국가'에 목마른 타이완, 동남아 이주여성들의 "친정외교"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이미 1대1 수업, 통역 지원 등 적극적인 다문화 학생 지원책을 펴고 있는데요, 내년부터는 초등학교에 다문화 모국어 수업을 필수로 도입합니다.

이렇게 되면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일반 타이완 학생은 본토어(민남어,객가어)와 동남아어 수업 중에 하나를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다문화 학생은 자신의 모국어인 동남아어 수업에 참가해야 합니다. 준비된 동남아어 수업은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 7개입니다. 부족한 교원은 결혼한 이주 여성에게 교사 양성 교육을 해 해결했다고 하네요.

타이완에서도 문제인 언어장벽을 해체해보자는 시도인데요, 김숙이 박사는 "모국어 교육은 일방적으로 자국의 언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다문화 가족 구성원 간 상호이해를 높이자는 의미"라고 설명합니다.

역설이 살리는 다문화, "모국어 교육부터"


모국어 교육은 국내 일부 학교에서도 시작됐습니다. 기자가 찾은 경기도 시흥시 군서초등학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60%에 이르는 곳입니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언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정규 수업에서 중국어 교육을 깊이 있게 다루고, 방과 후 수업에서 러시아어, 베트남어 교육도 진행하는 식입니다.

군서초 김정식 선생님은 "불과 5년 전, 소수에 그치던 다문화 학생이 다수가 되고,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교실에 많아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고 설명합니다.

다문화 학생 12만 명, 급격히 늘어나는 다문화 학생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전문가들은 한국의 다문화 교육에 있어 공유의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다문화 교육의 역사가 빠르게 진행된 만큼 현장에서 축적된 좋은 경험을 나눠야 한다는 겁니다.

장덕호 상명대 교수(교육학과)는 "학교 현장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 좋은 방법론이 공유될 기회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다문화 아이들을 끌어안을 준비가 덜 돼 있을 수 있습니다. 다름을 차별하지 않고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포용 교육이 절실해 보입니다. 더이상 변화와 적응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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