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막 오른 미중 ‘미사일 대전(大戰)’…‘고래 싸움’ 쓰나미가 다가온다

입력 2019.09.02 (09:02) 수정 2019.09.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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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다가오면 강한 바람부터 불어온다. 미·중 갈등이 무역을 넘어 군사 분야까지 확전하는 가운데 한국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이하 '지소미아') 문제로 동맹인 미국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동맹들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 포위 군사 작전을 펼쳐 온 미국은 이제, 아시아 동맹국 땅에 지대지(地對地)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미국 언론은 유력한 후보지로 '한국'과 '일본'을 꼽는다. 두 나라는 미국의 극동 방어 최전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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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적이었다가 친구였다가 다시 적이 된 미국의 전략 변경에 따라, 세계정세는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과거 세계대전 때와 달리 모든 나라가 경제·문화적으로 얽히고설켜 있는 시대지만, 초강대국 미국은 중국 앞마당에 미사일을 배치해서라도 중국을 손보려 하고 있고 이를 체제 위협으로 느낀 중국은 결사항전을 외치며 맞서고 있다.

양쪽 모두 목표가 분명하기에 '속도 조절'은 있을지언정 '중단'은 보기 어려운 싸움이다. 무력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중국은 벌써 한국을 향해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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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배치 압박은 미·중 갈등이 만든 태풍이다. 한국을 향해 "서방 국가로 남으려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하라"며 주제넘은 말을 하는 일본도 태풍 속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 미국, '지소미아 불만 표출' 지속..."한미일 공조는 인도·태평양 전력 핵심"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도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불만'과 '우려' 표명을 지속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현지 시각 8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우리에게는 북한과 중국 등 직면하고 있는 공동의 위협이 있다. 우리는 함께 노력할 때 더욱 강해진다"며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이에 관여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일본을 향해서도 처음으로 '실망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한미일 삼각 공조 균열을 노리는 북중러의 시도를 경계했다. 그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강연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3국 간 정보 공유 능력이 더욱 더 번거롭고 불편해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지소미아가 없다면 우리가 운용하는 안보 환경 내에서 위험이 더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을 향해 한국에 대한 백색 국가 제외 조치 시행 철회를 통해 통상적인 무역 관계를 복원하길 바란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가 8월 28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가 8월 28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또 "공개적으로 특사를 보내든 아니든 유사한 관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밝혀 상황 개선을 위한 '특사 파견'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동안 중재에 소극적이던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는 다만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우리가 동북아에서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안보적 도전에 관한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반영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처럼 일본에도 자제를 요구하고 한반도 안보 현실에 대한 한국 정부와의 인식 차까지 노출해 가며 지소미아 유지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지소미아가 미국의 군사 전략에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는 지난 28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일 갈등을 이렇게 놔두면 미국의 이익에도 좋지 않다. 이런 상황을 보기가 참 불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해 5월, 70년 넘게 유지해 온 '태평양통합군사령부'를 '인도ㆍ태평양사령부'로 변경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미국은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 일본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포위하고 해상에서의 중국의 확장을 차단하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인도ㆍ태평양사령부는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지휘를 받는 최고 사령부로서 인도 동쪽부터 미국 연안을 제외한 태평양 전 지역을 담당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식(2016년 11월 23일)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식(2016년 11월 23일)

제7 함대와 제1 함대가 해군 전력이며, 육군은 한국에 주둔하는 제2 보병사단이 주요 전력이다. 공군 전력은 한국과 일본에 배치된 제5 공군과 타이완 등에 주둔하는 제13 공군이 맡는다. 또 전략 기동 부대인 제3 해병사단과 제1 해병사단이 일본과 오키나와에 배치돼 있는 등 여러 동맹국을 거점으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동맹 간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필수적인 구조다.

특히, 서해를 두고 중국과 바로 마주 보고 있고 북한과 맞닿아 있는 주한미군과 한반도 유사시 지원 역할을 맡게 되는 주일미군은 인도ㆍ태평양사령부의 핵심 전력이다. 이런 구조에서 한일 양국이 미국을 거치지 않고도 1급 기밀을 제외한 군사 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지소미아다.

■ '족쇄' 풀자마자 "아시아에 미사일 배치"..."중국 미사일 1,740기, 한국·일본 겨냥"

지난해 미국이 지출한 국방비는 6천4백90억 달러였다. 2위부터 10위까지 9개 국가 국방비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인도ㆍ태평양사령부의 출현은 이런 막강한 군사력의 미국이 전력의 무게 중심을 중동에서 태평양 쪽으로 틀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른바 '셰일 혁명'을 통해 미국이 주요 산유국이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후 중국의 해상 진출 관문인 남중국해와 한반도 인근으로 미국이 항공모함 등 전력 자산을 전개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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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7함대 소속 미사일 구축함인 웨인메이어함(DDG-108). 웨인메이어함은 8월 28일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 인근을 항행했다(출처: 폭스뉴스)미국 해군 7함대 소속 미사일 구축함인 웨인메이어함(DDG-108). 웨인메이어함은 8월 28일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 인근을 항행했다(출처: 폭스뉴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견제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펼쳤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러시아 조기 경보통제기 1대는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한일 갈등으로 인한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틈새를 파고든 고도로 계산된 도발이었다.

이런 중국과 러시아에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의지를 천명하며 응수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못 하도록 '족쇄' 역할을 해 온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지 단 하루 만인 지난 3일, 마크 에스퍼 장관은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미사일 보유고의 80% 이상이 중거리 시스템"이라고 강조해 미국의 INF 탈퇴가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전력 증강에 대한 대응 차원임을 드러냈다.

‘괌킬러’로 불리는 중국의 ‘둥펑-26’ 미사일. 중국은 올해 1월, 이 미사일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출처: 데일리매일)‘괌킬러’로 불리는 중국의 ‘둥펑-26’ 미사일. 중국은 올해 1월, 이 미사일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출처: 데일리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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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INF 조약에 묶여 있는 사이 중국은 자유롭게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증강해 왔고,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5월 펴낸 보고서는 "유사시 한국과 일본의 미군 기지를 겨냥한 중국의 준중거리·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지대지 순항 미사일이 최대 1,740기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특히, "중국은 괌까지 타격할 수 있어 '괌 킬러'로 불리는 '둥펑(DF)-26'을 비롯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1년 사이 무려 5배 이상 증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처럼 중국 미사일 전력의 위협을 부각하며 현지 시각 8월 18일, 캘리포니아주 샌 니컬러스 섬에서 지상발사형 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INF 조약 탈퇴 보름 만에 이뤄진 일이다. 미국 국방부는 해당 미사일이 토마호크의 개량형으로 500㎞를 날아갔다고 밝혔지만, 발사대는 MK-41을 사용했다. MK-41은 유럽 일부 국가에도 배치된 것으로 사거리 2,500㎞ 이상의 미사일을 쏠 수 있다.

■ 중국 "우리 미사일은 방어용"...한국·일본엔 "미사일 배치하면 총알받이" 경고

시험발사는 실전 배치를 하겠다는 의미다. '아시아 배치' 계획을 공개 거론한 뒤 시험발사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한 것을 보면, 미국은 머지않아 동맹국을 상대로 미사일 배치를 직접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이 "군비 경쟁이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중국은 '군비 경쟁에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의 계략'이라고 반발한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5일 자 사설을 통해 "슈퍼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미국의 고집이 아시아 불안정의 최대 원인"이라고 반발하면서 "중국의 경제력은 지금보다 훨씬 큰 국방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미·중 양국 모두 손실을 보는 새로운 전선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붕괴하는 과정을 지켜본 중국의 경계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INF 조약을 공식 탈퇴한 현지 시각 8월 2일 “INF 조약을 대체할 새로운 군비통제 조약에 중국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트럼프 대통령은 INF 조약을 공식 탈퇴한 현지 시각 8월 2일 “INF 조약을 대체할 새로운 군비통제 조약에 중국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이런 중국을 향해 '그렇다면, 미사일을 줄이자'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일, INF 조약을 공식 탈퇴하자마자 중국을 아우르는 새로운 합의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과거 INF 조약과 같은 협정을 다시 맺어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까지 미사일 배치를 못 하도록 족쇄를 채우자는 제안이다. 미국의 '아시아 미사일 배치' 언급은 중국을 새로운 군축 협정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이 인민해방군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사열하고 있다(2017년 7월 30일)시진핑 주석이 인민해방군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사열하고 있다(2017년 7월 30일)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중국은 몸서리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8월 6일 대변인 명의의 입장을 통해 "미국은 INF 탈퇴 등 문제에서 걸핏하면 중국을 핑계로 삼아 '중국 미사일 위협론'을 주장했다"면서 "이는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중국의 국방 정책은 방어를 목적으로 한다. 중국은 영토가 광활하고 인구가 많아서 침략에 대비한 국방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국 본토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건 안보 차원에서 당연한 일인데 이를 이유로 '미국도 똑같이 중국 주변에 미사일을 배치한다'는 건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만약 중러가 대량의 미사일을 라틴 아메리카에 배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는 환구시보의 주장에도 이런 인식이 깔렸다.

중국은 동시에 미사일 배치 후보지로 꼽히는 한국과 일본에도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푸총 중국 외교부 군축사 사장은 8월 6일 현지 기자들에게 "중국 주변국에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한국과 일본을 향해 "살기등등한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며 과격한 경고를 날렸다.

■ "'미사일'엔 '미사일'로 억지력 늘린다"...이미 시작된 미·중·러 군비경쟁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깊이 실망했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한반도의 안보를 복잡하게 하고, 미군 병력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현지 시각 8월 25일 올린 트윗 글이다. '미군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언급에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주한미군이 노출돼 있다는 현실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북한 미사일 전력에 상응한 미국의 미사일 전력은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사거리 300㎞의 에이태킴스(ATACMS)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아시아에 배치하려는 중거리 미사일이 '창'이라면 한미일 삼각 공조를 통한 군사 정보 공유 체제는 '방패'에 해당한다. 지소미아에 따라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 이지스함 6척,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7대 등 고급 정보자산을 통해 얻은 영상정보 등을 한국에 제공하도록 돼 있다.

미국은 지소미아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며 현재 한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끊임없이 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연이어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을 두고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실질적 타격 대상은 한국이며,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진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군이 주둔한 동맹국들의 미사일 방어 전략을 진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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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꺼내 든 미국의 '아시아 미사일 배치' 카드는 열세인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미사일 전력을 강화함으로써 '억지력'을 확보해 힘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은 다가오는 10월 1일 국경절 열병식을 최대 규모로 연다고 밝혔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사거리가 14,000km에 달하고 지구상 모든 표적을 오차범위 100m 이내에서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신형 열핵추진 미사일 시험 폭발 사고(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러시아 신형 열핵추진 미사일 시험 폭발 사고(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러시아 역시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러시아도 상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다자 군축 협정 제안에도 러시아 군 당국은 "중국은 (협정에) 참여하길 원치 않는다"면서 "다자 조약을 체결한다면 중국뿐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INF) 조약 탈퇴를 통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러시아도 한편에선 군비 경쟁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8일, 러시아 북부 해군 훈련장에서는 신형 열핵추진 순항 미사일 시험 중 대형 폭발 사고가 나기도 했다. 사고를 낸 미사일은 '9M730 부레베스트닉'이란 이름의 미사일로, 뉴욕타임스는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무제한의 사정거리를 지니고 있으며, 기존 방어 체계로는 사실상 격추가 불가능한 무기"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이렇듯 핵 추진이나 초음속 미사일 같은 차세대 미사일 개발 경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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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건 북한이다. 지난달 초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랄프 코사 태평양포럼 석좌는 미국의소리 방송, VOA에 "(과거와 다른) 분명 새로운 미사일 시스템"이라며 "북한이 한국을 혼란에 빠뜨릴 추가적인 옵션을 갖게 됐음을 한국과 미국에 증명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VOA는 특히, "북한이 8월 24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중국의 다연장 로켓과 유사하다"며 "중국의 기술을 받아들여 역 설계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ASBM)인 ‘둥펑-21D’. 지난 6월 실시된 남중국해 훈련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훈련에 미국은 당시 “도발 행위를 삼가라”고 반발했다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ASBM)인 ‘둥펑-21D’. 지난 6월 실시된 남중국해 훈련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훈련에 미국은 당시 “도발 행위를 삼가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의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반응의 온도 차나 대응을 종합해 보면, 미국이 진짜 위협으로 느끼는 건 중국의 미사일로 보인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16년 발표한 국가별 핵무기 현황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260기에 이른다. 미국(7,000기)과 러시아(7,290기)에 비교할 바 아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중국과의 오랜 밀월 관계를 끝내고 중국 제압에 나선 미국은 이런 중국의 전력이 주변 동맹국과 자국의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INF 체결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핵미사일을 마음대로 개발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해 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런 긴장 관계는 중국의 패권 도전과 미국의 대중국 정책 변경에 따라 서로 적이 됐기 때문에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F-16V 전투기 타이완 판매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8월 29일 오전 미국 공군의 특수작전기 1대가 중국과 타이완 사이의 '타이완 해협'을 비행했다. 미국은 앞서 8월 23일 상륙수송함 '그린 베이'와 미사일 순양함 '레이크 이리'를 타이완 해협에 보낸 바 있다. 중국군은 지난 6월 말, 남중국해에서 군함이나 항공모함을 격침하기 위해 개발된 대함탄도미사일(ASBM)을 여러 발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의 중국 인근 미사일 배치 계획은 중국을 겨냥한 상시적이고 영구적인 포위망을 구축해 미사일 전력에 기반을 둔 중국의 미국 방어 전략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8월 2일, 태국 방콕)한미일 외교장관 회담(8월 2일, 태국 방콕)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8월 21일, 중국 베이징)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8월 21일, 중국 베이징)

이런 상황은 중국뿐 아니라 미사일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동맹국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 배치하려는 미사일이 재래식이라고 하지만, 핵탄두만 탑재하면 바로 핵미사일이 될 수 있다. 미·중 간 미사일 대전이 본격화하면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는 압박도 더욱 거세지고 노골화될 것이다. 지소미아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으로 한국은 벌써 그 한복판에 들어서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으로선 '핵우산 제공'을 명분으로 설득에 나설 수 있지만, 배치 대상으로 거론될 국가는 내부적으로도 극심한 논쟁에 휩싸일 것이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가능성이 높은, 곧 다가올 수 있는 미래'에 잘 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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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막 오른 미중 ‘미사일 대전(大戰)’…‘고래 싸움’ 쓰나미가 다가온다
    • 입력 2019-09-02 09:02:04
    • 수정2019-09-02 09: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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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한미일 삼각 공조 균열을 노리는 북중러의 시도를 경계했다. 그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강연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3국 간 정보 공유 능력이 더욱 더 번거롭고 불편해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지소미아가 없다면 우리가 운용하는 안보 환경 내에서 위험이 더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을 향해 한국에 대한 백색 국가 제외 조치 시행 철회를 통해 통상적인 무역 관계를 복원하길 바란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가 8월 28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또 "공개적으로 특사를 보내든 아니든 유사한 관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밝혀 상황 개선을 위한 '특사 파견'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동안 중재에 소극적이던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는 다만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우리가 동북아에서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안보적 도전에 관한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반영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처럼 일본에도 자제를 요구하고 한반도 안보 현실에 대한 한국 정부와의 인식 차까지 노출해 가며 지소미아 유지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지소미아가 미국의 군사 전략에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는 지난 28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일 갈등을 이렇게 놔두면 미국의 이익에도 좋지 않다. 이런 상황을 보기가 참 불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해 5월, 70년 넘게 유지해 온 '태평양통합군사령부'를 '인도ㆍ태평양사령부'로 변경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미국은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 일본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포위하고 해상에서의 중국의 확장을 차단하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인도ㆍ태평양사령부는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지휘를 받는 최고 사령부로서 인도 동쪽부터 미국 연안을 제외한 태평양 전 지역을 담당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식(2016년 11월 23일)
제7 함대와 제1 함대가 해군 전력이며, 육군은 한국에 주둔하는 제2 보병사단이 주요 전력이다. 공군 전력은 한국과 일본에 배치된 제5 공군과 타이완 등에 주둔하는 제13 공군이 맡는다. 또 전략 기동 부대인 제3 해병사단과 제1 해병사단이 일본과 오키나와에 배치돼 있는 등 여러 동맹국을 거점으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동맹 간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필수적인 구조다.

특히, 서해를 두고 중국과 바로 마주 보고 있고 북한과 맞닿아 있는 주한미군과 한반도 유사시 지원 역할을 맡게 되는 주일미군은 인도ㆍ태평양사령부의 핵심 전력이다. 이런 구조에서 한일 양국이 미국을 거치지 않고도 1급 기밀을 제외한 군사 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지소미아다.

■ '족쇄' 풀자마자 "아시아에 미사일 배치"..."중국 미사일 1,740기, 한국·일본 겨냥"

지난해 미국이 지출한 국방비는 6천4백90억 달러였다. 2위부터 10위까지 9개 국가 국방비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인도ㆍ태평양사령부의 출현은 이런 막강한 군사력의 미국이 전력의 무게 중심을 중동에서 태평양 쪽으로 틀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른바 '셰일 혁명'을 통해 미국이 주요 산유국이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후 중국의 해상 진출 관문인 남중국해와 한반도 인근으로 미국이 항공모함 등 전력 자산을 전개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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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7함대 소속 미사일 구축함인 웨인메이어함(DDG-108). 웨인메이어함은 8월 28일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 인근을 항행했다(출처: 폭스뉴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견제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펼쳤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러시아 조기 경보통제기 1대는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한일 갈등으로 인한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틈새를 파고든 고도로 계산된 도발이었다.

이런 중국과 러시아에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의지를 천명하며 응수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못 하도록 '족쇄' 역할을 해 온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지 단 하루 만인 지난 3일, 마크 에스퍼 장관은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미사일 보유고의 80% 이상이 중거리 시스템"이라고 강조해 미국의 INF 탈퇴가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전력 증강에 대한 대응 차원임을 드러냈다.

‘괌킬러’로 불리는 중국의 ‘둥펑-26’ 미사일. 중국은 올해 1월, 이 미사일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출처: 데일리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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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INF 조약에 묶여 있는 사이 중국은 자유롭게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증강해 왔고,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5월 펴낸 보고서는 "유사시 한국과 일본의 미군 기지를 겨냥한 중국의 준중거리·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지대지 순항 미사일이 최대 1,740기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특히, "중국은 괌까지 타격할 수 있어 '괌 킬러'로 불리는 '둥펑(DF)-26'을 비롯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1년 사이 무려 5배 이상 증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처럼 중국 미사일 전력의 위협을 부각하며 현지 시각 8월 18일, 캘리포니아주 샌 니컬러스 섬에서 지상발사형 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INF 조약 탈퇴 보름 만에 이뤄진 일이다. 미국 국방부는 해당 미사일이 토마호크의 개량형으로 500㎞를 날아갔다고 밝혔지만, 발사대는 MK-41을 사용했다. MK-41은 유럽 일부 국가에도 배치된 것으로 사거리 2,500㎞ 이상의 미사일을 쏠 수 있다.

■ 중국 "우리 미사일은 방어용"...한국·일본엔 "미사일 배치하면 총알받이" 경고

시험발사는 실전 배치를 하겠다는 의미다. '아시아 배치' 계획을 공개 거론한 뒤 시험발사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한 것을 보면, 미국은 머지않아 동맹국을 상대로 미사일 배치를 직접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이 "군비 경쟁이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중국은 '군비 경쟁에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의 계략'이라고 반발한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5일 자 사설을 통해 "슈퍼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미국의 고집이 아시아 불안정의 최대 원인"이라고 반발하면서 "중국의 경제력은 지금보다 훨씬 큰 국방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미·중 양국 모두 손실을 보는 새로운 전선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붕괴하는 과정을 지켜본 중국의 경계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INF 조약을 공식 탈퇴한 현지 시각 8월 2일 “INF 조약을 대체할 새로운 군비통제 조약에 중국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이런 중국을 향해 '그렇다면, 미사일을 줄이자'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일, INF 조약을 공식 탈퇴하자마자 중국을 아우르는 새로운 합의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과거 INF 조약과 같은 협정을 다시 맺어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까지 미사일 배치를 못 하도록 족쇄를 채우자는 제안이다. 미국의 '아시아 미사일 배치' 언급은 중국을 새로운 군축 협정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이 인민해방군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사열하고 있다(2017년 7월 30일)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중국은 몸서리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8월 6일 대변인 명의의 입장을 통해 "미국은 INF 탈퇴 등 문제에서 걸핏하면 중국을 핑계로 삼아 '중국 미사일 위협론'을 주장했다"면서 "이는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중국의 국방 정책은 방어를 목적으로 한다. 중국은 영토가 광활하고 인구가 많아서 침략에 대비한 국방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국 본토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건 안보 차원에서 당연한 일인데 이를 이유로 '미국도 똑같이 중국 주변에 미사일을 배치한다'는 건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만약 중러가 대량의 미사일을 라틴 아메리카에 배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는 환구시보의 주장에도 이런 인식이 깔렸다.

중국은 동시에 미사일 배치 후보지로 꼽히는 한국과 일본에도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푸총 중국 외교부 군축사 사장은 8월 6일 현지 기자들에게 "중국 주변국에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한국과 일본을 향해 "살기등등한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며 과격한 경고를 날렸다.

■ "'미사일'엔 '미사일'로 억지력 늘린다"...이미 시작된 미·중·러 군비경쟁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깊이 실망했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한반도의 안보를 복잡하게 하고, 미군 병력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현지 시각 8월 25일 올린 트윗 글이다. '미군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언급에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주한미군이 노출돼 있다는 현실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북한 미사일 전력에 상응한 미국의 미사일 전력은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사거리 300㎞의 에이태킴스(ATACMS)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아시아에 배치하려는 중거리 미사일이 '창'이라면 한미일 삼각 공조를 통한 군사 정보 공유 체제는 '방패'에 해당한다. 지소미아에 따라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 이지스함 6척,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7대 등 고급 정보자산을 통해 얻은 영상정보 등을 한국에 제공하도록 돼 있다.

미국은 지소미아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며 현재 한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끊임없이 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연이어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을 두고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실질적 타격 대상은 한국이며,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진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군이 주둔한 동맹국들의 미사일 방어 전략을 진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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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꺼내 든 미국의 '아시아 미사일 배치' 카드는 열세인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미사일 전력을 강화함으로써 '억지력'을 확보해 힘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은 다가오는 10월 1일 국경절 열병식을 최대 규모로 연다고 밝혔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사거리가 14,000km에 달하고 지구상 모든 표적을 오차범위 100m 이내에서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신형 열핵추진 미사일 시험 폭발 사고(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러시아 역시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러시아도 상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다자 군축 협정 제안에도 러시아 군 당국은 "중국은 (협정에) 참여하길 원치 않는다"면서 "다자 조약을 체결한다면 중국뿐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INF) 조약 탈퇴를 통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러시아도 한편에선 군비 경쟁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8일, 러시아 북부 해군 훈련장에서는 신형 열핵추진 순항 미사일 시험 중 대형 폭발 사고가 나기도 했다. 사고를 낸 미사일은 '9M730 부레베스트닉'이란 이름의 미사일로, 뉴욕타임스는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무제한의 사정거리를 지니고 있으며, 기존 방어 체계로는 사실상 격추가 불가능한 무기"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이렇듯 핵 추진이나 초음속 미사일 같은 차세대 미사일 개발 경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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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건 북한이다. 지난달 초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랄프 코사 태평양포럼 석좌는 미국의소리 방송, VOA에 "(과거와 다른) 분명 새로운 미사일 시스템"이라며 "북한이 한국을 혼란에 빠뜨릴 추가적인 옵션을 갖게 됐음을 한국과 미국에 증명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VOA는 특히, "북한이 8월 24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중국의 다연장 로켓과 유사하다"며 "중국의 기술을 받아들여 역 설계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ASBM)인 ‘둥펑-21D’. 지난 6월 실시된 남중국해 훈련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훈련에 미국은 당시 “도발 행위를 삼가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의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반응의 온도 차나 대응을 종합해 보면, 미국이 진짜 위협으로 느끼는 건 중국의 미사일로 보인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16년 발표한 국가별 핵무기 현황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260기에 이른다. 미국(7,000기)과 러시아(7,290기)에 비교할 바 아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중국과의 오랜 밀월 관계를 끝내고 중국 제압에 나선 미국은 이런 중국의 전력이 주변 동맹국과 자국의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INF 체결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핵미사일을 마음대로 개발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해 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런 긴장 관계는 중국의 패권 도전과 미국의 대중국 정책 변경에 따라 서로 적이 됐기 때문에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F-16V 전투기 타이완 판매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8월 29일 오전 미국 공군의 특수작전기 1대가 중국과 타이완 사이의 '타이완 해협'을 비행했다. 미국은 앞서 8월 23일 상륙수송함 '그린 베이'와 미사일 순양함 '레이크 이리'를 타이완 해협에 보낸 바 있다. 중국군은 지난 6월 말, 남중국해에서 군함이나 항공모함을 격침하기 위해 개발된 대함탄도미사일(ASBM)을 여러 발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의 중국 인근 미사일 배치 계획은 중국을 겨냥한 상시적이고 영구적인 포위망을 구축해 미사일 전력에 기반을 둔 중국의 미국 방어 전략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8월 2일, 태국 방콕)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8월 21일, 중국 베이징)
이런 상황은 중국뿐 아니라 미사일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동맹국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 배치하려는 미사일이 재래식이라고 하지만, 핵탄두만 탑재하면 바로 핵미사일이 될 수 있다. 미·중 간 미사일 대전이 본격화하면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는 압박도 더욱 거세지고 노골화될 것이다. 지소미아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으로 한국은 벌써 그 한복판에 들어서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으로선 '핵우산 제공'을 명분으로 설득에 나설 수 있지만, 배치 대상으로 거론될 국가는 내부적으로도 극심한 논쟁에 휩싸일 것이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가능성이 높은, 곧 다가올 수 있는 미래'에 잘 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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