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유일한 우군’ 폭스뉴스야! 너마저?”…트럼프의 ‘애착’과 ‘집착’ 사이

입력 2019.09.05 (09:03) 수정 2019.09.05 (11: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애청한다고 밝혀온 폭스뉴스가 말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낯선 광경이다.

미국 주류 언론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친 트럼프 성향 매체로 꼽혀 그의 '우군'으로 불린 폭스뉴스. 겉보기에 둘 사이 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금이 가고 있는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는 더는 내 편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비판하자 "우리는 당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폭스뉴스 앵커가 반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진정 실망한 걸까, 아니면 '예전으로 돌아가 달라'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는 걸까.

■ ‘폭스, 예전 같지 않다’ 불평한 대통령에게 ‘가짜뉴스 기준’ 들이댄 앵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국민을 위해 이기려는 것이다. 폭스뉴스는 수백만 명의 위대한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매체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폭스는 더는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각 8월 28일, 트윗에 올린 글이다. 폭스뉴스가 소칠 이노호사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홍보 담당관 인터뷰 영상을 내보낸 직후 올린 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가 원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는 DNC 담당관을 통해 민주당원들을 과도하게 홍보했다"고 비난했다. 진행자 샌드라 스미스를 향해서도 "앵커는 전혀 반발하지 않았다. 폭스는 토론조차 진행할 줄 모르다니 형편없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닐 카부토 앵커가 자신의 프로그램인 ‘클로징멘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폭스뉴스)닐 카부토 앵커가 자신의 프로그램인 ‘클로징멘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폭스뉴스)

그러자 닐 카부토 폭스뉴스 앵커가 "우리는 당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나의 일은 당신을 취재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카부토는 트럼프가 올해 초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따져 매긴 폭스뉴스 기자 순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던 인물이다.

카부토 앵커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의 공정한 보도에 염증을 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의 일은 당신에게 굽신거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싫어하는 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가짜뉴스가 아니며, 대통령의 실제 발언을 전혀 다루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가짜뉴스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용이 틀렸을 때 가짜뉴스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자유세계의 지도자라는 이유로 무임승차(자유언론)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 ‘보수 채널’ 폭스뉴스 - 트럼프, 공생관계?…“내 편 든 앵커는 만점!”

1996년 10월, 방송을 시작한 폭스뉴스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설립했다. 머독 특유의 보수주의 경향으로 인기를 끌어 CNN과 CBS, NBC, ABC 등 기존 매체들과 경쟁 체제를 구축했으며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을 뭉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매체로 유명한 채널이다. '폭스뉴스가 공화당 편향적인 보도를 한다'는 지적에 2006년 머독은 "폭스뉴스는 양쪽에 열려있으나 지금까지는 한쪽이 독점하고 있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대선 전부터 러시아 스캔들 관련 소식을 집요하게 보도해온 다른 주류 언론과 달리 폭스뉴스는 트럼프 진영의 반박이나 대응 상황을 함께 전해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은 폭스뉴스도 '적당히 눈치 본다. 진보적이다'라는 불만을 늘어놓는다.

사방이 적인 언론 환경에서 유일한 우군으로 여겼던 걸까. 트럼프는 폭스뉴스를 거의 매일 본다며 애청자임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방송 프로그램 시청 소감을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린 적도 있고, 현 정권에 비판적인 매체를 '가짜뉴스'로 몰아세운 것과 달리 폭스뉴스는 '진짜 뉴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션 해니티 앵커가 뮬러특검과 그 측근들을 범죄집단에 비유하며 비판하고 있다 (출처: 폭스뉴스)션 해니티 앵커가 뮬러특검과 그 측근들을 범죄집단에 비유하며 비판하고 있다 (출처: 폭스뉴스)

터커 칼슨 앵커가 판문점 회담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회담 내내 북미 정상을 밀착 취재하도록 기회를 줬다 (출처: 폭스뉴스)터커 칼슨 앵커가 판문점 회담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회담 내내 북미 정상을 밀착 취재하도록 기회를 줬다 (출처: 폭스뉴스)

또,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물론 측근들도 폭스뉴스에 독점 출연해 정책이나 입장을 설명하는 경우도 많았다. 세계의 이목을 끌만한 이벤트에 대한 단독 취재나 인터뷰 기회도 폭스뉴스 차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전후, 폭스뉴스의 션 해니티 앵커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6월 판문점 회동 내내 밀착 취재 기회를 거머쥔 터커 칼슨 앵커는 "김정은 위원장이 폐기종 환자처럼 가쁘게 숨을 쉬어 그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느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에 압도당한 것 같았다. 형님이 동생을 만나는 분위기였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션 해니티와 터커 칼슨은 트럼프가 충성도 점수에서 만점을 준 앵커들이다.

■ “폭스뉴스에 대체 무슨 일이?”…머독家 경영권 세습 뒤 변화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출신 인사들을 정부나 백악관 고위 관료로 중용하기도 해 주류언론으로부터 '공생 관계'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폭스에 대한 사랑이 지나쳤던 걸까. 주류언론을 배척해온 대통령이 충성도를 따져 순위를 매겼고 그 점수가 공개됐을 때 해당 앵커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아무리 친 트럼프 성향이 강한 앵커라도 언론인으로서 반길 일은 아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의 헤더 나워트 前 국무부 대변인(왼쪽)과 폭스뉴스 기고가 출신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출처: 게티이미지)폭스뉴스 앵커 출신의 헤더 나워트 前 국무부 대변인(왼쪽)과 폭스뉴스 기고가 출신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출처: 게티이미지)

트럼프가 폭스뉴스 앵커의 순위를 매겼다는 미국 주간지 뉴요커의 보도가 나오자 주류언론은 트럼프와 폭스뉴스를 싸잡아 맹폭했다. 당시 뉴요커는 2018년 초, CNN이 처음 보도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불 의혹에 대해 폭스뉴스가 의도적으로 기사를 막았다고 폭로했다. 폭스뉴스가 CNN 보도가 나오기 전에 관련 사실을 먼저 확인했음에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와 폭스뉴스 간 '밀월 관계'는 최근 몇 달 새 틀어진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12번 이상 폭스뉴스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달 여름 휴가를 보낸 뒤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폭스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폭스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 관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시점은 올해 초였다. 폭스뉴스의 모기업인 폭스코퍼레이션이 지난 3월, 영화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뉴스와 스포츠 채널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선포했는데 이를 이끈 건 루퍼트 머독 회장이 아니라 그의 장남인 라클런 머독 회장이었다. 라클런이 폭스코퍼레이션의 회장이자 CEO 자리에 오른 것이다.

루퍼트 머독(가운데)과 장남 라클런 머독(왼쪽), 차남 제임스 머독 (출처: 데일리매일)루퍼트 머독(가운데)과 장남 라클런 머독(왼쪽), 차남 제임스 머독 (출처: 데일리매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눈 루퍼트 머독과 달리 대통령은 라클런에게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라클런은 온건 보수 성향으로 트럼프에게 불만을 가진 걸로 알려졌다. 특히 그가 발표한 폭스의 새 이사진에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둬온 폴 라이언 전 하원 의장이 포함됐고,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 캠프를 총괄했고 2016년 대선 기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지낸 도나 브러질이 고정 패널로 폭스 뉴스에 합류했다.

머독가의 경영권 세습을 거치면서 폭스뉴스의 인적 구성과 함께 뉴스 방향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민주당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은 물론 다른 후보들에게도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난 지난달 초 폭스뉴스의 여론조사 보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 ‘트윗·보수 유튜버’와 함께 주류 언론과 싸워온 트럼프, ‘폭스, 강력한 우군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미국 대통령들과 정책 기조의 '틀'부터 다르다. '괴짜다움'으로 대변됐던 그만의 노선은 대통령 당선 뒤, '반세계화'와 '반이민', '반공산주의', '국가주의' 등의 기치를 내걸고 정책으로 실현돼 세계를 뒤흔들어왔다. 그는 중국과의 밀월관계와 친 이슬람, 친이민 정책 등이 그동안 미국을 쇠퇴시켰다며 세계화, 즉 '글로벌리즘'에 맞서야 한다고 주창해왔다.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조우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 트럼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 간 냉랭한 분위기가 노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선 상대였던 힐러리 전 장관,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조작극을 벌여 자신을 탄핵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조우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 트럼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 간 냉랭한 분위기가 노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선 상대였던 힐러리 전 장관,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조작극을 벌여 자신을 탄핵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연관 기사]
[글로벌 돋보기] ‘오바마 도청’으로 반격 나선 트럼프…‘맞불 특검’ 카드로 대선판 흔든다
[글로벌 돋보기] 美 민주당 직원 ‘세스 리치’ 살해 배후는?…트럼프의 반격이 주목되는 이유

이런 자신의 노선에 반하는 세력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기득권 세력’이라고 부르며 대선 기간에는 그들을 '오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진영이 말하는 기득권세력은 수십 년 간 워싱턴 정가를 지배해온 정치·경제와 외교, 문화까지 아우르는 권력집단으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 망라한다. 오바마 정권까지는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시스템으로 유지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트럼프는 이 공식마저 깨버렸다.

‘국제회의에서 트럼프 자신이 고립됐고 외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제목의 MSNBC 보도 인터넷 기사 캡처‘국제회의에서 트럼프 자신이 고립됐고 외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제목의 MSNBC 보도 인터넷 기사 캡처


[연관 기사]
[글로벌 돋보기] ‘국가주의자’ 트럼프 勝?…급변하는 세계질서
[글로벌 돋보기] 한때 ‘브로맨스’ 마크롱-트럼프…‘존슨’ 등장하면 완전 결별?

이런 그가 예상을 뒤집고 대통령 후보가 되자 공화당 내부에서도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이 새어나왔다. 폭스뉴스도 이때까지만해도 트럼프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주류언론은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세계화를 지향하는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의 불화도 부각해왔다.

대선 당시 '트럼프 때리기'의 최전선에 있었던 미국의 주류언론은 '미국 역사상 대통령과 언론이 이렇게 싸운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여전히 트럼프와 크고 작은 일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언론에 '트윗'으로 대응해왔다. 언론보도에 대한 반박부터 자신이 거둔 성과를 나열하며 자랑을 늘어놓는가 하면 주요 홍보 수단으로도 활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 공개해 ‘군사기밀 누출’ 논란을 빚은 이란 우주센터 위성사진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 공개해 ‘군사기밀 누출’ 논란을 빚은 이란 우주센터 위성사진


[연관 기사] [글로벌 돋보기] ‘미성년자 성착취’ 억만장자의 미스터리한 죽음 그리고 ‘권력의 그림자’

때로는 기밀까지 슬쩍 흘려가며 정보력을 과시하는 모습에서는 대통령 권한을 십분 동원해 미디어 환경의 열세를 극복해온 그의 전략이 녹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고독한 승부사'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거나, 반대 진영에 대한 의혹 제기나 자신을 치켜세우는 내용의 개인 유튜버 방송을 리트윗하기를 즐긴다. '기득권세력 즉, 오물 청소를 하고 있다'는 자신의 명제를 설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여전히 '아웃사이더'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이런 그에게 미국 케이블채널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폭스뉴스는 하늘이 내려준 원군임은 틀림없다.

■ 갈라서면 누가 더 손해? ... WP "아쉬운 쪽은 트럼프"

그런데 이런 폭스뉴스마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다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몇 달 동안 그가 호의적이지 않다고 간주해온 보도와 관련해, 보수 성향 폭스뉴스에 점점 더 울컥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폭스뉴스가 더는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으니 다른 매체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소개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다른 채널로의 이동을 촉구하는 것은 폭스의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에 호감을 가진 미국인들이 그만큼 폭스뉴스를 많이 보고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러나 "트럼프와 폭스는 공생관계다. 일방통행이 아니다. 폭스가 트럼프에게 위협적인 논조를 펴거나 다소 덜 호의적이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에는 폭스가 트럼프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트럼프가 폭스를 더 필요로 할 것"이라고 폭스의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폭스를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로부터 54%의 지지를 얻고 있고, 트럼프 지지자 41% 중 절반이 폭스를 가장 신뢰한다"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했다. 각자의 지지자들이 얽히고설켜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떼기 어려운 사이지만, 폭스를 신뢰하는 시청자의 트럼프 지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트럼프가 불리하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일 “우리의 진짜 적은 민주당이나 점점 줄어드는 공화당원 숫자가 아니라 가짜뉴스 미디어. 미국 역사상 미디어가 이렇게 나빴던 적은 없다”며 주류 언론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윗)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일 “우리의 진짜 적은 민주당이나 점점 줄어드는 공화당원 숫자가 아니라 가짜뉴스 미디어. 미국 역사상 미디어가 이렇게 나빴던 적은 없다”며 주류 언론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윗)

"폭스는 공화당이나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매체에 비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것 뿐이다" 닐 카부토 앵커의 말이다. 러시아스캔들을 비롯한 숱한 사안을 놓고 주류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할 때 폭스뉴스가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 편을 들었다는 지적에 대한 답으로 들린다.

하지만 폭스뉴스도 오바마 정부와는 지금의 트럼프 정부와 주류 언론처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를 출연 매체에서 배제했고 백악관은 "폭스뉴스가 진정한 뉴스 채널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2009년 행정장관 회견 취재기자단에서도 폭스뉴스를 제외했다. '폭스뉴스에 출연하지 말라는 백악관의 경고를 받았다"는 민주당 자문위원의 폭로도 나와 논란이 됐었다.

아군과 적의 세(勢) 차이는 있지만, '내 편이 아니면 배척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오바마 정부 시절 목격된 권력과 언론 간 밀월과 충돌은 속성의 본질 차원에서 다르지 않다. 다만, 사실상 '자신을 위해 일하라'는 트럼프의 발언은 폭스뉴스 기자들의 남은 자존심까지 건드리기에 충분했을 법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돋보기] “‘유일한 우군’ 폭스뉴스야! 너마저?”…트럼프의 ‘애착’과 ‘집착’ 사이
    • 입력 2019-09-05 09:03:41
    • 수정2019-09-05 11:05:48
    글로벌 돋보기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애청한다고 밝혀온 폭스뉴스가 말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낯선 광경이다.

미국 주류 언론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친 트럼프 성향 매체로 꼽혀 그의 '우군'으로 불린 폭스뉴스. 겉보기에 둘 사이 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금이 가고 있는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는 더는 내 편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비판하자 "우리는 당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폭스뉴스 앵커가 반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진정 실망한 걸까, 아니면 '예전으로 돌아가 달라'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는 걸까.

■ ‘폭스, 예전 같지 않다’ 불평한 대통령에게 ‘가짜뉴스 기준’ 들이댄 앵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국민을 위해 이기려는 것이다. 폭스뉴스는 수백만 명의 위대한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매체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폭스는 더는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각 8월 28일, 트윗에 올린 글이다. 폭스뉴스가 소칠 이노호사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홍보 담당관 인터뷰 영상을 내보낸 직후 올린 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가 원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는 DNC 담당관을 통해 민주당원들을 과도하게 홍보했다"고 비난했다. 진행자 샌드라 스미스를 향해서도 "앵커는 전혀 반발하지 않았다. 폭스는 토론조차 진행할 줄 모르다니 형편없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닐 카부토 앵커가 자신의 프로그램인 ‘클로징멘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폭스뉴스)
그러자 닐 카부토 폭스뉴스 앵커가 "우리는 당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나의 일은 당신을 취재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카부토는 트럼프가 올해 초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따져 매긴 폭스뉴스 기자 순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던 인물이다.

카부토 앵커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의 공정한 보도에 염증을 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의 일은 당신에게 굽신거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싫어하는 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가짜뉴스가 아니며, 대통령의 실제 발언을 전혀 다루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가짜뉴스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용이 틀렸을 때 가짜뉴스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자유세계의 지도자라는 이유로 무임승차(자유언론)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 ‘보수 채널’ 폭스뉴스 - 트럼프, 공생관계?…“내 편 든 앵커는 만점!”

1996년 10월, 방송을 시작한 폭스뉴스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설립했다. 머독 특유의 보수주의 경향으로 인기를 끌어 CNN과 CBS, NBC, ABC 등 기존 매체들과 경쟁 체제를 구축했으며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을 뭉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매체로 유명한 채널이다. '폭스뉴스가 공화당 편향적인 보도를 한다'는 지적에 2006년 머독은 "폭스뉴스는 양쪽에 열려있으나 지금까지는 한쪽이 독점하고 있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대선 전부터 러시아 스캔들 관련 소식을 집요하게 보도해온 다른 주류 언론과 달리 폭스뉴스는 트럼프 진영의 반박이나 대응 상황을 함께 전해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은 폭스뉴스도 '적당히 눈치 본다. 진보적이다'라는 불만을 늘어놓는다.

사방이 적인 언론 환경에서 유일한 우군으로 여겼던 걸까. 트럼프는 폭스뉴스를 거의 매일 본다며 애청자임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방송 프로그램 시청 소감을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린 적도 있고, 현 정권에 비판적인 매체를 '가짜뉴스'로 몰아세운 것과 달리 폭스뉴스는 '진짜 뉴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션 해니티 앵커가 뮬러특검과 그 측근들을 범죄집단에 비유하며 비판하고 있다 (출처: 폭스뉴스)
터커 칼슨 앵커가 판문점 회담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회담 내내 북미 정상을 밀착 취재하도록 기회를 줬다 (출처: 폭스뉴스)
또,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물론 측근들도 폭스뉴스에 독점 출연해 정책이나 입장을 설명하는 경우도 많았다. 세계의 이목을 끌만한 이벤트에 대한 단독 취재나 인터뷰 기회도 폭스뉴스 차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전후, 폭스뉴스의 션 해니티 앵커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6월 판문점 회동 내내 밀착 취재 기회를 거머쥔 터커 칼슨 앵커는 "김정은 위원장이 폐기종 환자처럼 가쁘게 숨을 쉬어 그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느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에 압도당한 것 같았다. 형님이 동생을 만나는 분위기였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션 해니티와 터커 칼슨은 트럼프가 충성도 점수에서 만점을 준 앵커들이다.

■ “폭스뉴스에 대체 무슨 일이?”…머독家 경영권 세습 뒤 변화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출신 인사들을 정부나 백악관 고위 관료로 중용하기도 해 주류언론으로부터 '공생 관계'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폭스에 대한 사랑이 지나쳤던 걸까. 주류언론을 배척해온 대통령이 충성도를 따져 순위를 매겼고 그 점수가 공개됐을 때 해당 앵커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아무리 친 트럼프 성향이 강한 앵커라도 언론인으로서 반길 일은 아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의 헤더 나워트 前 국무부 대변인(왼쪽)과 폭스뉴스 기고가 출신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출처: 게티이미지)
트럼프가 폭스뉴스 앵커의 순위를 매겼다는 미국 주간지 뉴요커의 보도가 나오자 주류언론은 트럼프와 폭스뉴스를 싸잡아 맹폭했다. 당시 뉴요커는 2018년 초, CNN이 처음 보도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불 의혹에 대해 폭스뉴스가 의도적으로 기사를 막았다고 폭로했다. 폭스뉴스가 CNN 보도가 나오기 전에 관련 사실을 먼저 확인했음에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와 폭스뉴스 간 '밀월 관계'는 최근 몇 달 새 틀어진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12번 이상 폭스뉴스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달 여름 휴가를 보낸 뒤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폭스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폭스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 관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시점은 올해 초였다. 폭스뉴스의 모기업인 폭스코퍼레이션이 지난 3월, 영화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뉴스와 스포츠 채널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선포했는데 이를 이끈 건 루퍼트 머독 회장이 아니라 그의 장남인 라클런 머독 회장이었다. 라클런이 폭스코퍼레이션의 회장이자 CEO 자리에 오른 것이다.

루퍼트 머독(가운데)과 장남 라클런 머독(왼쪽), 차남 제임스 머독 (출처: 데일리매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눈 루퍼트 머독과 달리 대통령은 라클런에게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라클런은 온건 보수 성향으로 트럼프에게 불만을 가진 걸로 알려졌다. 특히 그가 발표한 폭스의 새 이사진에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둬온 폴 라이언 전 하원 의장이 포함됐고,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 캠프를 총괄했고 2016년 대선 기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지낸 도나 브러질이 고정 패널로 폭스 뉴스에 합류했다.

머독가의 경영권 세습을 거치면서 폭스뉴스의 인적 구성과 함께 뉴스 방향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민주당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은 물론 다른 후보들에게도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난 지난달 초 폭스뉴스의 여론조사 보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 ‘트윗·보수 유튜버’와 함께 주류 언론과 싸워온 트럼프, ‘폭스, 강력한 우군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미국 대통령들과 정책 기조의 '틀'부터 다르다. '괴짜다움'으로 대변됐던 그만의 노선은 대통령 당선 뒤, '반세계화'와 '반이민', '반공산주의', '국가주의' 등의 기치를 내걸고 정책으로 실현돼 세계를 뒤흔들어왔다. 그는 중국과의 밀월관계와 친 이슬람, 친이민 정책 등이 그동안 미국을 쇠퇴시켰다며 세계화, 즉 '글로벌리즘'에 맞서야 한다고 주창해왔다.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조우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 트럼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 간 냉랭한 분위기가 노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선 상대였던 힐러리 전 장관,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조작극을 벌여 자신을 탄핵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연관 기사]
[글로벌 돋보기] ‘오바마 도청’으로 반격 나선 트럼프…‘맞불 특검’ 카드로 대선판 흔든다
[글로벌 돋보기] 美 민주당 직원 ‘세스 리치’ 살해 배후는?…트럼프의 반격이 주목되는 이유

이런 자신의 노선에 반하는 세력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기득권 세력’이라고 부르며 대선 기간에는 그들을 '오물'에 비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진영이 말하는 기득권세력은 수십 년 간 워싱턴 정가를 지배해온 정치·경제와 외교, 문화까지 아우르는 권력집단으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 망라한다. 오바마 정권까지는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시스템으로 유지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트럼프는 이 공식마저 깨버렸다.

‘국제회의에서 트럼프 자신이 고립됐고 외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제목의 MSNBC 보도 인터넷 기사 캡처

[연관 기사]
[글로벌 돋보기] ‘국가주의자’ 트럼프 勝?…급변하는 세계질서
[글로벌 돋보기] 한때 ‘브로맨스’ 마크롱-트럼프…‘존슨’ 등장하면 완전 결별?

이런 그가 예상을 뒤집고 대통령 후보가 되자 공화당 내부에서도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이 새어나왔다. 폭스뉴스도 이때까지만해도 트럼프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주류언론은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세계화를 지향하는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의 불화도 부각해왔다.

대선 당시 '트럼프 때리기'의 최전선에 있었던 미국의 주류언론은 '미국 역사상 대통령과 언론이 이렇게 싸운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여전히 트럼프와 크고 작은 일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언론에 '트윗'으로 대응해왔다. 언론보도에 대한 반박부터 자신이 거둔 성과를 나열하며 자랑을 늘어놓는가 하면 주요 홍보 수단으로도 활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 공개해 ‘군사기밀 누출’ 논란을 빚은 이란 우주센터 위성사진

[연관 기사] [글로벌 돋보기] ‘미성년자 성착취’ 억만장자의 미스터리한 죽음 그리고 ‘권력의 그림자’

때로는 기밀까지 슬쩍 흘려가며 정보력을 과시하는 모습에서는 대통령 권한을 십분 동원해 미디어 환경의 열세를 극복해온 그의 전략이 녹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고독한 승부사'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거나, 반대 진영에 대한 의혹 제기나 자신을 치켜세우는 내용의 개인 유튜버 방송을 리트윗하기를 즐긴다. '기득권세력 즉, 오물 청소를 하고 있다'는 자신의 명제를 설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여전히 '아웃사이더'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이런 그에게 미국 케이블채널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폭스뉴스는 하늘이 내려준 원군임은 틀림없다.

■ 갈라서면 누가 더 손해? ... WP "아쉬운 쪽은 트럼프"

그런데 이런 폭스뉴스마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다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몇 달 동안 그가 호의적이지 않다고 간주해온 보도와 관련해, 보수 성향 폭스뉴스에 점점 더 울컥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폭스뉴스가 더는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으니 다른 매체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소개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다른 채널로의 이동을 촉구하는 것은 폭스의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에 호감을 가진 미국인들이 그만큼 폭스뉴스를 많이 보고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러나 "트럼프와 폭스는 공생관계다. 일방통행이 아니다. 폭스가 트럼프에게 위협적인 논조를 펴거나 다소 덜 호의적이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에는 폭스가 트럼프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트럼프가 폭스를 더 필요로 할 것"이라고 폭스의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폭스를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로부터 54%의 지지를 얻고 있고, 트럼프 지지자 41% 중 절반이 폭스를 가장 신뢰한다"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했다. 각자의 지지자들이 얽히고설켜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떼기 어려운 사이지만, 폭스를 신뢰하는 시청자의 트럼프 지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트럼프가 불리하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일 “우리의 진짜 적은 민주당이나 점점 줄어드는 공화당원 숫자가 아니라 가짜뉴스 미디어. 미국 역사상 미디어가 이렇게 나빴던 적은 없다”며 주류 언론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윗)
"폭스는 공화당이나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매체에 비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것 뿐이다" 닐 카부토 앵커의 말이다. 러시아스캔들을 비롯한 숱한 사안을 놓고 주류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할 때 폭스뉴스가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 편을 들었다는 지적에 대한 답으로 들린다.

하지만 폭스뉴스도 오바마 정부와는 지금의 트럼프 정부와 주류 언론처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를 출연 매체에서 배제했고 백악관은 "폭스뉴스가 진정한 뉴스 채널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2009년 행정장관 회견 취재기자단에서도 폭스뉴스를 제외했다. '폭스뉴스에 출연하지 말라는 백악관의 경고를 받았다"는 민주당 자문위원의 폭로도 나와 논란이 됐었다.

아군과 적의 세(勢) 차이는 있지만, '내 편이 아니면 배척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오바마 정부 시절 목격된 권력과 언론 간 밀월과 충돌은 속성의 본질 차원에서 다르지 않다. 다만, 사실상 '자신을 위해 일하라'는 트럼프의 발언은 폭스뉴스 기자들의 남은 자존심까지 건드리기에 충분했을 법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