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병든 새우’② 바이러스·세균·기생충까지…“‘병든 새우’가 팔린다”

입력 2019.09.09 (09:04) 수정 2019.09.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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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산 냉동새우 65건 검사했더니 38%에서 바이러스 검출

KBS 탐사보도부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국내외 전문기관에 베트남산 냉동새우에 대한 질병 검사를 의뢰했다. 수산물 검역기관인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하 수품원)에 검체 14개, 호주 민간 검사기구인 제닉스(GENICS)에 검체 44개를 맡겼다. KBS 취재 시작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경찰도 자체적으로 검체 7개를 거둬 수품원에 맡긴 것이 확인됐다.

검사대상은 국내에 수입된 베트남산 냉동 흰다리새우 중 껍질을 까지 않아 머리와 꼬리가 모두 붙어있는 이른바 HOSO(Head on shell on) 새우다. 식용 HOSO 냉동새우는 검역이 강화된 지난해 4월부터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있다.


KBS와 경찰이 맡긴 검체는 모두 검역 과정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한 제품이었다. 따라서 재검사하면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거나, 나와도 아주 낮은 비율이어야 했다. 그러나 검체 65개 가운데 38%가 넘는 25개에서 4종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법정 전염병인 흰반점병 바이러스(White Spot Syndrome Virus, 이하 WSSV)가 6개, 전염성 피하 및 조혈기 괴사증 바이러스(Infectious Hypodermal and Haematopoietic Necrosis Virus, 이하 IHHNV)가 19개에서 나왔다. IHHNV가 나온 검체 2개에서는 법정 전염병은 아니지만 간췌장 파보바이러스(HPV)와 구상바큘로바이러스(MBV)도 각각 하나씩 검출됐다.

[내려받기]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검사결과(경찰 의뢰 제외)[PDF]
[내려받기] GENICS 검사결과[PDF]

발견된 4종의 바이러스는 인체 유해성이 보고된 적은 없다. 그러나 새우와 게, 가재 같은 갑각류를 숙주로 삼아 양식장에서 대량 폐사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병원체다. 구제역이나 돼지열병이 인체에는 해가 없지만, 돼지에 치명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뿐만 아니다. 취재진이 호주에 맡긴 검체 44개는 세균과 기생충 검사도 함께 받았다. 검사 결과, 검체 44개 가운데 97%가 넘는 43개에서 괴사성간췌장염(NHP)을 일으키는 세균이 검출됐다. 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남 신안과 충남 태안지역 양식어민을 괴롭히고 있는 급성간췌장괴사병(AHPND)을 일으키는 독소(PirA/B)도 검체 하나에서 발견됐다. 게다가 14개 검체에서는 미포자충(EHP)이라는 기생충도 나왔다.


■ 새우 질병 검사 어떻게 했나?

KBS는 2차례에 걸쳐 시중에 유통 중인 새우를 구매했다. 첫 검체 구매는 지난 5월 말 서울 노량진과 가락시장에서 이뤄졌다. 취재진은 수입업체 6곳의 베트남산 HOSO 냉동흰다리새우 제품 14개를 샀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해당 검체에 대해 흰반점병(WSSV), 노랑머리병(YHV), 전염성근괴사증(IMNV), 타우라증후군(TSV) 등 4개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한 중합효소 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이하 PCR)을 활용한 검사를 했다. PCR은 유전자를 분석하기 위해 DNA 또는 RNA에서 연구자가 원하는 부분을 대량으로 증폭하는 기술이다.

두 번째 검체 구매는 지난 6월 중하순에 진행했다. 서울 노량진과 가락, 마포, 강서, 구리 등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물론 경기도와 부산, 광주의 농협, 수협 매장과 식자재 판매장을 훑었다. 특정 지역에서만 검체를 수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편향을 줄이고, 좀 더 다양한 수출, 수입업체의 제품을 사들이는 게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수입업체 7곳의 제품 44개를 샀다.

호주의 전문기관 제닉스는 PCR의 정확도와 민감도를 높인 '쉬림프 멀티패스(Shrimp MultiPath)'라는 방식으로 검사했다. WSSV, IHHNV, IMNV, YHV, TSV 등 9종의 바이러스와 각종 세균과 기생충 등 모두 13가지 병원체를 한 번에 검사했다.


"대부분 병원체는 얼리고 포장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임상 증상이 없지만,
기생충이든 균이든 바이러스든 모두 RNA와 DNA를 갖고 있습니다.
쉬림프 멀티패스는 이 유전암호를 사용해 병원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합니다."

- 멜로니 셀라스 박사, 제닉스 대표


경찰은 지난 7월 초 한 수산물 수입업체의 성남에 있는 냉동창고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체 하나를 수품원에 맡긴 것으로 취재진은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해당 업체의 화물을 위탁 보관하는 부산의 한 냉동창고도 다녀갔다. 경찰이 여기서 검체 6개를 추가로 가져간 것도 확인했다.

■ 양식 어민 울리는 새우 흑사병 '흰반점병'

흰반점병은 1992년 타이완에서 처음 발병했다. 이후 국제교역을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이듬해인 1993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도 상륙했다. 1995년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발견됐다. 1999년에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 등 중앙아메리카까지 들불처럼 번졌다.

2016년 호주에서 발생한 흰반점병, photo by Dr. Ben Diggles, DAF Queensland2016년 호주에서 발생한 흰반점병, photo by Dr. Ben Diggles, DAF Queensland

국내 양식 어민들은 흰반점병에 속수무책이었다. 통계청 어업생산 동향을 보면, 1992년 양식 대하 생산량은 562톤, 양식 보리새우 생산량은 30톤이었다. 국내에서 흰반점병이 발병한 1993년 양식 대하 생산량은 반 토막 나 272톤으로 줄었고, 양식 보리새우 생산량도 1/3이 줄어 19톤이었다. 몇 년 뒤 어민들은 흰반점병에 가장 약했던 보리새우 양식을 포기했다.

이후 양식 대하 생산량은 2004년 2,426톤까지 크게 올랐다. 90년대 후반 소금시장이 개방되면서 많은 염전이 새우 양식장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역 대책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생산량 증가는 돌림병 창궐을 불러왔다. 2002년과 2005년 이상 기후와 질병으로 대하 생산량이 급감하자 양식 어민들은 대하보다 생존력이 강한 흰다리새우로 어종을 바꿨다.


"우리나라에서도 흰반점 바이러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대부분이 대하였습니다.
흰반점 바이러스에 대하가 가장 민감한 새우 종이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많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 정현도, 부경대학교 교수

"바이러스 중에서 많이 (전염력이) 높은 편이어서
심하게 감염된 (다른) 새우를 잡아먹었을 때 1주일 안에 폐사가 나타나요."

- 한지은, 경북대학교 교수


취재진은 흰반점병에 관해 연구자 자문을 구했다. 부경대학교 정현도 교수와 경북대학교 한지은 교수다. 정현도 교수는 어류 바이러스와 분자유전학 전문가다. 2014년 한 국책연구에 참여했다. 흰반점병 등 새우를 수입할 때 유입될 수 있는 질병의 위험성에 관한 연구였다. 한지은 교수는 갑각류 질병 전문가다. 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 전문연구원은 물론 갑각류 질병 진단 자문도 맡았다.

흰반점병은 새우는 물론 게와 가재 같은 갑각류가 흰반점병 바이러스(WSSV)에 감염될 때 발병한다. WSSV는 새우의 아가미와 다리처럼 외부로 노출된 기관은 물론 신경과 장기의 세포까지 전신을 공격한다. 병에 걸린 새우는 먹이를 잘 먹지 않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몸의 색이 짙어진다. 흰다리새우는 원래 희고 투명한데 색이 붉게 변하면 이런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흰반점병이 만성이 되면 질병의 이름처럼 새우 껍질에 최대 2~3mm 지름의 흰 반점이 생긴다. 급성으로 진행하면 흰 반점 없이 새우가 죽는 경우도 많다. 죽기 직전의 새우는 물 위에 떠다니다 새한테 잡아먹히고, 죽은 새우는 바닥에 가라앉아 다른 새우의 먹이가 된다. 양식장 내 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흰반점병이 흑사병처럼 양식장에 퍼지는 과정이다.

■ 부적합률 3% 안팎인데, 재검사했더니 열에 하나꼴로 부적합품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7월까지 16달 동안 수입된 식용 HOSO 냉동새우 1,926건, 3만 천백 톤을 검역했다. 이 가운데 실험실로 검체를 가져가 정밀검사한 양은 24%인 약 7천5백 톤으로 532건이다. 부적합 판정한 양은 2.5%인 8백 톤, 건수로는 3.5%인 67건이다. 불합격 사유는 흰반점병 64건, 노랑머리병 2건, 전염성근괴사증 1건이다.

취재진과 경찰이 맡긴 검체 65개에서 검역 대상 병원체가 나온 건 흰반점병 바이러스로 6개다. 종합해보면, 검역과정에서 부적합 판정한 비율은 3% 안팎인데, 검역을 통과한 제품을 재검사했더니 열에 하나꼴로 부적합이 나왔다. 검역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 검역은 왜 뚫렸나?…"기관의 한계, 임상검사의 한계"

검역의 정확도는 서류검사에서 임상검사, 정밀검사 순으로 높아진다. 그런데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전체 수입량의 4%만 무작위로 정밀검사한다. 대신 정밀검사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동일 국가·품종·생산시설에서 수출한 제품은 5회 연속 정밀검사한다. 예를 들어 왕새우국 임금님표 새우농장에서 생산한 흰다리새우가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면, 해당 양식장에서 수출하는 흰다리새우를 계속 정밀검사하는 식이다. 그 결과 전체 수입량의 25% 안팎을 정밀검사하고 있다.

앞에서 밝혔듯이 지난 16달 동안 수품원은 532차례 냉동새우를 정밀검사했다. 한 달 평균 33건이다. 정밀검사를 하면 부적합 여부를 판단하는데 닷새, 어떤 병원체인지 확인하는데 다시 닷새, 모두 열흘 정도 걸린다. 그런데 정밀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부산지원과 인천지원 2곳뿐이고, 전담인력은 열 명도 안 된다. 정밀검사를 늘리고 싶어도 한계가 있는 셈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임상검사 먼저하고 정밀검사하나요?}
수출하면서 (임상검사로) 걸렀다고 봐야 해서요.
임상 증상을 보기보다는 바로 분자생물학적(정밀검사)으로 봐야 해요."

- 한지은, 경북대학교 교수


더불어 정밀검사의 앞 단계인 임상검사도 한계가 있다. 수품원의 검역관은 임상검사를 진행한 뒤 제품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면 정밀검사로 넘길 수 있다. 문제는 새우를 직접 봐도 얼어있거나 임상 증상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 이하 OIE)에서 갑각류 질병 진단 업무를 맡았던 한지은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임상검사로 흰반점병을 판별해낼 확률이 5%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무작위 정밀검사 비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 1%도 안 되는 교역량 때문에 구멍 낸 검역

흰반점병이 10% 가까이 나온 것 말고도 검역의 구멍은 또 있다. WSSV와 함께 법정 전염병인 전염성 피하 및 조혈기 괴사증 바이러스(IHHNV)가 제닉스 검사에서 절반 가까이 나온 점이다. 취재진은 검사 결과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알렸다. 그러나 수품원은 IHHNV가 검역 대상이 아니라고 회신했다.

IHHNV는 WSSV처럼 전신성 질병으로 새우를 기형으로 만든다. 이른바 소형기형증후군(Runt Deformity Syndrome, 이하 RDS)이다. 새우가 IHHNV에 감염되면, 먹이를 먹어도 성장을 못하고, 이마뿔(Rostrum)이 한 방향으로 휘며, 복부 마지막 마디와 꼬리가 찌그러진다. WSSV와 비교하면 폐사율이 낮지만, 새우가 크지 못하기 때문에 양식 어민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흰다리새우의 경우에는 폐사보다는
성장을 저해한다거나 꼬리 쪽에 기형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도형, 부경대학교 교수


이런 IHHNV를 우리 정부가 검사하지 않는 이유는 호주의 이의제기 때문이었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는 수산동물질병 관리법 시행규칙(현 수산생물질병 관리법 시행규칙)을 제정할 때 IHHNV를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호주는 IHHNV가 양국에서 모두 발생하고 있어 검역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냈다.

IHHNV는 이미 2005년에 우리나라에서 보고됐다. 당시 국립수산과학원은 '어류이동병원'을 운영하며 양식장에 직접 찾아가 수산생물질병을 검사했다. 그 과정에서 2005년 12개체, 2006년 6개체가 IHHNV에 감염됐다고 보고했다. 호주와의 통상 마찰을 우려했던 정부는 결국 IHHNV를 갑각류 검역대상에서 제외했다. 단, 질병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식용에 한해서 IHHNV를 검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국내에서 IHHNV가 발견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과 호주 사이의 갑각류 수출입량을 보면 각각 연평균 10톤 안팎이었다. 당시 한국이 연평균 만 톤의 갑각류를 수출하고, 십만 톤이 넘는 갑각류를 수입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호주와의 갑각류 교역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IHHNV를 검역하지 않게 된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교역량을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당시 결정은 전체 갑각류 교역량의 1%도 차지하는 않는 호주와의 마찰을 피하려고 연평균 십만 톤이 넘는 갑각류가 IHHNV 검역 없이 수입되는 구멍을 만들었다.

■ 냉동새우 검역 1년…"좀 더 촘촘한 그물 필요"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냉장·냉동새우를 검역하기 시작했다. 전체 새우 교역량 가운데 대부분이 냉동새우고, 냉동새우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병원체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 반을 시행했지만, 곳곳에서 구멍이 보인다.

우선 정밀검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는 임상검사만으로 질병 감염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밀검사 비중을 높이기 위해 시설 확충과 인력 증원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양식장과 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검역 대상이 되는 병원체를 늘릴 필요가 있다. 법정 전염병이지만, 2009년부터 검역을 하지 않고 있는 전염성 피하 및 조혈기 괴사증이 대표적이다.

또, 더 엄격한 검역이 필요한 활새우나 냉장새우에 대해서는 지난 몇 년 새 국내에서 대규모 폐사를 일으키고 있는 급성간췌장괴사병(AHPND)과 미주대륙에서 큰 피해를 준 궤사성 간췌장염(NHP) 같은 세균성 질병에 대한 검역도 필요하다. 다행히 해양수산부는 이와 관련해 AHPND와 NHP를 검역 대상에 포함하는 수산생물질병 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지난달 19일 입법 예고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보상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집단 폐사의 원인을 규명하려면 역학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지고, 전파경로까지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민들의 신속한 신고가 필요한데,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발적인 신고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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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병든 새우’② 바이러스·세균·기생충까지…“‘병든 새우’가 팔린다”
    • 입력 2019-09-09 09:04:51
    • 수정2019-09-11 14:47:10
    탐사K
■ 베트남산 냉동새우 65건 검사했더니 38%에서 바이러스 검출

KBS 탐사보도부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국내외 전문기관에 베트남산 냉동새우에 대한 질병 검사를 의뢰했다. 수산물 검역기관인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하 수품원)에 검체 14개, 호주 민간 검사기구인 제닉스(GENICS)에 검체 44개를 맡겼다. KBS 취재 시작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경찰도 자체적으로 검체 7개를 거둬 수품원에 맡긴 것이 확인됐다.

검사대상은 국내에 수입된 베트남산 냉동 흰다리새우 중 껍질을 까지 않아 머리와 꼬리가 모두 붙어있는 이른바 HOSO(Head on shell on) 새우다. 식용 HOSO 냉동새우는 검역이 강화된 지난해 4월부터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있다.


KBS와 경찰이 맡긴 검체는 모두 검역 과정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한 제품이었다. 따라서 재검사하면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거나, 나와도 아주 낮은 비율이어야 했다. 그러나 검체 65개 가운데 38%가 넘는 25개에서 4종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법정 전염병인 흰반점병 바이러스(White Spot Syndrome Virus, 이하 WSSV)가 6개, 전염성 피하 및 조혈기 괴사증 바이러스(Infectious Hypodermal and Haematopoietic Necrosis Virus, 이하 IHHNV)가 19개에서 나왔다. IHHNV가 나온 검체 2개에서는 법정 전염병은 아니지만 간췌장 파보바이러스(HPV)와 구상바큘로바이러스(MBV)도 각각 하나씩 검출됐다.

[내려받기]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검사결과(경찰 의뢰 제외)[PDF]
[내려받기] GENICS 검사결과[PDF]

발견된 4종의 바이러스는 인체 유해성이 보고된 적은 없다. 그러나 새우와 게, 가재 같은 갑각류를 숙주로 삼아 양식장에서 대량 폐사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병원체다. 구제역이나 돼지열병이 인체에는 해가 없지만, 돼지에 치명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뿐만 아니다. 취재진이 호주에 맡긴 검체 44개는 세균과 기생충 검사도 함께 받았다. 검사 결과, 검체 44개 가운데 97%가 넘는 43개에서 괴사성간췌장염(NHP)을 일으키는 세균이 검출됐다. 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남 신안과 충남 태안지역 양식어민을 괴롭히고 있는 급성간췌장괴사병(AHPND)을 일으키는 독소(PirA/B)도 검체 하나에서 발견됐다. 게다가 14개 검체에서는 미포자충(EHP)이라는 기생충도 나왔다.


■ 새우 질병 검사 어떻게 했나?

KBS는 2차례에 걸쳐 시중에 유통 중인 새우를 구매했다. 첫 검체 구매는 지난 5월 말 서울 노량진과 가락시장에서 이뤄졌다. 취재진은 수입업체 6곳의 베트남산 HOSO 냉동흰다리새우 제품 14개를 샀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해당 검체에 대해 흰반점병(WSSV), 노랑머리병(YHV), 전염성근괴사증(IMNV), 타우라증후군(TSV) 등 4개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한 중합효소 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이하 PCR)을 활용한 검사를 했다. PCR은 유전자를 분석하기 위해 DNA 또는 RNA에서 연구자가 원하는 부분을 대량으로 증폭하는 기술이다.

두 번째 검체 구매는 지난 6월 중하순에 진행했다. 서울 노량진과 가락, 마포, 강서, 구리 등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물론 경기도와 부산, 광주의 농협, 수협 매장과 식자재 판매장을 훑었다. 특정 지역에서만 검체를 수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편향을 줄이고, 좀 더 다양한 수출, 수입업체의 제품을 사들이는 게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수입업체 7곳의 제품 44개를 샀다.

호주의 전문기관 제닉스는 PCR의 정확도와 민감도를 높인 '쉬림프 멀티패스(Shrimp MultiPath)'라는 방식으로 검사했다. WSSV, IHHNV, IMNV, YHV, TSV 등 9종의 바이러스와 각종 세균과 기생충 등 모두 13가지 병원체를 한 번에 검사했다.


"대부분 병원체는 얼리고 포장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임상 증상이 없지만,
기생충이든 균이든 바이러스든 모두 RNA와 DNA를 갖고 있습니다.
쉬림프 멀티패스는 이 유전암호를 사용해 병원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합니다."

- 멜로니 셀라스 박사, 제닉스 대표


경찰은 지난 7월 초 한 수산물 수입업체의 성남에 있는 냉동창고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체 하나를 수품원에 맡긴 것으로 취재진은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해당 업체의 화물을 위탁 보관하는 부산의 한 냉동창고도 다녀갔다. 경찰이 여기서 검체 6개를 추가로 가져간 것도 확인했다.

■ 양식 어민 울리는 새우 흑사병 '흰반점병'

흰반점병은 1992년 타이완에서 처음 발병했다. 이후 국제교역을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이듬해인 1993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도 상륙했다. 1995년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발견됐다. 1999년에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 등 중앙아메리카까지 들불처럼 번졌다.

2016년 호주에서 발생한 흰반점병, photo by Dr. Ben Diggles, DAF Queensland
국내 양식 어민들은 흰반점병에 속수무책이었다. 통계청 어업생산 동향을 보면, 1992년 양식 대하 생산량은 562톤, 양식 보리새우 생산량은 30톤이었다. 국내에서 흰반점병이 발병한 1993년 양식 대하 생산량은 반 토막 나 272톤으로 줄었고, 양식 보리새우 생산량도 1/3이 줄어 19톤이었다. 몇 년 뒤 어민들은 흰반점병에 가장 약했던 보리새우 양식을 포기했다.

이후 양식 대하 생산량은 2004년 2,426톤까지 크게 올랐다. 90년대 후반 소금시장이 개방되면서 많은 염전이 새우 양식장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역 대책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생산량 증가는 돌림병 창궐을 불러왔다. 2002년과 2005년 이상 기후와 질병으로 대하 생산량이 급감하자 양식 어민들은 대하보다 생존력이 강한 흰다리새우로 어종을 바꿨다.


"우리나라에서도 흰반점 바이러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대부분이 대하였습니다.
흰반점 바이러스에 대하가 가장 민감한 새우 종이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많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 정현도, 부경대학교 교수

"바이러스 중에서 많이 (전염력이) 높은 편이어서
심하게 감염된 (다른) 새우를 잡아먹었을 때 1주일 안에 폐사가 나타나요."

- 한지은, 경북대학교 교수


취재진은 흰반점병에 관해 연구자 자문을 구했다. 부경대학교 정현도 교수와 경북대학교 한지은 교수다. 정현도 교수는 어류 바이러스와 분자유전학 전문가다. 2014년 한 국책연구에 참여했다. 흰반점병 등 새우를 수입할 때 유입될 수 있는 질병의 위험성에 관한 연구였다. 한지은 교수는 갑각류 질병 전문가다. 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 전문연구원은 물론 갑각류 질병 진단 자문도 맡았다.

흰반점병은 새우는 물론 게와 가재 같은 갑각류가 흰반점병 바이러스(WSSV)에 감염될 때 발병한다. WSSV는 새우의 아가미와 다리처럼 외부로 노출된 기관은 물론 신경과 장기의 세포까지 전신을 공격한다. 병에 걸린 새우는 먹이를 잘 먹지 않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몸의 색이 짙어진다. 흰다리새우는 원래 희고 투명한데 색이 붉게 변하면 이런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흰반점병이 만성이 되면 질병의 이름처럼 새우 껍질에 최대 2~3mm 지름의 흰 반점이 생긴다. 급성으로 진행하면 흰 반점 없이 새우가 죽는 경우도 많다. 죽기 직전의 새우는 물 위에 떠다니다 새한테 잡아먹히고, 죽은 새우는 바닥에 가라앉아 다른 새우의 먹이가 된다. 양식장 내 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흰반점병이 흑사병처럼 양식장에 퍼지는 과정이다.

■ 부적합률 3% 안팎인데, 재검사했더니 열에 하나꼴로 부적합품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7월까지 16달 동안 수입된 식용 HOSO 냉동새우 1,926건, 3만 천백 톤을 검역했다. 이 가운데 실험실로 검체를 가져가 정밀검사한 양은 24%인 약 7천5백 톤으로 532건이다. 부적합 판정한 양은 2.5%인 8백 톤, 건수로는 3.5%인 67건이다. 불합격 사유는 흰반점병 64건, 노랑머리병 2건, 전염성근괴사증 1건이다.

취재진과 경찰이 맡긴 검체 65개에서 검역 대상 병원체가 나온 건 흰반점병 바이러스로 6개다. 종합해보면, 검역과정에서 부적합 판정한 비율은 3% 안팎인데, 검역을 통과한 제품을 재검사했더니 열에 하나꼴로 부적합이 나왔다. 검역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 검역은 왜 뚫렸나?…"기관의 한계, 임상검사의 한계"

검역의 정확도는 서류검사에서 임상검사, 정밀검사 순으로 높아진다. 그런데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전체 수입량의 4%만 무작위로 정밀검사한다. 대신 정밀검사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동일 국가·품종·생산시설에서 수출한 제품은 5회 연속 정밀검사한다. 예를 들어 왕새우국 임금님표 새우농장에서 생산한 흰다리새우가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면, 해당 양식장에서 수출하는 흰다리새우를 계속 정밀검사하는 식이다. 그 결과 전체 수입량의 25% 안팎을 정밀검사하고 있다.

앞에서 밝혔듯이 지난 16달 동안 수품원은 532차례 냉동새우를 정밀검사했다. 한 달 평균 33건이다. 정밀검사를 하면 부적합 여부를 판단하는데 닷새, 어떤 병원체인지 확인하는데 다시 닷새, 모두 열흘 정도 걸린다. 그런데 정밀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부산지원과 인천지원 2곳뿐이고, 전담인력은 열 명도 안 된다. 정밀검사를 늘리고 싶어도 한계가 있는 셈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임상검사 먼저하고 정밀검사하나요?}
수출하면서 (임상검사로) 걸렀다고 봐야 해서요.
임상 증상을 보기보다는 바로 분자생물학적(정밀검사)으로 봐야 해요."

- 한지은, 경북대학교 교수


더불어 정밀검사의 앞 단계인 임상검사도 한계가 있다. 수품원의 검역관은 임상검사를 진행한 뒤 제품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면 정밀검사로 넘길 수 있다. 문제는 새우를 직접 봐도 얼어있거나 임상 증상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 이하 OIE)에서 갑각류 질병 진단 업무를 맡았던 한지은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임상검사로 흰반점병을 판별해낼 확률이 5%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무작위 정밀검사 비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 1%도 안 되는 교역량 때문에 구멍 낸 검역

흰반점병이 10% 가까이 나온 것 말고도 검역의 구멍은 또 있다. WSSV와 함께 법정 전염병인 전염성 피하 및 조혈기 괴사증 바이러스(IHHNV)가 제닉스 검사에서 절반 가까이 나온 점이다. 취재진은 검사 결과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알렸다. 그러나 수품원은 IHHNV가 검역 대상이 아니라고 회신했다.

IHHNV는 WSSV처럼 전신성 질병으로 새우를 기형으로 만든다. 이른바 소형기형증후군(Runt Deformity Syndrome, 이하 RDS)이다. 새우가 IHHNV에 감염되면, 먹이를 먹어도 성장을 못하고, 이마뿔(Rostrum)이 한 방향으로 휘며, 복부 마지막 마디와 꼬리가 찌그러진다. WSSV와 비교하면 폐사율이 낮지만, 새우가 크지 못하기 때문에 양식 어민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흰다리새우의 경우에는 폐사보다는
성장을 저해한다거나 꼬리 쪽에 기형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도형, 부경대학교 교수


이런 IHHNV를 우리 정부가 검사하지 않는 이유는 호주의 이의제기 때문이었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는 수산동물질병 관리법 시행규칙(현 수산생물질병 관리법 시행규칙)을 제정할 때 IHHNV를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호주는 IHHNV가 양국에서 모두 발생하고 있어 검역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냈다.

IHHNV는 이미 2005년에 우리나라에서 보고됐다. 당시 국립수산과학원은 '어류이동병원'을 운영하며 양식장에 직접 찾아가 수산생물질병을 검사했다. 그 과정에서 2005년 12개체, 2006년 6개체가 IHHNV에 감염됐다고 보고했다. 호주와의 통상 마찰을 우려했던 정부는 결국 IHHNV를 갑각류 검역대상에서 제외했다. 단, 질병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식용에 한해서 IHHNV를 검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국내에서 IHHNV가 발견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과 호주 사이의 갑각류 수출입량을 보면 각각 연평균 10톤 안팎이었다. 당시 한국이 연평균 만 톤의 갑각류를 수출하고, 십만 톤이 넘는 갑각류를 수입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호주와의 갑각류 교역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IHHNV를 검역하지 않게 된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교역량을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당시 결정은 전체 갑각류 교역량의 1%도 차지하는 않는 호주와의 마찰을 피하려고 연평균 십만 톤이 넘는 갑각류가 IHHNV 검역 없이 수입되는 구멍을 만들었다.

■ 냉동새우 검역 1년…"좀 더 촘촘한 그물 필요"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냉장·냉동새우를 검역하기 시작했다. 전체 새우 교역량 가운데 대부분이 냉동새우고, 냉동새우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병원체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 반을 시행했지만, 곳곳에서 구멍이 보인다.

우선 정밀검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는 임상검사만으로 질병 감염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밀검사 비중을 높이기 위해 시설 확충과 인력 증원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양식장과 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검역 대상이 되는 병원체를 늘릴 필요가 있다. 법정 전염병이지만, 2009년부터 검역을 하지 않고 있는 전염성 피하 및 조혈기 괴사증이 대표적이다.

또, 더 엄격한 검역이 필요한 활새우나 냉장새우에 대해서는 지난 몇 년 새 국내에서 대규모 폐사를 일으키고 있는 급성간췌장괴사병(AHPND)과 미주대륙에서 큰 피해를 준 궤사성 간췌장염(NHP) 같은 세균성 질병에 대한 검역도 필요하다. 다행히 해양수산부는 이와 관련해 AHPND와 NHP를 검역 대상에 포함하는 수산생물질병 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지난달 19일 입법 예고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보상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집단 폐사의 원인을 규명하려면 역학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지고, 전파경로까지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민들의 신속한 신고가 필요한데,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발적인 신고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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