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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헬기]③ 조종사들 “사고 나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입력 2020.01.10 (08:50) 수정 2020.01.21 (13:21) 취재K
[응급헬기]③ 조종사들 “사고 나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지난해 10월 독도 인근 해상에서 소방헬기가 추락했다. 2015년 3월 전남 가거도에서 해경 헬기가 추락한 지 4년 만에 재발한 응급헬기 추락 사고였다.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기 위해 비행에 나선 구조대원들의 생명이 다시 한 번 희생된 것이다.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취재진은 사고조사보고서와 국내외 논문 자료를 검토하고, 현직 헬기 조종사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두 사고 모두 야간 해상출동이라는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열악한 비행 여건과 미흡한 기상확인 시스템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참고할 기상정보 없어.. 궁여지책으로 고속도로 CCTV 기웃"

하늘길을 오가는 항공기는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기상정보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항공기 조종사들은 기상청 소속의 전문기관인 항공기상청을 통해 풍속 등 기본적인 기상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항공기상청이 제공하는 정보는 한계가 분명하다. 항공 기상정보는‎ 전국의‎ 공항과‎ 군비행장에서‎ 발표하는‎ 정시기상관측보고, 특별 관측보고나‎ 공항예보 등이지만‎ 공항이나‎ 비행장‎ 주변지역으로‎ 관측범위가‎ 제한적이다.

비행장 관측범위를 벗어나는 산간 도서 지역은 정확한 기상정보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외진 지역에 자리 잡은 헬기의 주요 이착륙 지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시계비행을 하는 헬기에 '숫자'로만 정리된 기상정보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육안'으로 보이는 기상 상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군 항공대 조종사 출신인 김성운 KBS1호 헬기 기장은 "낮은 고도에서‎ 운항하는‎ 헬기는‎ 조종사의 눈으로 보이는 지형이나 외부의‎ 물체를 참고하는 시계비행 방식으로 비행하는데, 바람과 시정(시야), 구름의 높이 등 기상 조건이 비행의 가부와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같은 항공기이지만, 헬기(회전익 항공기)와 비행기(고정익 항공기)는 차이점이 많다. 특히 헬기의 시계비행은 계기판을 보고 비행하는 비행기의 계기 비행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하지만 헬기 조종사들이 맨눈으로 보이는 비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종사들은 목적지인 이착륙장이나, 비행경로의 실제 기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한다.

한 현직 헬기 조종사는 "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국도나 고속도로 CCTV를 비행에 참고하는데, 하늘이 잘 보이지 않으면 CCTV 각도를 조금만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때도 있다"고 궁색한 기상정보 확인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CCTV라는 궁여지책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도서 지역은 아예 참조할 화면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현직 헬기 조종사는 "그나마 흐리지 않거나 달이라도 밝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거나 처음 가보는 해상 환경에 갔을 때는 두려움이 크다"면서, 섬 파출소나 보건소 상주 인원의 전문적이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임무를 판단해야 하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상 상황이 극도로 안 좋아지면 '공간정위 상실'이 나타날 위험도 커진다. 비행 시정과‎ 관련된‎ 안개와 구름, 눈,‎ 비‎ 등의‎ 기상현상들은 조종사가 시각 참조물을 못 보게 해 비행착각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조종사가 순간적으로 기체의 자세나, 속도, 비행 방향 등을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공간정위상실'은 2015년 가거도 해경 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이 같은 '공간정위상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상정보의 제공이 필수적이다.

김성운 기장은 "기존 기상청 관측소나 군 기지 시설들을 활용해서 기상 관측 장비나 인력을 보강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게 어려운 경우 같은 경우에는 가격이 저렴한 웹캠을 설치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저가의 웹캠을 활용해 헬기 이착륙장의 정보를 스마트폰과 연계하는 시스템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군 출신 헬기 조종사는 "군에서는 기상정보와 GPS 등 비행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해주는 단말기를 조종사가 비행 전에 수령한 뒤 헬기를 조종할 때 활용한다"면서 "응급 헬기에도 이런 장비들이 제공되면 비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장비 4종 세트' 완비한 헬기는 49대 중 9대뿐

헬기에 장착하는 장비도 보강이 필요하다. 기상상황을 실시간 확인하는 기상레이더(Weather radar)와 공중 충돌을 방지하는 장치(TCAS), 지상 장애물 접근 때 경고하는 장치(GPWS), 블랙박스는 안전한 헬기 비행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다.

하지만 이 4가지 안전 장비를 모두 갖춘 건 전국 소방과 해경 헬기 49대 가운데 9대뿐이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학과 교수는 "요즘 도입하는 헬기들은 거의 옵션으로 장착하는 장비"라면서 "4가지 장비가 완비된다면 안전 운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장 가혹한 조건에서 큰 위험을 감수하고 비행하는 응급 헬기의 장비 수준이 민간보다도 못 미치다 보니 군에서 전역한 조종사들이 소방과 해경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소방의 경우 헬기 조종사 직제상 필요 인원 174명 가운데 현원은 125명에 불과해 49명이 모자란다. 정비사 역시 직제 116명 가운데 현원은 84명에 그친다.

인원이 모자라 당장 구조에 나서야 하는 출동에 급급한 상황이 되면, 도서 지역 해상환경 적응 등
훈련해야 할 시간적 여유는 더 줄어든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응급헬기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결국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헬기 조종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고가 난 뒤 시간이 지나가고 그러면 또 묻힙니다. 또, 분명히 묻힙니다. 그리고 누구 하나 신경 안 씁니다. 사고 직후에는 CCTV를 설치해야 하고, 기상장비를 더 보강해야 하고.. 그런데 결국 이 시간만 지나면 끝입니다."

실제로 2014년 소방청의 의뢰를 받아 '소방항공대 최적화 관리운영 모델 개발 연구용역'을 수행한 최연철 교수는 최종 보고서에 응급헬기 안전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 개선 사항과 제언들을 남겼지만 실제로 반영된 것은 많지 않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다.

지난 2015년 가거도 밤바다에서 해경 헬기가 추락했다. 4년 뒤 독도 밤바다에서 소방 헬기가 추락했다. 응급헬기의 안전 시스템 수준이 지금과 같다면 4년 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 누구나,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응급환자'가 될 수 있다. 응급헬기 시스템의 안전 강화를 위해 언론과 국민 모두의 끈질긴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연관 기사] 5년 만에 드러난 ‘가거도 사고’ 원인…지금은?

□연재 순서
[응급헬기]① 5년 전 응급헬기 추락 가거도, KBS1호기로 직접 가봤습니다.
[응급헬기]② 독도-가거도 사고의 공통점은 ‘야간·해상’
[응급헬기]③ 조종사들 “사고 나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 [응급헬기]③ 조종사들 “사고 나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 입력 2020.01.10 (08:50)
    • 수정 2020.01.21 (13:21)
    취재K
[응급헬기]③ 조종사들 “사고 나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지난해 10월 독도 인근 해상에서 소방헬기가 추락했다. 2015년 3월 전남 가거도에서 해경 헬기가 추락한 지 4년 만에 재발한 응급헬기 추락 사고였다.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기 위해 비행에 나선 구조대원들의 생명이 다시 한 번 희생된 것이다.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취재진은 사고조사보고서와 국내외 논문 자료를 검토하고, 현직 헬기 조종사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두 사고 모두 야간 해상출동이라는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열악한 비행 여건과 미흡한 기상확인 시스템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참고할 기상정보 없어.. 궁여지책으로 고속도로 CCTV 기웃"

하늘길을 오가는 항공기는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기상정보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항공기 조종사들은 기상청 소속의 전문기관인 항공기상청을 통해 풍속 등 기본적인 기상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항공기상청이 제공하는 정보는 한계가 분명하다. 항공 기상정보는‎ 전국의‎ 공항과‎ 군비행장에서‎ 발표하는‎ 정시기상관측보고, 특별 관측보고나‎ 공항예보 등이지만‎ 공항이나‎ 비행장‎ 주변지역으로‎ 관측범위가‎ 제한적이다.

비행장 관측범위를 벗어나는 산간 도서 지역은 정확한 기상정보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외진 지역에 자리 잡은 헬기의 주요 이착륙 지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시계비행을 하는 헬기에 '숫자'로만 정리된 기상정보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육안'으로 보이는 기상 상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군 항공대 조종사 출신인 김성운 KBS1호 헬기 기장은 "낮은 고도에서‎ 운항하는‎ 헬기는‎ 조종사의 눈으로 보이는 지형이나 외부의‎ 물체를 참고하는 시계비행 방식으로 비행하는데, 바람과 시정(시야), 구름의 높이 등 기상 조건이 비행의 가부와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같은 항공기이지만, 헬기(회전익 항공기)와 비행기(고정익 항공기)는 차이점이 많다. 특히 헬기의 시계비행은 계기판을 보고 비행하는 비행기의 계기 비행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하지만 헬기 조종사들이 맨눈으로 보이는 비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종사들은 목적지인 이착륙장이나, 비행경로의 실제 기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한다.

한 현직 헬기 조종사는 "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국도나 고속도로 CCTV를 비행에 참고하는데, 하늘이 잘 보이지 않으면 CCTV 각도를 조금만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때도 있다"고 궁색한 기상정보 확인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CCTV라는 궁여지책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도서 지역은 아예 참조할 화면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현직 헬기 조종사는 "그나마 흐리지 않거나 달이라도 밝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거나 처음 가보는 해상 환경에 갔을 때는 두려움이 크다"면서, 섬 파출소나 보건소 상주 인원의 전문적이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임무를 판단해야 하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상 상황이 극도로 안 좋아지면 '공간정위 상실'이 나타날 위험도 커진다. 비행 시정과‎ 관련된‎ 안개와 구름, 눈,‎ 비‎ 등의‎ 기상현상들은 조종사가 시각 참조물을 못 보게 해 비행착각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조종사가 순간적으로 기체의 자세나, 속도, 비행 방향 등을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공간정위상실'은 2015년 가거도 해경 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이 같은 '공간정위상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상정보의 제공이 필수적이다.

김성운 기장은 "기존 기상청 관측소나 군 기지 시설들을 활용해서 기상 관측 장비나 인력을 보강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게 어려운 경우 같은 경우에는 가격이 저렴한 웹캠을 설치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저가의 웹캠을 활용해 헬기 이착륙장의 정보를 스마트폰과 연계하는 시스템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군 출신 헬기 조종사는 "군에서는 기상정보와 GPS 등 비행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해주는 단말기를 조종사가 비행 전에 수령한 뒤 헬기를 조종할 때 활용한다"면서 "응급 헬기에도 이런 장비들이 제공되면 비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장비 4종 세트' 완비한 헬기는 49대 중 9대뿐

헬기에 장착하는 장비도 보강이 필요하다. 기상상황을 실시간 확인하는 기상레이더(Weather radar)와 공중 충돌을 방지하는 장치(TCAS), 지상 장애물 접근 때 경고하는 장치(GPWS), 블랙박스는 안전한 헬기 비행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다.

하지만 이 4가지 안전 장비를 모두 갖춘 건 전국 소방과 해경 헬기 49대 가운데 9대뿐이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학과 교수는 "요즘 도입하는 헬기들은 거의 옵션으로 장착하는 장비"라면서 "4가지 장비가 완비된다면 안전 운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장 가혹한 조건에서 큰 위험을 감수하고 비행하는 응급 헬기의 장비 수준이 민간보다도 못 미치다 보니 군에서 전역한 조종사들이 소방과 해경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소방의 경우 헬기 조종사 직제상 필요 인원 174명 가운데 현원은 125명에 불과해 49명이 모자란다. 정비사 역시 직제 116명 가운데 현원은 84명에 그친다.

인원이 모자라 당장 구조에 나서야 하는 출동에 급급한 상황이 되면, 도서 지역 해상환경 적응 등
훈련해야 할 시간적 여유는 더 줄어든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응급헬기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결국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헬기 조종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고가 난 뒤 시간이 지나가고 그러면 또 묻힙니다. 또, 분명히 묻힙니다. 그리고 누구 하나 신경 안 씁니다. 사고 직후에는 CCTV를 설치해야 하고, 기상장비를 더 보강해야 하고.. 그런데 결국 이 시간만 지나면 끝입니다."

실제로 2014년 소방청의 의뢰를 받아 '소방항공대 최적화 관리운영 모델 개발 연구용역'을 수행한 최연철 교수는 최종 보고서에 응급헬기 안전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 개선 사항과 제언들을 남겼지만 실제로 반영된 것은 많지 않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다.

지난 2015년 가거도 밤바다에서 해경 헬기가 추락했다. 4년 뒤 독도 밤바다에서 소방 헬기가 추락했다. 응급헬기의 안전 시스템 수준이 지금과 같다면 4년 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 누구나,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응급환자'가 될 수 있다. 응급헬기 시스템의 안전 강화를 위해 언론과 국민 모두의 끈질긴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연관 기사] 5년 만에 드러난 ‘가거도 사고’ 원인…지금은?

□연재 순서
[응급헬기]① 5년 전 응급헬기 추락 가거도, KBS1호기로 직접 가봤습니다.
[응급헬기]② 독도-가거도 사고의 공통점은 ‘야간·해상’
[응급헬기]③ 조종사들 “사고 나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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