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문건 지시”

입력 2023.06.27 (21:23) 수정 2023.08.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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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작성한 KBS 인사 개입 문건.

여기에는 홍보수석실 '요청'이라고 적혀있었고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차기 방통위원장 지명이 유력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입니다.

이 특보는 그런 일 없었다며 부인해왔는데 국정원 직원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문건을 쓴 게 맞다고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먼저, 김시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0년 국정원이 작성한 'KBS 인적 쇄신' 방안입니다.

좌 편향과 무능, 무소신을 기준으로 인사대상자를 색출해야 한다며, 20명 가까운 KBS 간부들의 실명 등을 적어놨습니다.

홍보수석실 요청 사항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시한 적 없다고 부인해 왔습니다.

그런데 2017년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했을 때, 국정원 직원이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요청으로 문건을 작성한 게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국정원 직원은, 청와대가 KBS 내부 인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 문건이 작성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의도로 보인다고 진술했습니다.

좌 편향과 무능, 무소신 등을 기준으로 KBS에서 인사대상자를 색출한 건 무슨 취지냐고 묻자, 좌 편향은 정부 비판 성향이 있다는 뜻이며, 무소신은 정부 지원 의지가 약하다는 뜻이었다고 답합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의 KBS 내부 인사들을 솎아내겠다는 것이, 청와대가 보고서를 요청한 이유였다고 진술했습니다.

문건에 따른 실행이 이뤄졌다면 어떤 경로겠느냐는 검찰 질문에, 청와대 홍보수석실 누군가가 직접 KBS 경영진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홍보수석실 누군가'가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인지 혹은 다른 인물인지는 검찰 조서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국정원 직원은 문건 내용 자체는 부적절하지만, 청와대 요청사항을 거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앵커]

② 논란의 MB 정부 ‘언론장악’ 문건, 다시 들여다보니…

이번 문건은 불법사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관련 기록에서 공개됐습니다.

당시 국정원은 청와대 요청으로 KBS 뿐 아니라 방송, 문화계 전반에 걸쳐 성향을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노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 KBS 관련 내용만이 아니었습니다.

국정원이 작성한 MB 정부 '문화·연예계' 퇴출 관련 건이라는 제목의 문건입니다.

2009년 12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편파방송 실태를 파악해달라는 홍보수석의 요청이 국정원에 접수됩니다.

같은 달 국정원이 관련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2010년 1월에는 그해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사들의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를 파악해달라는 요청이 또 내려가고, 1월 13일 해당 요청을 이행했다고 적었습니다.

2009년 9월부터 2년여 동안 청와대와 국정원 사이를 오간 지시와 보고서는 모두 10건이나 됩니다.

문화·연예계 인사를 상대로 광범위한 성향 분석도 이뤄졌습니다.

종북세력인지가 핵심이었는데 영화감독 박찬욱, 봉준호 씨와 가수 윤도현, 고 신해철 씨 등은 강성으로, 김구라, 김제동 씨 등은 온건 성향으로 분류했습니다.

신해철 씨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 언어테러를 해 명예를 실추한 것으로, 박찬욱, 봉준호 감독은 좌파성향의 영상물을 제작해 불신감을 주입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동관 특보 측은 KBS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정원 직원의 진술 내용은 물론 KBS와 방송사 등 관련 문건 내용에 대해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

촬영기자:서다은/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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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직원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문건 지시”
    • 입력 2023-06-27 21:23:18
    • 수정2023-08-03 1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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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작성한 KBS 인사 개입 문건.

여기에는 홍보수석실 '요청'이라고 적혀있었고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차기 방통위원장 지명이 유력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입니다.

이 특보는 그런 일 없었다며 부인해왔는데 국정원 직원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문건을 쓴 게 맞다고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먼저, 김시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0년 국정원이 작성한 'KBS 인적 쇄신' 방안입니다.

좌 편향과 무능, 무소신을 기준으로 인사대상자를 색출해야 한다며, 20명 가까운 KBS 간부들의 실명 등을 적어놨습니다.

홍보수석실 요청 사항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시한 적 없다고 부인해 왔습니다.

그런데 2017년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했을 때, 국정원 직원이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요청으로 문건을 작성한 게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국정원 직원은, 청와대가 KBS 내부 인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 문건이 작성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의도로 보인다고 진술했습니다.

좌 편향과 무능, 무소신 등을 기준으로 KBS에서 인사대상자를 색출한 건 무슨 취지냐고 묻자, 좌 편향은 정부 비판 성향이 있다는 뜻이며, 무소신은 정부 지원 의지가 약하다는 뜻이었다고 답합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의 KBS 내부 인사들을 솎아내겠다는 것이, 청와대가 보고서를 요청한 이유였다고 진술했습니다.

문건에 따른 실행이 이뤄졌다면 어떤 경로겠느냐는 검찰 질문에, 청와대 홍보수석실 누군가가 직접 KBS 경영진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홍보수석실 누군가'가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인지 혹은 다른 인물인지는 검찰 조서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국정원 직원은 문건 내용 자체는 부적절하지만, 청와대 요청사항을 거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앵커]

② 논란의 MB 정부 ‘언론장악’ 문건, 다시 들여다보니…

이번 문건은 불법사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관련 기록에서 공개됐습니다.

당시 국정원은 청와대 요청으로 KBS 뿐 아니라 방송, 문화계 전반에 걸쳐 성향을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노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 KBS 관련 내용만이 아니었습니다.

국정원이 작성한 MB 정부 '문화·연예계' 퇴출 관련 건이라는 제목의 문건입니다.

2009년 12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편파방송 실태를 파악해달라는 홍보수석의 요청이 국정원에 접수됩니다.

같은 달 국정원이 관련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2010년 1월에는 그해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사들의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를 파악해달라는 요청이 또 내려가고, 1월 13일 해당 요청을 이행했다고 적었습니다.

2009년 9월부터 2년여 동안 청와대와 국정원 사이를 오간 지시와 보고서는 모두 10건이나 됩니다.

문화·연예계 인사를 상대로 광범위한 성향 분석도 이뤄졌습니다.

종북세력인지가 핵심이었는데 영화감독 박찬욱, 봉준호 씨와 가수 윤도현, 고 신해철 씨 등은 강성으로, 김구라, 김제동 씨 등은 온건 성향으로 분류했습니다.

신해철 씨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 언어테러를 해 명예를 실추한 것으로, 박찬욱, 봉준호 감독은 좌파성향의 영상물을 제작해 불신감을 주입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동관 특보 측은 KBS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정원 직원의 진술 내용은 물론 KBS와 방송사 등 관련 문건 내용에 대해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

촬영기자:서다은/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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