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루 의혹 해명 자청한 대법원장

입력 2007.01.04 (16:13)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세무사 직원의 실수로 소득 신고를 일부 누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대법원은 하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 대법원장은 4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국민이 궁금해하는 게 있다면 모두 해명하겠다"며 이례적으로 즉석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사법부의 수장이 직접 기자들을 불러 접견실에서 간담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이 대법원장이 침묵을 지키거나 간단한 유감 표명만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공보관실이나 기자들이 오히려 당황했을 정도였다.
취임 이후 여러 번 `직접 화법' 때문에 논란을 빚은 이 대법원장은 이날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대법원장 정도면 무한대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궁금한 것은 모두 물어보라"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가 `실수'였다는 점을 적극 해명하면서 "하나 부탁하자"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납득이 됐으면 신문에 안 써줬으면 좋겠다. 증폭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내 소망이 있다면 사법부의 책임자니까 무한대로 검증해도 좋지만, 기분은 나쁘더라"며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이 대법원장은 특정 언론사를 거론하며 "계속 (의혹을) 파더라. (이번에는) 또 어디야"라며 언론의 의혹 추적에 "개인적으로 섭섭하다"는 말도 했다.
이 대법원장의 탈루 의혹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해 11월 무렵 불거지기 시작했다.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직후 일부 언론에서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외환은행의 민사 소송을 수임하면서 수십억의 성공보수금을 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탈세 의혹도 항간에 떠돌았다.
이 대법원장은 탈세 의혹을 언론이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무렵 이 대법원장은 일요일에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 밖에서 마주친 기자에게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옷을 벗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했던 `10원 발언'이 탈세 의혹 추적에 불을 당긴 셈이 됐다.
대법원은 세무당국의 기록이 어떻게 유출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검찰쪽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외환은행 사건 수임 자료가 유출됐을 때도 대법원은 검찰 쪽에서 압수수색 자료를 흘린 것 아니냐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고,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 자료를 모두 파악한 결과 수임 자료는 없었다며 적극 해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여러 의구심도 있는 데 사법부 수장은 철저히 검증받을 위치에 있고, 앞으도로 그런 자세를 견지할 것이다"며 확전은 피했다.
검찰 관계자는 "무슨 권한으로 검찰이 세무 기록에 접근할 수 있겠느냐"면서 "공식적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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