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의 힘 ‘수비와 조직 농구’

입력 2007.05.01 (20:16)

수정 2007.05.0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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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챔피언결정전 4전 4패 악몽을 떨쳐내고 팀 창단이후 첫 통합 우승의 영예를 안은 울산 모비스의 승리는 유재학 감독의 수비ㆍ조직농구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전신 부산 기아까지 포함하면 1997년 프로농구 첫 해 통합우승을 이룬 것을 포함해 모두 다섯 차례 챔프전에 올라 문을 두드린 끝에 10년 만에 이뤄낸 두 번째 통합우승으로 특급 용병 크리스 윌리엄스와 국내 선수들의 호흡이 맞았고, 군 입대를 앞둔 양동근과 김동우의 집념이 불꽃을 튀긴 점 등이 원동력으로 꼽힌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모비스는 지난 시즌 챔프전 `퍼펙트 패배'의 충격을 털어내지 못한 듯 올 시즌 첫 세 경기에서 연패의 늪에 빠졌다. 윌리엄스가 왼쪽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지만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기간에 팀의 주축 양동근이 빠질 수 밖에 없는 모비스의 시즌 전망은 불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기간에 김학섭이 양동근의 공백을 확실히 메우며 페이스를 끌어올린데다 홈구장 문단속을 철저히 한 끝에 작년 12월30일 부산 KTF 전에서 홈 12연승의 신기록을 세웠다.
중반 이후 독주 체제를 갖춘 모비스는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의 위업을 이룬데 이어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대구 오리온스를 단 세 경기 만에 KO 시키고 챔프전에 올랐다.

◇물오른 수비ㆍ조직농구

모비스가 올 시즌 압도적인 전력 차로 통합우승을 거둔 원인을 유 감독과 임근배 코치 콤비의 수비ㆍ조직농구가 무르익을 대로 익었다는 점을 꼽는 이들이 많다.
팀 연봉(13억7천800만원)이 정규리그 꼴찌팀 전주 KCC(12억8천5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데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어급 자유계약(FA) 선수를 영입하지 않아 외국인 선수를 빼면 연봉 2억원대 선수가 우지원(2억4천만원)과 양동근(2억1천만원) 뿐인데도 통합우승을 이룬 것은 유 감독의 지도력을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유 감독은 2004년 팀을 맡은 뒤 철저한 수비와 빠른 공수전환을 기본으로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양동근과 구병두, 이병석, 이창수, 외국인 선수 두 명 등이 형성한 촘촘한 그물 수비는 상대팀 슈터들을 번갈아가며 괴롭혀 팀 실점을 최소화했다.
국내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윌리엄스와 양동근을 축으로 한 모비스의 농구는 올 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경기당 최소 턴오버(11.2개)와 최소 실점(77.4점), 최다 굿 디펜스(1.7개)로 나타났다.
유 감독 스타일 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선수들 간의 호흡과 조화. 그는 양동근과 윌리엄스, 크리스 버지스 등 세 명을 주축으로 하고, 이병석과 우지원, 김동우, 이병수, 구병두, 하상윤, 김재훈, 김효범 등에게 고르게 출전 기회를 주며 경쟁을 유도했다.
정규리그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수비가 좋은 이병석에 밀려나며 식스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던 우지원이 챔프전 1차전(11점)과 2차전(11점), 4차전(9점)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것은 모비스의 독특한 경쟁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악몽 되풀이는 없었다

KTF가 모비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 팀은 집중력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체력 소모의 핸디캡이 있는 KTF가 팀 창단 후 처음으로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프전 진출을 이뤄낸 만족감에 젖어 있었던 반면 모비스는 올해야말로 지난해 악몽을 털어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했다.
또 올해 최강의 전력을 갖췄지만 내년에는 어찌 될지 모른다는 팀 사정도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인 게 사실이다.
김동우는 지난 시즌 챔프전 후로 예정했던 입대를 `챔피언 결정전 우승컵을 안고 가자'는 팀 후배 양동근의 만류로 올해 우승 후로 미루며 이를 악물고 연습에 몰두했다. 그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평균 16점을 꽂아넣으며 수훈 선수로 선정됐다.
상무 입대를 앞둔 양동근의 투혼도 불꽃을 튀겼다.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양동근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평균 21점, 7.7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챔프전 7차전에서도 19점을 쏟아부으며 강동희(1997년), 서정훈(1999-2000 시즌)에 이어 사상 3번째 통합 MVP가 됐다.
하지만 내년은 불투명하다. 양동근, 김동우가 입대를 앞둔데다 내년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이 바뀌는 만큼 크리스 윌리엄스가 어느 팀으로 가게 될지도 자신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는 `내년은 없다'는 위기감을 배경으로 3년에 걸쳐 일궈낸 절정의 전력을 앞세워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품에 안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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