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5인조] 비현실적인 ‘층간 소음’ 측정

입력 2007.12.18 (20:56)

<앵커 멘트>

지난달에 방송했던 <사람잡는 층간소음> 기억하십니까?

층간소음에서 나오는 저주파의 피해가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한 것을 여러 실험을 통해 보여드렸는데요.

이런 피해를 국가가 나서서 구제하도록 준사법권을 가진 국가 행정기관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피해가 인정된 사례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알고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래집에서 들리는 윗집 소음입니다.

<인터뷰> 진달래(층간소음 피해자):"전국적으로 이런 사항이 있는 건 알고 있대요. 하지만 법이 지금 없으니까 개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이러더라고요. 사람 죽고 난 다음에 고치면 뭐하겠어요?"

<인터뷰> 강은선(층간소음 피해자):"알선하려면 수수료도 내야 되더라고요? 근데 뭐 자기도 딱히 할 말이 없다면서,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식으로..."

층간소음이 빚은 살인같은 끔찍한 사건도 그 심정만은 이해할 것 같다는 이들,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준사법권을 가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출했습니다.

오후 2시에 방문한 공무원은, 윗집에서 두 사람이 걸어다니게 하고 아래층에서 바로 이 소음측정기로 소리를 잽니다.

측정결과는 41.7 dB.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 55dB에 크게 못미치는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환경분쟁위 공무원(음성변조): "결과가 기준을 넘는다면 위층에 '조심하세요, 배상하세요' 강력히 요구할 수 있겠지만, 한번도 기준을 넘은 적이 없어요"

헌데 문제가 되는 건 새벽시간대인데 이렇게 대낮에 측정해도 상관없을까요?

<녹취> 환경분쟁조정 공무원(음성변조):"(새벽에 시끄러운 게 문제인데, 이렇게 낮에 측정하는 게 실효성이 있나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밤과 낮이 소리 자체가 바뀌나요?"

층간소음 전문가에게 이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인터뷰>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말그대로 장난삼아 하는 겁니다. 시에서 나와서 이렇게 한다는 건 좀 의욉니다."

첫째. 일반 소음측정기를 사용하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것.

지난 방송에 나왔듯 특수 장비가 필요합니다.

둘째. 전제부터 잘못됐습니다.

윗집이 지켜보는 앞에서 제 3자가 소음을 재연하는 것은 실제 상황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일반인들이 보더라도 말도 안되죠. 아저씨 한 명이 올라가서 뛰고 밑에서 측정하고.허허..."

셋째. 게다가 낮시간대엔 제대로된 측정이 더욱 어렵습니다.

<인터뷰> "낮에는 소음 측정을 안하거든요. 이 발자국 소리는 낮에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를 넘을 수가 없어요. 데시벨이 안나옵니다."

소리공학 전문가도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똑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주변 소음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충격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배명진 (교수):"조용할 때 70dB로 쿵 하면 38dB 차이가 나는데, 낮에 들으면 이미 주변 소음때문에 쿵 해봐야 25dB 차이밖에 못느낀다는 거죠."

10dB만 높아져도 실제 음압은 20배 가까이 세지기 때문에 낮과 밤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넷째. 분쟁위가 제시한 기준은 공사장이나 도로처럼 외부에서 들리는 소음이 실내에서 어느 정도인지를 재는 용돕니다.

웬만해선 넘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굉장히 억울하죠. 다 억울하죠.이건 안넘는 다고요. 55dB이 주간이다? 넘을 수가 없죠"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분쟁조정위는 인정하면서도 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윤 경(서울시 환경분쟁조정팀 팀장):"층간소음 측정시에 그런 불만이 간혹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냥 채택하고 있습니다.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2002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이후, 세대간 소음피해가 인정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애초에 피해구제를 받을 수가 없는 구조인거네요?

<기자>

그렇죠. 우리가 환경분쟁위에 일단 알선이나 재정을 신청하게 되면 각각 만5천 원과 2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수수료까지 받으면서 법이 없다고 결과가 뻔한 '시늉뿐인' 행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 아닐까요?

<앵커>

그런데 정말 법이 전혀 없는 겁니까?

<기자>

주민들이 합의해 자체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주택법에 있긴 합니다만, 권고일 뿐이니 효력이 없죠.

그래서 강제성을 띤 규제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된 적이 있지만 몇년째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손에 들고 있는게 바로 그 기계죠?

<기자>

네, 화면에서 보셨던 소음측정깁니다. 이걸 써서도 안되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이 커버는 바람막이용인데요, 끼우면 소리가 작게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소음이 기준을 넘으면 오히려 이상하겠죠?

<앵커>
네, 류 기자,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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