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박주영, 토종 골잡이 ‘명예회복’

입력 2008.02.24 (09:20)

수정 2008.02.24 (15:01)

KBS 뉴스 이미지
"K-리그 골잡이 무시하지 마세요"
해외파 소집 없이 2008 동아시아축구대회(17-13일.중국 충칭)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토종 골잡이 염기훈(25.울산 현대)과 박주영(23.FC 서울)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이들은 중국, 북한, 일본과 사흘 간격으로 연달아 경기를 치르는 동안 4골을 합작하며 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허정무호의 희망으로 우뚝 섰다.
해외파가 없으면 '도대체 골을 못 넣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K-리그 골잡이들의 명예를 한껏 살려놓은 일등공신이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이들이 단순하게 예전의 기량을 되찾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7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국내파 감독의 지도 아래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주영은 17일 중국과 1차전에서 선제골을 작렬하며 2년 여만에 A매치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같은 경기에서 박주영은 1-2로 역전당한 상황에서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만들며 중국 축구의 30년 공한증(恐韓症)을 이어갔다.
첫 경기 이후 대퇴부 미세근육이 손상돼 북한, 일본전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천재 스트라이커'라 불리며 펄펄 날던 전성기의 감각을 되찾은 듯했다.
박주영은 더구나 허정무 감독의 지도로 발전하고 있다.
박주영은 "허정무 감독님은 공격수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며 "볼을 가졌을 때와 볼이 없었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강조한다. 나도 최전방 공격수로서 움직임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염기훈은 3경기를 통틀어 2골1도움의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작년 7월 아시안컵에서 발등 골절상을 입어 재활에 열중했던 염기훈은 이번 대회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왼발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3차례의 공격포인트가 모두 왼발에서 나왔다. 중국전 박주영의 선제골 어시스트도 왼발로 툭 찍어 차 준 것이었으며, 북한전 프리킥 선제골도 왼발로 마무리했다. 일본과 최종전 선제골도 절묘한 왼발 가위차기 발리 슈팅으로 이끌어냈다.
특히 측면 공격수로만 활용되던 염기훈은 박주영 등 공격수가 줄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까지 맡아 역할을 120% 완수해줬고, 허정무호는 앞으로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왼발이 반짝인 것에 비해 오른발 활용이 미흡했고 체력이 달린다는 지적을 받은 점은 아쉽지만 염기훈도 박주영과 마찬가지로 공격수로서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
염기훈은 "한 달 간 대표팀에서 훈련하면서 몸싸움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다. 상대 골문 근처에서 수비수와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는 것에 자신이 붙었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