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젊은 피’ 허정무호 새 바람

입력 2008.02.24 (09:39)

수정 2008.02.24 (15:03)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는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젊은 피'들이 허정무호의 새 동력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모습을 확인한 수 있는 기회였다.
허정무 감독은 축구대표팀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이끈 뒤 "젊은 선수들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허정무호가 지난달 30일 칠레와 평가전을 통해 닻을 올린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A매치는 이제 5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그 사이 데뷔전을 치른 새 얼굴만 무려 10명이다.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복귀전이었던 칠레와 대결에서 A대표팀에는 처음 발탁됐던 곽태휘(전남), 황재원, 황지수, 박원재(이상 포항), 조진수(제주)에게 선발 출전명령을 내렸다.
대표팀에 뽑힌 적은 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는 밟아보지 못했던 조용형(성남)과 정성룡(포항)에게도 출전 기회는 돌아가 칠레전에서만 무려 7명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번 대회 중국과 1차전에서 현 대표팀 막내인 열아홉 살의 구자철(제주)과 공격자원의 줄부상으로 추가 발탁된 고기구(전남)가 차례로 투입돼 A매치에 첫 출전했다.
허 감독은 북한과 2차전에서는 역시 A대표가 처음인 오른쪽 풀백 이상호(제주)를 과감히 투입해 풀타임을 뛰게 했다.
이번 대회 참가 멤버 22명 중 허 감독 부임 이후 치른 다섯 경기에서 한 번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발목을 다쳐 뛸 수 없었던 골키퍼 염동균(전남) 뿐이다.
허 감독은 "현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은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런 선수들은 몇 경기만 경험을 쌓으면 확 달라진다. 매번 똑 같은 선수만 대표팀 경기에 나서면 한국 축구의 경쟁력은 떨어진다"며 새 얼굴에도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고르게 주겠다고 말했다.
비록 A매치는 뒤늦게 마수걸이를 했지만 K-리그에서 기량을 꾸준히 갈고 닦아온 이들은 대표팀 내 경쟁 구도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특히 지난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첫 경기(4-0 승)에서 선제골을 터트려 A매치 2경기 만에 골 맛까지 본 수비수 곽태휘는 이번 대회 중국과 1차전(3-2 승)에서도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이끌며 일약 스타가 됐다.
대인마크 능력 등만 보완하면 한국 축구의 취약 포지션인 중앙 수비에 대한 고민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곽태휘는 "수비 불안이 느껴진다. 북한전에서도 마지막 방심 때문에 골을 먹었는데 일본전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실수를 통해 경험이 쌓이고 수비수들 간에 호흡도 맞아가는 것 같다. 이번에 나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 시작"이라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 우승 주역인 박원재와 울산의 이종민도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측면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조용형은 스리백으로 나선 중국, 일본전 두 경기를 뛰며 수비 라인의 한 축을 꿰찼다. 박주영(서울)과 고기구(전남)의 줄부상으로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 출전 기회를 잡아 두 번째 A매치를 치른 조진수는 '타킷맨'으로서 역할을 하며 개인기와 스피드를 바탕으로 폭 넓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박원재는 "국제무대 경험을 쌓으며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컸고 나의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면서 "왼쪽 수비 포지션에서 이영표, 김치우 등이 있지만 내 플레이를 하면서 최대한 장점을 살려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새 얼굴의 가능성 타진 뿐만 아니라 조원희의 보직 변경 실험도 성공적이었다.
허 감독이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대회 세 경기를 통틀어 가장 알찬 수확"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했을 정도다.
조원희는 소속팀 수원에서 지난해 후반기부터 김남일과 함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호흡을 맞춰 보긴 했지만 대표팀에서는 주로 원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주장 김남일과 함께 조원희를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란히 세워 공.수 조율의 임무를 맡겼다.
조원희는 "움직임을 많이 배웠다. 핌 베어벡 감독 시절 대표팀에서 탈락하고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것은 팀에서 해봐서 그지 어렵지는 않았다. A매치를 20경기 가까이 뛰어 경기 경험에서 뒤지지는 않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서는 많이 처진다. 남일이 형에게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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