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걸린 날’ 남북축구 협상 결렬

입력 2008.02.26 (20:23)

"평양에서 성조기도 걸리고 미국 국가도 연주됐는데..."
대한축구협회가 다음달 26일 북한 평양에서 열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3차예선 남북 대결과 관련한 2차 실무 협상에서 북한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시점이 아무래도 공교롭다.
축구협회는 26일 아침 조중연 협회 부회장과 고승환 대외협력국장을 개성에 파견해 남북 대결에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응원단 파견 등과 관련된 협상을 벌이도록 했다.
양측은 이날 세 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지만 북한 측이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게양하고 애국가 연주를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우리 측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참가국 국기를 걸고 양국 국가가 차례로 연주돼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고 이 소식이 협회에 전해진 건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그런데 때마침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는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이 시작됐고, 양측의 국기가 내걸린 가운데 북한의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차례로 울려퍼졌다.
더구나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북한 주민과 외국인까지 청중은 모두 기립해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5일 1차 협상에서 북한 측의 입장을 확인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번 평양 공연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데다 남북 관계도 크게 경색돼 있지 않아 2차 협상에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2005년 한국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대회 당시 북한 '애국가'가 연주되고 인공기도 게양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북한 측이 FIFA의 룰을 따라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평양에서 성조기와 미국 국가가 연주되던 날 정상적인 남북 축구대결은 일단 발목이 잡혔고, 허탈한 표정의 축구협회는 일단 FIFA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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