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세대교체 성공 ‘메달 사냥’

입력 2008.03.14 (16:41)

수정 2008.03.1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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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로 한층 젊어진 한국 야구대표팀이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 목표를 달성하고 15일 귀국한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7일부터 타이완 타이중에서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6승1패로 캐나다, 타이완과 함께 본선행 막차를 탔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던 한국 야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전을 겸했던 2003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본과 타이완에 티켓을 내줬던 악몽을 씻고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나서게 됐다.
한국형 '발야구'와 맞춤형 선발 투수, 거포 이승엽의 한 방 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캐나다(6승1패)에 이어 2위로 예선을 통과한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얻은 수확과 풀어야 할 숙제를 종합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올림픽에서 역대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성공적인 세대교체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 류현진(한화)-김광현(SK)을 선발진의 투 톱으로 내세우는 등 투타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올해 서른 네살로 동갑내기인 손민한(롯데)과 진갑용(삼성)이 각각 투수와 포수의 최고참 노릇을 한 이번 대표팀은 막내 김광현(20)까지 나이 차가 있었지만 초반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이를 조직력으로 승화시켜 호주, 멕시코 등 초반에 강호를 잇달아 제압하며 상승세를 탔다.
류현진은 호주전에서 4⅓이닝 2실점으로 첫 단추를 잘 꿰었고 김광현은 성인 대표팀 데뷔전이었던 멕시코전에서 6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를 안기도 했다. 김광현은 타이완전에서도 야수진 실책 탓에 고전했으나 5이닝을 3점으로 틀어 막고 2승째를 올렸다.
비록 류현진이 급성 장염으로 인해 13일 캐나다전에서 부진했지만 향후 10년간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에이스로 어린 두 좌완 투수를 낙점한 것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
또 이용규(KIA), 이택근(우리), 이대호(롯데) 등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 차례 쓴 맛을 봤던 선수들이 어느덧 대표팀 간판으로 성장해 그간 쌓은 국제 경기 감각을 과시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1루수와 3루수 수비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김주찬(롯데)도 처음으로 나라의 부름을 받은 이번 대회에서 타율 0.625(16타수10안타)의 불꽃타로 힘을 보탰다.
지난해 12월 아시아예선전에서 맹활약한 고영민(두산)도 여전한 기량을 보여줘 이용규와 함께 한국형 발야구의 틀을 완성했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찬스 해결 능력과 장타력에서는 아직 기대에 못 미쳐 정규 시즌에서 이를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확인된 이승엽의 존재감

한국 타선에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이 있고 없고 차이는 여실히 드러났다. 예상대로 해결사의 가세로 대표팀 타선의 파괴력은 엄청나게 배가됐다.
이번 대회에서 지난해 수술한 왼손 엄지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낸 이승엽은 이번 대회에서 0.478(23타수11안타) 홈런 2개, 12타점을 올리며 대표팀 공격을 이끌었다. 역시 '그가 있어 든든하다'는 찬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캐나다전과 타이완전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옥에 티'였지만 대표팀에서 홈런을 때린 선수가 이승엽 뿐일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빛났다.
그러나 '이승엽 쏠림현상'이 지나치다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4번 타자 김동주(두산)가 모친 병간호로 대회 중간 귀국하면서 그에게 많은 부하가 걸렸고 그가 막히면 득점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3-4로 아깝게 패했던 13일 캐나다전이 좋은 예다.
어쨌든 올림픽 본선에서 한국이 메달을 획득하려면 이승엽이 꼭 있어야 한다는 게 중론. 이승엽 본인은 물론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올림픽 참가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예정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김경문 야구, 가능성 재확인

작년 아시아예선전에 이어 두 번째로 국제 무대를 경험한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어느 정도 펼쳐봤다"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중용한 발 빠른 젊은 선수들이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류현진-김광현 카드가 적중하면서 김 감독은 비교적 쉽게 본선 티켓을 수중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 타이완전 등 본선 맞상대와 일전에서 타선의 파괴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고전한 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지난해 출범한 김경문호는 두 번의 국제 대회에서 총 10경기를 치렀는데 아시아예선전 일본전(3-4 패), 이번 대회 캐나다(3-4 패), 타이완(4-3 승) 등 경쟁 상대에는 세 차례나 1점차 승부를 펼쳤고 1승2패로 밀렸다.
'재수'끝에 본선 무대를 밟게 된 그에게 남은 목표는 역시 메달 획득이다.
김 감독은 "일본, 쿠바, 미국에 맞설 최강의 드림팀을 구성해 올림픽에 나서겠다"며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시즌 중 기량이 처지지 않는다면 현 대표팀 선수들을 웬만하면 뽑겠다고 밝힌 그는 선발 투수를 보강하고 하위 타순의 짜임새만 강화한다면 분명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프로 감독 5년째에 접어든 김경문 감독이 김응룡 삼성 사장에 이어 올림픽에서 두 번째로 메달을 딴 사령탑으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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