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 잃은’ 호랑이 군단, 눈치 보지마!

입력 2008.04.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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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처럼 하고 있다. 그런데 찬스만 되면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기 일쑤다. '삼진을 당해도 고개 숙이지 말라', '좋은 공 들어오면 무조건 때려라' 고 주문하지만 쉽게 잘 안고쳐지는 것 같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박흥식 타격코치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11승4패가 되도 모자랄 판에 숫자를 뒤집어 놓은 듯 16일 7연패를 겨우 벗어난 KIA의 성적은 4승11패로 최하위였다.
KIA는 이날 잠실 LG전에서도 다섯 차례 맞은 득점권에서 딱 1점만 얻는데 그쳤다. 찬스에서 방망이는 여전히 터지지 않았다.
조 감독, 박 코치, 김동재 수비, 최태원 주루, 장재중 배터리 코치 등은 타이거즈 출신이 아닌 '점령군'이다.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개성이 강한 KIA는 사령탑으로 타이거즈 출신 순혈주의를 고집해왔으나 최근 성적이 좋지 않자 마침내 지난해 말 조범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박 코치는 "감독님과 이 팀을 맡고 나서 제일 처음 목표로 삼은 건 주눅이 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선수들이 많이 위축돼 있었는데 편안하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KIA는 스프링캠프에서 코치와 선수 간 일대일 훈련을 하는 등 어느 때보다 땀방울을 흠뻑 흘렸다. 그 결과 시범경기에서 투타 모두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올해 큰 기대를 심어줬지만 정작 정규 시즌에서는 결정적인 고비를 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박 코치는 이에 대해 "부담이 없는 시범경기에서 우리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나왔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개막전에서 삼성에 2패를 한 다음부터 타자들의 방망이가 멈칫했다. 그만큼 찬스에서 부담을 느낀다는 뜻이었다"고 말한다.
KIA에 오기 전까지 삼성에서 오랜 기간 타격을 지도했던 박 코치는 "삼성 타자들은 너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나섰던데 반해 KIA 타자들은 너무 기다린다. 찬스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좋은 공이 들어오면 타자는 눈치 보지 말고 무조건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아홉 차례나 엮어낸 타이거즈 선수들은 자타공인 찬스에 강했다. 어느 누구든 찬스가 걸리기만을 바랐고 보란 듯이 해냈다. 이는 타이거즈 출신 뿐 아니라 당시 상대팀 선수들도 똑같이 증언하는 일화다.
하지만 지금 호랑이들에겐 그런 '야성'이 없다. 1점차 승부에서 1승5패, 다섯 차례 역전패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꼭 해결하려는 부담감과 '잘못하면 어쩌나' 하는 소극적인 플레이가 꼬여 타이거즈만의 승부근성이 사라졌다.
박 코치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기본 기량이 좋은 선수들인 만큼 어떤 계기를 통해 깨어나주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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