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투혼 발라크, 또 ‘준우승 징크스’

입력 2008.06.30 (09:28)

수정 2008.06.30 (09:50)

KBS 뉴스 이미지
핏빛 부상 투혼도 징크스의 악령을 이기지는 못했다.
'전차군단' 독일 축구대표팀의 주장 미하엘 발라크(31.첼시) 얘기다.
발라크는 3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펼쳐진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스페인과 결승전에서 오른쪽 장딴지 부상을 딛고 선발 출전했다.
그동안 메이저대회 결승전과 인연이 없었던 발라크로서는 이날 경기는 특별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과 준결승에서 결승포를 뿜어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정작 자신은 경고 누적 때문에 브라질과 결승전에 뛰지 못했고, 결국 독일은 0-2로 패했다.
6년 뒤 직접 그라운드를 누비며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차지할 기회를 얻은 발라크는 결국 부상을 이겨냈고, 경기 도중에는 상대 수비수와 부딪치며 오른쪽 눈썹 부근이 찢어져 피를 흘리는 등 투혼을 펼쳤지만 이번에는 '준우승 징크스'가 발목을 잡았다.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뛰던 2001-2002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2위에 그친 데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에 발목을 잡혔던 발라크는 다음 시즌 바이에른 뮌헨으로 둥지를 옮긴 뒤 '밥 먹듯' 우승을 차지하며 징크스를 잊어버리는 듯했다.
하지만 200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이적한 뒤 잠잠했던 징크스는 재발했고 올해는 더욱 심했다.
첼시는 리그컵대회인 칼링컵 결승전에서 토트넘에 패했고, 정규리그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렀다. UEFA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이 모든 아쉬움을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털어버리려 했던 발라크는 결국 올해 들어 준우승 횟수를 4차례로 늘리고 말았다.
발라크는 경기 직후 "이루 말할 수 없이 실망스럽다. 좋은 대회를 치렀지만 결정적인 실수가 잦았다. 강적 스페인을 상대하기에는 파워가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메이저대회는 2년 후에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인데 그때 발라크는 33살이 돼 과연 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 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발라크는 "후반전이 시작할 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결승전에 오른 것만으로도 매우 좋은 결과를 낸 것이다. 상대팀의 전력을 봤을 때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