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이택근, ‘발야구’ 일등공신

입력 2008.08.13 (22:50)

수정 2008.08.1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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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경문호는 `발야구'였다.
한국과 미국의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리그 1차전이 열린 1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 제2필드. 6-4로 앞서다 9회 초 대거 3점을 내주고 6-7로 끌려가는 입장이 된 9회 말 김경문 감독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진갑용을 빼고 정근우를 대타로 내세웠다. 사실 김 감독은 9회 초 경기가 역전되자마자 정근우에게 "대타로 나갈 준비를 하라"고 지시해놓았다.
결정적인 순간 김 감독이 정근우를 내세운 건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타격. 프로야구 시즌 타율 0.297(367타수 109안타)의 고감도 방망이를 휘둘러온 정근우는 타석에 들어서자 미국 마지막 투수 제프 스티븐스의 3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2루타를 만들었다.
정근우의 활약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정근우가 8번 대타 김현수의 내야 땅볼 때 3루로 내달려 만든 1사 3루 기회에서 9번 대타 이택근이 친 땅볼이 하필이면 1루수 앞으로 굴러갔다. 어지간한 주자라면 3루 베이스에서 발도 떼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시즌 도루 3위(28개)의 빠른 발을 갖고 있는 정근우는 냅다 홈을 향해 달렸고, 미국 1루수 매튜 브라운의 부정확한 홈 송구 때 동점 득점을 뽑아냈다. 이택근의 타구가 1루수 정면으로 가지 않고 약간 치우쳐 간 걸 눈여겨 본 게 주효한 셈이었다.
발야구로 미국의 혼을 빼놓은 건 정근우 뿐만이 아니었다. 야수 선택으로 1루에 살아나간 이택근의 시즌 도루는 12개. 미국측 정보에는 `발이 아주 빠르지는 않다'라는 설명이 붙어있을지도 모르지만 이택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국 투수 스티븐슨이 공을 던지는 데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택근의 주루 플레이는 과감했다. 신경질이 난 스티븐슨은 급기야 1루 견제구를 던진다는 게 1루수 뒤로 빠졌고, 이택근은 망설이지 않고 2루를 향해 달렸다. 미국 대표팀 멤버들이 속한 마이너리그 트리플 A라면 이런 상황에선 주자가 2루까지 가는 게 정석이겠지만 이택근은 2루를 지나 3루까지 뛰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미국 내야진이 눈에 띄게 흔들릴 때쯤 타석에 들어선 이종욱이 볼 카운트 2-2에서 5구째를 때려 중견수 쪽으로 멀리 멀리 날려보냈고, 미국 선수들의 공이 내야로 전달될까 말까 한 순간에 이택근은 이미 홈 슬라이딩을 끝낸 뒤 동료들의 과격한(?) 축하 세례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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