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마음 고생 날린 2점 대포

입력 2008.08.13 (22:59)

수정 2008.08.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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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공이 베이징 우커송구장 왼쪽 담 쪽으로 날아가자 이대호(26.롯데)는 홈런을 확신한 듯 두 손을 불끈 쥐었다. 공은 펜스를 훌쩍 넘어 사라졌고, 그 순간 가슴 한쪽에 남아있던 찝찝한 마음도 함께 훨훨 날아갔다.
생각해보면 잔인한 초여름을 보냈다. 이대호는 6월22일 프로야구 잠실 LG전에서 1점 홈런을 친 뒤 30일간 무홈런, 무타점의 극심한 빈타에 시달렸다.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홈런과 타점, 장타율 1위인 김태균(한화) 대신 이대호를 대표팀 최종 24명 에 포함해 발표한 게 7월14일.
세간에선 "김태균 대신 이대호를 뽑은 이유가 뭐냐"는 둥, "병역 면제가 유일한 기준이냐"는 둥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심지어는 "살이 쪘다"고 인신공격을 퍼붓는 이들까지 있었다.
7월23일 문학 SK전을 시작으로 홈런 행진을 재개했고, 지난 3일 올스타전에선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 맹활약을 펼쳤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엔 김태균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더구나 지난 5일엔 이대호와 함께 선발 기준 논란에 휩싸인 또 다른 선수인 임태훈(두산)이 결국 중도 하차했고, 윤석민(KIA)이 합류하는 일도 있었다.
이대호는 김 감독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감독의 믿음은 확고했다. 감독 말고도 그를 성원해주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이를 악 다물고 굵은 땀을 흘려 온 이대호에게 기회가 왔다. 한국과 미국의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리그 1차전이 열린 13일. 0-1로 끌려가던 2회 초 김동주가 내야 땅볼을 치고 나가면서 마련된 무사 1루 기회에서 6번 지명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1구 파울로 타격감을 시험해본 뒤 2구 몸쪽 직구를 놓치지 않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이대호의 투런포에 힘입어 2-1로 경기를 뒤집은 한국은 리드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9회 6-7 역전을 허용했지만 이종욱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8-7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이 초반 분위기를 잡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이 이대호의 2점 홈런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3일 올스타전이 끝난 뒤 "그동안 부진으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앞으로는 좋은 이야기만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던 이대호. 그는 국민과 김 감독에게 한 이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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