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탁구 ‘미다스 손’ 현정화

입력 2008.08.17 (19:43)

수정 2008.08.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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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핑퐁 여왕' 현정화(39) 코치는 17일 베이징대 체육관에서 2008 베이징올림픽 탁구 여자단체 3위 결정전 일본과 경기에서 3-0 승리와 함께 한국의 동메달이 확정되자 벤치에 있던 당예서를 끌어 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좀처럼 울음을 보이지 않던 그가 눈물을 흘린 건 힘들었던 지난 몇 개월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올랐던 '탁구여왕'이자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했던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인 그는 여자탁구 최고의 스타였다.
양영자와 호흡을 맞춘 복식에선 1987년 뉴델리 대회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확해 최고의 '황금 콤비'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지도자로 변신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여자팀 코치로 복식(이은실-석은미) 금메달에 앞장섰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당시 사령탑이던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과 함께 복식 은메달(이은실-석은미), 단식 동메달(김경아)을 합작했다.
'스타 플레이어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포츠계 통념을 깨고 승승장구하던 그는 지난해 험한 경험을 했다.
2005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선수들과 동고동락했지만 천영석 전 대한탁구협회장의 독선적인 협회 운영과 꿈나무 육성 지원 부족에 불만을 품고 유남규 전 남자팀 감독과 동반 사퇴한 것. 천 회장 퇴진을 위해 탁구인들과 촛불을 켜기도 했다.
그는 천 전 회장이 물러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탁구협회 수장을 맡으면서 러브콜을 받았고 지난 달 대표팀 코치진에 복귀했다. 감독이 아닌 코치 신분이었다.
한 달여가 그에게 주어진 시간. 어른들의 파벌 싸움 탓에 훈련에 집중하지 못했던 김경아, 당예서(이상 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은 현 코치의 지도를 잘 따랐고 함께 구슬땀을 쏟았다. 그러나 완벽한 올림픽 준비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2% 뒷심 부족 탓에 싱가포르에 2-3으로 졌지만 패자전을 거쳐 일본을 3-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 못지 않은 값진 동메달을 수확했다.
현정화 코치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게 아쉽다. 선수들과 한 달이라도 더 훈련할 수 있었다면 싱가포르를 꺾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면서 "싱가포르에 진 날 내가 다시 들어온 게 잘 한 것인가 하는 회의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김)경아가 30세를 넘은 나이임에도 먼저 훈련하는 등 솔선수범했고 (박)미영이와 (당)예서도 너무 열심히 훈련했다. 잘 따라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고 공을 돌린 뒤 "동메달에 만족하고 단식을 잘 준비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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