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위해 올해 끝이 좋지 않았던 거라 생각한다. 내년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을 지배하고도 막판 한국시리즈 부진 탓에 김광현(20.SK)에게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내준 김현수(20.두산)는 6일 열린 MVP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애써 밝은 웃음을 지었다.
올 시즌 타율과 최다안타, 출루율 등 3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면서 타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김현수는 김광현과 함께 MVP 후보로 거론됐지만 각자의 소속팀이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김광현이 1차전과 5차전에서 모두 12이닝을 3실점(2자책)으로 막는 사이 김현수는 21타수 1안타의 빈타에 허덕였고, 3차전과 5차전에서는 각각 1점 차와 2점 차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모두 병살타로 물러나며 기회를 놓쳤다.
5차전 마지막 병살타를 치고 1루 베이스에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서 있던 김현수는 동료 이승학의 부축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시즌 후반부터 프로야구판을 달궜던 김광현과 MVP 경쟁도 이 순간 결정이 난 셈이었다.
한국시리즈 이후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낚시하러 다니면서 마음을 추스른 김현수는 활기찬 모습을 되찾고 투표장에 나타나 김광현에게 꽃다발을 안겨줬다.
김현수는 "MVP를 타지 못해 아쉬운 건 전혀 없다. 만족은 못하지만 기분은 좋다"고 후련한 웃음을 지으며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않았다. 광현이는 받아야 할 큰 상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년 동안 너무 웃고만 와서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내년을 위해 올해 끝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한국시리즈를 돌이켰다.
그는 이어 "언젠가는 타율은 2할대 후반이 되더라도 홈런을 30~40개 치는 타자가 되고 싶다"며 "내년부터는 홈런을 늘릴 계획이라 올해처럼 안타와 타율이 나오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