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08 재팬시리즈 5차전 선발 제외된 요미우리 이승엽과 대신 1루수를 보는 오가사와라.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6일 일본프로야구 챔프 결정전 일본시리즈 5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은 요미우리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요미우리는 12타수 1안타, 삼진 8개로 부진한 이승엽을 빼고 타선을 강화해 5차전을 반드시 잡고 여유 있게 시리즈를 끌고 간 뒤 8, 9일 홈구장 도쿄돔에서 열리는 6, 7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하겠다는 전략이다.
2승2패로 맞선 상태에서 5차전을 져 주도권을 세이부에 넘겨 준다면 6, 7차전를 모두 이겨야 우승할 수 있기에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승엽을 벤치에 앉혔다.
하라 감독은 이날 5차전 선발투수 우에하라 고지가 안타 7개를 맞고 2점을 줘 1-2로 끌려 가자 4회 곧바로 불펜의 핵 야마구치 데쓰야를 올리는 총력전을 펼쳐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요미우리가 이승엽을 완전히 전력에서 배제한 것은 아니다.
우승을 위해선 이승엽의 한 방이 절실하다는 건 하라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안다. 하라 감독은 이승엽이 부담감을 지우고 스스로 타격감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날 1루수로 나선 오가사와라 미치히로가 이승엽이었다면 잡을 수 있던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주면서 수비 강화 차원에서도 이승엽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차피 요미우리와 세이부의 마지막 승부는 도쿄에서 가려지게 됐다. 요미우리는 6,7차전 세이부 선발로 예상되는 좌투수 호아시 가즈유키, 이시이 가즈히사를 넘어야 6년 만에 정상을 탈환할 수 있다.
중심 타자 이승엽이 6, 7차전에서 좌투수 공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 셈.
이승엽은 이날 경기 전에 앞서 왼손 투수의 공만 때려내며 해법 찾기에 들어갔다.
1대1로 이승엽을 지도한 무라타 신이치 타격코치는 큰 모션으로 유인구에 이승엽의 타격 자세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 뒤 축이 되는 왼쪽 다리에 끝까지 중심을 두고서 허리를 강력하게 돌려야 외야로 뻗어가는 타구를 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클린업 트리오의 일원으로 결정적인 순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린 이승엽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일본시리즈를 준비한다.
거듭된 세이부 투수들의 몸쪽 공 승부에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목적구까지 상실해 최악의 부진에 빠진 이승엽이 7일 휴식일 페이스를 가다듬어 홈 팬 앞에서 화끈한 홈런포를 가동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