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박찬호, “내 위상이 고작...”

입력 2009.01.13 (10:51)

수정 2009.01.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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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36.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3일 기자회견장에서 두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회한의 눈물에서 설움에 북받친 눈물까지, 짧은 시간 박찬호의 감정은 격하게 요동쳤다.
미국 프로야구에 한국인의 존재감을 처음으로 알린 이 시대 최고 스타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펑펑 쏟은 것도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이제 더 태극마크를 달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 가볍게 울먹거릴 때는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3년 전 초대 WBC에서 일본을 두 번이나 꺾고 4강에 진출했던 영광스러운 순간이 박찬호의 뇌리에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대표팀에서 은퇴할 수밖에 없던 데는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게 결정적이다. 존재감이 불명확한 선수에게 미국 구단의 대우도 박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박찬호는 새로 이적한 필라델피아의 환대를 기대했으나 생각 밖의 무관심과 홀대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박찬호는 "예상치 못한 눈물"이라며 기자회견을 중단하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펑펑 울었다.
2001년 말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천500만달러에 계약한 박찬호는 갑부 반열에 오르고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은 확실한 보직이 없는 평범한 투수다.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 지난해 다저스에서 불펜 투수로 자신감을 회복한 박찬호는 1년간 기본 연봉 250만달러에 최대 500만달러까지 쥘 수 있도록 계약하고 지난 7일 필라델피아 입단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다른 뉴스에 묻혀 인터뷰 일정이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박찬호는 당시를 떠올리고 "내 위상이 이런 것이었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이 "선발이든 구원이든, WBC를 가든지 말든지 크게 개의치 않겠다"고 할 때 부터 상해있던 구단에 대한 감정이 급기야 기자회견까지 취소된 대목에서 폭발한 것이었다.
"그날 한국 팬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무산됐고 그래서 한국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주려고 구단에 유니폼과 모자를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분신과도 같은 61번이 박힌 필라델피아 유니폼 상의를 입고 모자를 쓴 박찬호는 수많은 스포트라이트 세례 속에 다시 웃음을 찾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여전히 고국에서는 최고의 위상을 가진 아이콘이었다.
"허리 상태도 많이 좋아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함께 일본 미야자키에서 훈련하게 됐다"던 박찬호는 "앞으로 빅리그 유니폼을 얼마나 더 입을지 모르나 선발 자리를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설령 구원으로 뛰더라도 투수로서 한 시즌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팬 여러분이 성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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