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정치 2선 후퇴’ 선언 배경

입력 2009.06.03 (10:57)

수정 2009.06.03 (15:43)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3일 사실상 `정치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공개 신상발언을 통해 "앞으로는 정치 현안에서 멀찌감치 물러나 경제.자원 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는 당과 당무, 정치 현안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대통령의 친인척으로서 더욱 엄격하게 처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앞으로 포항 지역구 국회의원과 외교통상통일위 위원,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이 이날 전격적으로 `정치 관여 중단'을 선언한 것은 최근 정국상황과 당내 역학구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4.29 재보선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이 낙선한 데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배후 지원했다는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휩싸이면서 최근 입지가 주춤했다.
더욱이 당 쇄신 물결 속에 당내 일부 소장파 그룹에서 전면 쇄신을 주장하면서 `이 전 부의장의 용퇴론'을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결심을 굳히게 된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 전 부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당 쇄신 논의를 계기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왔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이 측근은 "최근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보고 용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이날 결심을 밝힌 것은 한달 전부터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6선을 하는 동안 당 3역과 최고위원, 국회부의장을 해오면서 내 자신의 몸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특히 18대 국회에서 대통령 친인척으로 한계를 갖고 근신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요즘 하루하루를 매우 조심스럽게 살고 있다"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통스런 나날의 연속이다. 정말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전 부의장은 이에 따라 향후 행보를 국내 정치에서 탈피, 외교.경제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는 이날부터 사흘간 도쿄를 방문, 일본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일본의 부품소재 산업 국내 유치 문제와 올해 개항 예정인 영일만 컨테이너 부두 개장에 따른 협력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방일기간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경제산업상을 비롯해 일본 경제계 인사들을 만날 계획이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이기도 한 이 전 부의장은 연맹을 통한 대일외교에도 부쩍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방일 기간에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회동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 부의장은 "일본의 자본과 부품산업 국내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1984년부터 경영인으로서 쌓아온 중국과의 경제관계에도 힘쓰고자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 전 부의장의 이같은 입장 표명으로 쇄신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한나라당이 다시 한번 격랑을 맞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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