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노예 계약’ 강요하는 법률가들

입력 2009.06.03 (22:02)

<앵커 멘트>

직장을 옮길 때마다 전 직장 상사로부터 이직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이걸 못받으면 새 직장에 출근할 수 없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다른 곳도 아닌 법을 다루는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이수정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법무사사무소에서 사무원으로 일했던 35살 김 모씨는 두달 전 근처 다른 사무소로 옮기려다 낭패를 봤습니다.

사무소를 옮기려면 전 직장에서 '이직 동의서'를 받아와야 한다는 지방법무사회의 내부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김 씨는 동의서를 받지 못했고 결국 다른 법무사 사무소에 합격하고도 출근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사무원 박00 : "동의서없이 (취직)하던 그건 자네가 알아서해라. 처자식 먹여살여야해서 지금 면접보러다녀요, 다른 지역으로. 관할 외로 가야하니까."

동의서를 받지 못할까봐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참는다는 여사무원도 있습니다.

<녹취> 사무원 김00 : "귀에 바람을 넣고 몸을 밀착해서 안으세요, 엉덩이 토닥거리시고.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어쩔수없이 좋게 나올수밖에 없죠. 안 그러면 저희는 이직을 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 '동의서'를 내부 규정으로 만들어 놓은 곳은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 가운데 5 곳, 18개 지방법무사회 가운데 6 곳으로 확인됐습니다.

변호사와 법무사들은 동의서가 일부 문제가 있는 사무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인천지방법무사회 : "사무원들이 민.형사상 소송이 많이 걸리고 이직이 잦아서 업무상의 인계가 잘 안돼서 만든 내규입니다."

<녹취> 충북지방변호사회 : "사무장이 나감으로써 고객들이 유출될 수도 있고, 옮기면서 자기 몸값 높이려고 옮기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거 막기위해 그런거고..."

그러나 최근 이 동의서가 헌법에 명시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스스로 폐지한 곳도 있습니다.

<인터뷰>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 "이혼한 여자가 재혼하기 위해 전남편의 동의를 받는다는 거, 불합리하거든요. 이것과 유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방적 약자인 사무원들은 인권위 등에 부당함을 호소할 생각이지만, 그마저 자신을 드러내기 쉽지않은 현실이 답답할 뿐입니다.

현장추적 이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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