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5’ 남아공, 월드컵 모드 진입

입력 2009.06.09 (14:20)

수정 2009.06.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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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는 2010년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축구대회가 10일을 기해 D-365일을 맞는다.
이번 월드컵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최초의 대회라는 점에서 성공적 개최 여부에 각별한 관심이 쏠려 왔다.
특히 FIFA의 수장인 제프 블래터 회장이 한때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 B'를 갖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남아공의 월드컵 개최 능력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남아공은 그러나 이런 우려 속에서도 월드컵 준비를 착착 진행해 왔으며, 여전히 미심쩍은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월드컵의 성공 개최를 장담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조직위원회(SALOC) 홍보담당관은 남아공이 럭비 월드컵,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크리켓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리에 개최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모든 준비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월드컵 모드 진입

월드컵 전초전 성격을 띤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가 오는 14일 개막되는 가운데 남아공은 본격적으로 월드컵 모드에 진입했다.
컨페더레이션컵 대회 개막을 알리는 TV 광고가 한창이고 고속도로 주변과 요하네스버그 등 개최도시에도 월드컵 홍보용 입간판이 하나둘 늘고 있다.
지난 4월 FIFA로부터 컨페더레이션컵 마케팅이 미흡하다는 쓴소리를 들은 뒤 부쩍 홍보를 강화하고 나선 모습이다.
제이콥 주마 대통령도 9일 케이프타운 의사당에서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과 대니 조단 SALOC 위원장으로부터 컨페더레이션컵 트로피를 전달받는 행사를 갖는 등 직접 `분위기 메이커'로 나섰다.

◇경기장 공사 해 넘길 가능성도

남아공 월드컵은 2010년 6월11일부터 한 달간 요하네스버그, 수도 프리토리아, 케이프타운, 더반 등 9개 도시 10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들 경기장 가운데 현재 공사가 완료된 곳은 증축 대상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요하네스버그), 로프터스 퍼스펠트 스타디움(프리토리아), 로열 바포겡 스타디움(루스텐버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블룸폰테인)과 신축 대상인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포트엘리자베스) 등 5곳이다.
나머지 증측 경기장 1곳과 신축 경기장 4곳은 현재 80∼9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 FIFA가 제시한 연내 완공 시한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SALOC의 설명이다.
그러나 남아공이 그간 경기장 공사 완공 시점을 수차례에 걸쳐 연장한 전례에 비춰볼 때 경기장 공사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4년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된 뒤 78억랜드가 책정됐던 남아공의 경기장 신.증축 예산은 철근 등 자재비 인상에 따라 120억랜드(한화 1조8천억원)로 불어난 상황이다.

◇숙박·치안·교통이 문제

남아공은 월드컵 기간에 45만명의 외국인 손님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06년 월드컵 당시 독일을 찾은 외국인 200만명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독일은 주변 국가에서 차량이나 철도를 이용한 방문이 가능하지만 남아공은 유럽에서는 12시간, 북미에서는 18시간 이상 비행을 해야 도달할 수 있는 아프리카 대륙 남단에 자리잡은 지정학적 여건 탓이다.
그러나 예상 방문객 수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 남아공이 과연 외국인 손님맞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우선 숙박시설의 경우 FIFA가 선수단 등 각국 대표단을 위해 이미 5만5천개의 객실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고 일반 외국인 방문객에 대해서는 공식 알선업체를 통해 숙박시설을 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됐다.
그렇지만 남아공이 보유한 숙박시설이 월드컵 방문객들을 소화하는데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어서 자칫 숙박난이 초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남아공의 교통 체계가 외국인이 마음을 놓고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전무하다는 현실도 큰 문제다.
월드컵 기간에 흑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택시'(16인승 승합차)를 외국인 교통수단으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나 남아공 택시가 평소 난폭.곡예 운전으로 악명이 놓고 내부 시설마저 조악하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안전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남아공 정부가 교통대책의 일환으로 25억랜드(3천750억원)를 들여 진행중인 O.R.탐보국제공항과 요하네스버그-프리토리아 간 `하우트레인' 고속철도 공사가 공사비 증가와 공기 지연으로 월드컵 개막일 이전에 개통될 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남아공 월드컵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치안 문제다. 세계 최고의 범죄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을 정도로 치안이 취약해 월드컵 기간에 외국인이 범죄의 타깃이 될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의 경우 살인 및 강간사건 발생건수가 하루 평균 50건, 132건이며 노상강도의 경우 하루 발생빈도가 214건에 달했다.
남아공 정부도 치안 예산 13억랜드를 따로 배정, 경찰 인력을 대거 증원하는 등 치안 확보에 역점을 두고 있다.
월드컵 기간에는 4만1천명의 치안 인력을 가동해 거미줄 경계 태세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민간 경비업체인 G4S가 최근 남아공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보다도 위험한 나라로 지목하며 남아공 월드컵과 관련한 경비 업무를 수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치안 우려가 오히려 고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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