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태군, 화끈 안방마님 신고식

입력 2009.06.24 (22:05)

수정 2009.06.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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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3일 프로야구 LG는 포수 최승환을 이웃집 두산에 주고 투수 이재영을 받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주전 마스크를 쓴 조인성을 제외하곤 쓸만한 포수가 드물었던 LG가 즉시 전력감인 최승환을 두산에 넘겼을 때 '아무리 투수가 급하다지만 희귀 포지션인 포수를 쉽게 팔아도 되느냐'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LG가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 부산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입단한 김태군(20)이 그 주인공이다. 은퇴했다가 지난해 현역으로 돌아온 포수 김정민이 스카우트 시절 직접 뽑은 후배이기도 하다.
키 182㎝에 몸무게 88㎏로 포수로서는 당당한 체구를 갖춘 김태군은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았다.
당시 LG 배터리 코치였던 전종화 전 코치는 "투수 리드와 수비 등에서 조금만 다듬으면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기회가 없었던 게 아쉬웠다. 신인보다 베테랑을 중시하는 김재박 감독의 특성과 부진한 팀 성적이 맞물리면서 김태군은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지난해 고작 1군 6경기에 출전했던 김태군은 2군에서는 34게임에 나섰고 타율 0.329를 때려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도 김정민, 조인성 등 하늘 같은 선배에 밀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17경기에서 타율 0.429를 때리고 차근차근 프로에서 생존법을 터득해갔다.
그러다 지난달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 안방마님으로 뛰던 김정민이 5월20일 KIA와 경기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쳐 시즌을 접으면서 김태군은 다음날 곧바로 김재박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후 조인성을 받쳐주는 후보로서 교체로만 11게임에 출전했던 김태군은 24일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드디어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히어로즈 선발투수는 9승을 거둔 에이스 이현승이었고 LG의 선발은 1승도 거두지 못해 퇴출설이 솔솔 나돌던 릭 바우어가 파트너였다. 데뷔전 매치업치곤 상당히 고약했다.
하지만 씩씩한 김태군은 초보답지 않은 안정된 자세로 이날 예상을 깨고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1회초 바우어와 호흡이 안 맞아 2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이숭용을 1루 땅볼로 잡고 급한 불을 끈 김태군은 6회까지 병살타 1개를 곁들이며 히어로즈 타선을 단 1점으로 막았다.
전날까지 팀 타율 0.284로 2위를 달리던 히어로즈 타자들을 맞아 공격적인 리드로 바우어를 이끌었고 바우어는 6회까지 맞혀 잡는 투구로 5경기 등판 만에 마수걸이 승리를 거뒀다.
LG로서는 바우어의 회복과 김태군의 잠재력을 동시에 수확한 기분 좋은 날이었다.
고교 2학년 때까지 투수로 활약해 그 심정을 잘 안다는 김태군은 "바우어의 직구가 좋아 경기 전 '날 믿고 던져 달라'는 말만 했다. 히어로즈 타자들이 주로 타석에서 떨어져 있어 초반에는 바깥쪽으로 유인했고 중반 들어 몸쪽 승부를 즐겼다"고 말했다.
"바우어의 한국 무대 첫 승리를 도와 기쁘다"던 김태군은 "열심히 가르쳐 주신 서효인 배터리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공격적인 리드를 펼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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