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바우어·에르난데스 살아날까?

입력 2009.06.25 (11:00)

수정 2009.06.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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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김재박 감독은 지난달 12일 오른팔 에이스 노릇을 해온 크리스 옥스프링을 방출하고 바로 다음날 장신의 외국인 투수 릭 바우어(32)를 데려오면서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김 감독은 "프로필에는 키가 198㎝로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2m가 넘는다"며 새 용병을 한껏 자랑했다.
큰 키에서 내려꽂는 속구가 웬만큼 위력을 발휘하고 한참 잘 나가는 타선을 등에 업혀주면 무난히 선발 투수로 안착하리라는 소망이 컸다.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뛴 적이 있는 바우어는 "추신수를 잘 안다"며 의기양양하게 입국했고 5월21일부터 선발로 출격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첫 무대에서 1⅓이닝 7실점했고 그 다음 세 경기도 내리 난타당했다.
김재박 감독은 무려 1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바우어를 급기야 2군으로 내려보냈고 열흘 지난 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24일 다시 잠실구장 마운드에 올려보냈다.
바우어는 이날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6회까지 공 105개를 던지면서 1회 제구력이 잠시 흔들려 볼넷 2개를 내줬을뿐 2회부터는 4사구를 내주지 않았다.
직구 60개, 슬라이더 41개로 거의 정확히 6대4 비율을 유지하면서 내야 땅볼을 유도해 맞춰잡는 피칭으로 고비를 넘겼다.
바우어를 다시 퇴출하고 두 번째 대체 용병을 찾을 고민에 빠졌던 LG 코치진은 일단 한숨 돌리면서 더 지켜볼 작정이다. 고작 한 경기 잘 던졌다고 바우어가 합격점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미니카에서 온 삼성 라이온즈의 괴짜 용병 루넬비스 에르난데스(29)는 더그아웃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괴상한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는 에르난데스는 닮은 꼴 '브로콜리 머리' 박석민과 나란히 앉아있기만 해도 사진기자들의 '그림 거리'가 된다.
지난 주 대구구장에서는 서툰 우리말을 배운 에르난데스가 복도에서 마주친 롯데 선수에게 느닷없이 "너 참 못생겼다"고 한마디해 선수들 배꼽을 잡게 했다.
하지만 괴짜는 그냥 괴짜일뿐 선동열 삼성 감독의 기대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4월5일 개막 두번째 경기에서 5이닝 3실점하면서 승리 투수가 된 뒤 두 달 넘도록 승리 소식이 없었다.
제구력이 잡힌다 싶은 날에는 난타당하고 구위가 좀 괜찮다 싶으면 컨트롤이 마구 흔들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게다가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쉬기까지 했으니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에르난데스는 24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7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무엇보다 4사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선발 투수 기근에다가 요즘에는 막강 불펜과 마무리 오승환까지 흔들려 시름이 깊어진 선동열 감독이 에르난데스의 괴짜 행동 앞에서 진짜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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