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저물다 다시 뜬 ‘황제 위용’

입력 2009.07.06 (06:45)

수정 2009.07.0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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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페더러(2위.스위스)가 2009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며 '테니스 황제'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페더러는 6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앤디 로딕(6위.미국)을 4시간16분의 대혈투 끝에 3-2(5-7, 7-6<6>, 7-6<5>, 3-6, 16-14)로 꺾으며 우승해 올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연달아 제패하며 개인 통산 15번째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페더러에게 2008년은 최악의 해였다. 호주오픈 4강 탈락으로 메이저대회 10회 연속 결승 진출 행진이 끊겼고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는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에 단 4게임만 따내며 0-3 완패를 당했다.
2007년까지 5년 연속 우승을 휩쓸었던 윔블던에서도 나달에게 우승컵을 내준 페더러는 베이징올림픽 단식 금메달도 나달에 밀렸고 급기야 8월18일자 랭킹에서는 2004년 2월2일부터 237주간 지켰던 1위 자리마저 나달에 뺏겼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결승에서 또 나달에 패한 페더러는 시상식에서 흐르는 눈물까지 감추지 못하며 '저무는 스타'의 대표적 케이스로 거론되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2009시즌 목표로 내걸었던 랭킹 1위 탈환은 고사하고 앤디 머레이(3위.영국), 노박 조코비치(4위.세르비아)에게 2위 자리까지 넘겨줄 판이었던 페더러는 공교롭게도 자신이 그동안 약한 모습을 보이던 클레이코트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했다.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드리드오픈 결승에서 나달을 2-0(6-4 6-4)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페더러는 나달과 상대 전적 5연패 늪에서 탈출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프랑스오픈에서도 나달이 로빈 소더링(스웨덴)에게 덜미를 잡혀 16강에서 탈락한 덕을 보기는 했지만 페더러는 생애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페더러는 기세를 몰아 지난해 아쉽게 6년 연속 우승 문턱에서 발길을 돌렸던 윔블던 우승 트로피까지 탈환하며 개인 통산 1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의 대기록을 썼다.
이날 로딕과 결승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피트 샘프라스(미국)가 갖고 있던 14회 기록을 뛰어넘는 위업이다.
게다가 페더러는 6일자 랭킹에서 다시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지난해 8월 내준 세계 최고의 자리를 11개월 만에 되찾는 것.
지난해부터 내리막을 걸어 '테니스 황제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까지 감수해야 했던 페더러는 이제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나 세계 랭킹에서 모두 '황제'라는 칭호에 걸맞은 자격을 갖추게 됐다.
특히 커리어 그랜드슬램, 15번째 메이저 우승, 랭킹 1위와 윔블던 우승컵 탈환 등 지난해와는 정반대로 2009년을 '페더러의 해'로 만들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페더러에게 남은 과제라면 무릎 부상으로 이번 윔블던에도 불참하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닌 나달이 코트에 다시 돌아왔을 때 다시 한 번 '황제'의 위엄을 보여주는 일 정도가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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