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럭비 꽃 피울 기회될 것!”

입력 2009.08.13 (22:51)

수정 2009.08.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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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제 럭비가 13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에 럭비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럭비를 꽃피울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포함되면서 국가적 지원이 늘어날 뿐 아니라 럭비를 하려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올림픽 정식 종목 꿈이 이뤄졌다'= 대한럭비협회 박태웅 사무국장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체육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 종목에 럭비가 포함된 것은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며 기뻐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 뛰는 모습을 보여주면 럭비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럭비 저변도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장에서 뛰는 럭비인들도 올림픽 종목에 포함되면서 비인기 종목이었던 럭비가 대중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실업팀인 삼성중공업 오정규 럭비 감독은 "모든 스포츠인의 꿈은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며 "중,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럭비를 하는 선수들이 그런 꿈을 가질 수 있게 돼 무엇보다 반갑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15인제 럭비는 세계의 벽이 높지만 7인제는 힘보다는 스피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라며 "정부 지원이 늘고 서서히 럭비 저변이 넓어진다면 자연스레 팀 수도 늘어나면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동호 고려대 럭비팀 감독도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포함됐다고 하루아침에 럭비팀을 만드는 학교나 럭비 선수가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진학이나 사회 진출 여건이 나아진다면 럭비 인기도 자연히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럭비, 올림픽 메달도 가능= 한국은 한 팀에 15명이 뛰는 15인제 럭비에서는 세계 수준과 격차가 크지만 같은 크기의 구장에서 7명이 경기를 벌이는 7인제 럭비에서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7인제 럭비는 15인제에 비해 힘보다는 스피드가 중요하다. 아시아 선수들도 덩치가 큰 유럽선수들과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또 경기 시간이 7인제는 전, 후반 7분씩 14분, 15인제는 40분씩 80분이라 7인제 경기가 체력부담도 훨씬 적다.
한국은 이미 1997년 7인제 럭비월드컵서 8강에 진입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1998 방콕아시안게임과 2002 부산아시안게임 럭비 7인제와 15인제 종목에서 모두 일본을 꺾고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15인제가 빠지면서 7인제만 정식종목으로 치러졌는데 이때는 일본에 져 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려면 럭비 팀 수를 늘리고 구장을 확충하는 등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중, 고, 대학교와 실업팀을 합해 50여 개의 럭비팀에 1천여 명의 선수뿐이며 실업팀은 포스코강판, 한국전력, 삼성중공업, 대심통상 등 4개에 불과하다.
또 최근에야 경북 경산 체육공원에 국내 최초의 럭비 전용구장이 들어설 정도로 기반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비교해 아시아 럭비 강국인 일본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럭비월드컵(15인제 럭비)을 2019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하게 됐을 뿐 아니라 프로 럭비 리그도 운영하는 등 럭비가 인기 종목으로 통한다.
포스코강판 김명주 감독은 "현재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각 시도에 한 개 학교 꼴인 50여 개 팀으로는 올림픽을 대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대부분 중, 고팀들이 럭비구장이 없어서 맨땅에서 경기하며 다칠 위험이 매우 크다"며 "선진국처럼 새 구장을 지을 때 축구, 야구 구장에서 럭비도 함께 할 수 있게 하거나 기존 구장을 개조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럭비 어떻게 재진입했나= 럭비는 1900년 파리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1908년, 1920년, 1924년 대회 등 네 차례 치러졌다.
하지만 국제럭비위원회(IRB)가 올림픽의 상업주의를 배제하고 럭비의 아마추어리즘을 고수하자며 자진해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럭비는 영연방을 중심으로 70여 개 국가가 참가하는 커먼웰스게임에서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럭비를 보급하려면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IRB가 올림픽 재진입을 시도해 결국 92년 만인 2016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된 것이다.
특히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벨기에 럭비 국가대표선수 출신이어서 럭비에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도 채택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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