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스타트까지 완벽 ‘적수 없다’

입력 2009.08.17 (08:27)

수정 2009.08.1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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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가 17일(한국시간)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9초58이라는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원동력은 `완벽한 스타트'였다.
196㎝의 큰 키에 다리가 길어 스타트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볼트는 올림픽 이후 약점을 집중 보완했고 타이슨 게이(미국),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등 라이벌에 뒤지지 않을 만큼 반응 속도를 높였다.
볼트는 이틀간 4차례 레이스에서 평균 스타트 반응 속도 0.145초를 기록했다.
올림픽에서 9초69로 세계기록을 세울 당시 반응 속도가 0.165초였던 점에 비춰보면 100분의 2초나 줄인 셈이다.
예선에서 0.144초로 출발한 볼트는 준준결승에서 0.155초로 약간 늦었지만 준결승에서 가장 빠른 0.135초, 결승에서는 0.146초를 찍었다.
4경기 평균 0.129초를 찍은 파월에게만 뒤졌을 뿐 0.159초인 게이보다 빨랐다.
"스타트만 보완하면 더 좋은 기록을 찍을 수 있다"고 누누이 말해온 볼트의 분석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음이 입증됐다.
실제 볼트는 30m부터 치고 나와 긴 다리를 이용한 폭발적인 스퍼트로 격차를 벌려갔고 결승선까지 성큼성큼 `41발자국' 만에 주파했다.
누구든지 스타트에서 볼트를 제압하지 않는 이상 중반 이후 레이스에서는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실히 드러났다.
볼트는 "모든 것은 가능하다"는 말로 또 세계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볼트가 이날 인류 최초로 `마의 9초6 벽'을 허물 수 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레이스를 진지하게 치렀다는 점. 작년 올림픽에선 승리를 확신한 나머지 양팔을 벌리는 세리머니로 입방아에 올랐다.
"패자를 배려하지 않는, 진중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비판부터 "세리머니만 없었다면 9초5대 진입은 충분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볼트는 은연중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과감히 액션을 포기했고 이날 그야말로 '앞만 보고 달려' 1년 만에 기록을 0.11초나 줄였다.
게이, 파월과 처음 동반 레이스를 펼쳤다는 점도 동반 상승효과를 냈다. 1980년대 칼 루이스(미국)와 벤 존슨(캐나다)의 라이벌전에 필적할 대결이었다.
올림픽 3관왕 볼트와 오사카 세계대회 3관왕 파월, 통산 51차례 9초대를 찍은 파월이 나란히 출발선에 선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장면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볼트는 파월과 자주 맞붙었지만 게이와는 지난해 6월1일 이후 맞붙을 기회가 없었다.
게이가 올림픽 100m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격돌 기회는 올해로 넘어왔으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였던 둘은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3자 대결의 장이 마련됐고 상승효과를 일으켜 세계기록이 수립됐다.
이날 상위 5명이나 9초93이하로 뛰는 등 기록이 전체적으로 좋았다.
사타구니 수술을 앞둔 게이는 지난해 자신이 세운 미국기록(9초77)을 0.06초나 앞당기는 신기록을 작성했고 레이스에 함께 뛴 4명이 올해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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