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9초 4도 가능”…인간 한계 도전

입력 2009.08.17 (11:26)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가 17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를 9초58에 주파해 세계신기록을 작성함에 따라 과연 인간이 얼마나 더 빨리 달릴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육상계 일각에서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9초6을 넘어서 9초5대에 진입한 것은 가히 혁명적인 기록 단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볼트는 이날 우승한 직후 궁극적인 기록 목표를 묻는 말에 `9초4'를 입에 올렸다.

◇인간의 한계는 9초5(?)

몇 해 전 일본의 스포츠 과학자들은 역대 100m 세계기록 보유자들의 장점만 한데 모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조합해 100m를 뛰게 해본 결과 9초50이 나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미국의 한 운동생리학자는 1925년부터 100m 기록이 해마다 100분의 1초씩 빨라지고 있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28년 100m 세계기록이 9초34까지 당겨질 것으로 예측한 적도 있다.
10여년 전에는 한계를 9초75로 점치기도 했지만 이미 그 한계는 깨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관측일뿐 인간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육상 단거리를 맡는 스포츠과학실 김정훈 박사는 "인간의 한계점을 못박기는 어렵다. 오늘 뛴 볼트를 보더라도 나이가 어려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약적인 기록 단축

100m 세계기록은 공식 계측이 이뤄진 1906년 도널드 리핀코트(미국)가 10초6을 기록한 이후 1968년 짐 하인스(미국)가 9초95로 10초 벽을 허물었다.
20세기 최고의 스프린터 칼 루이스(미국)가 1991년 9초9 벽을 넘어 9초86을 기록했고 1999년 모리스 그린(미국)이 9초79로 다시 9초8 벽을 깼다.
9초7과 9초6은 모두 볼트가 넘었다. 볼트는 작년 5월31일 9초72로 처음 세계기록을 세운 뒤 작년 8월16일 베이징올림픽에서 9초69, 정확히 1년 만인 이날 9초58을 찍었다.
1년3개월 만에 세계기록을 0.16초나 당겼다. 한 번에 0.05초 이상 기록을 단축한 것도 그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볼트 `9초4도 가능하다'

볼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9초54까지 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9초5대에서 승부가 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세계기록을 경신한 볼트는 이날 레이스 직후 목표를 9초4대로 높였다. 그는 "9초4에서 멈추겠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볼트와 함께 뛴 타이슨 게이(미국)는 "인간이 또 다른 수준으로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볼트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자메이카의 시골 지역인 트렐로니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부모 아래서 자란 볼트는 어릴 때 크리켓을 배우다 육상을 해보라는 코치의 권유로 트랙에 들어섰다. 지역 초등학교 대회에서 발군의 스피드를 뽐내 발탁됐지만 원래 200m가 전공이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예선 탈락했고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로 처음 메이저대회에서 입상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고향에서 스포츠카를 몰고 가다 빗길에 굴러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고 집에 강도가 드는 등 액땜을 했다.
이제는 볼트가 금세기 최고 스프린터임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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