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라스 감독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영화로”

입력 2009.10.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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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에 심취했을 때 이런 시를 접했어요. '나는 잘 생기고 싶지 않다. 강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고 부자가 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저 역시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부산을 찾은 그리스 출신의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창작자로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한 말이다.

10일 오후 부산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한 가브라스 감독은 '나의 삶, 나의 영화'를 주제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에 대한 여러 생각을 밝혔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 것을 배제할 수 없고, 존경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 소개되는 그의 영화 'Z'(1969)는 그리스 개혁가 램브라키스의 암살을 다룬 바실리 바실리코스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으로, 1970년대 정치 영화의 흐름을 만들어냈으며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남우주연상, 아카데미외국어작품상, 편집상 등을 받으면서 가브라스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가브라스 감독은 "'Z'를 만들 당시 그리스는 군부의 탄압이 심했을 때였고 많은 시민이 정부에 항의했다"며 "내가 항의할 수 있는 방식은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저는 큰 열정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면의 열정이 솟아날 때만 가능한 일이죠.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부족한 것은 주제가 아니에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야기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죠."
그는 사회 비판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마이클 무어 감독에 대해 "그는 다큐멘터리를 잘 만들고,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그가 칸에서 상을 받았을 때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그의 영화는 그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는 "에릭 본 스트로하임의 '탐욕'을 보고 영화가 진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스 태생인 가브라스 감독은 "부모님이 좌파 성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해방 이후 직업을 잃고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됐을 때 유일한 선택은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프랑스였다"고 말했다.
프랑스로 이주한 그는 소르본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시네마테크를 드나들며 영화를 접하고 나서 영화 학교에 진학했다.
가브라스 감독은 디지털 기술이 가져 온 영화에 미친 영향을 '혁명'이라고 평가하면서 "영화는 원래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데 휴대전화로 영화를 보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디지털은 젊은이들이 영화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수단이죠. 상영관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DVD나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보는 게 가능해지기도 했고요. 새로운 기술은 영화를 탈신비화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었죠."
"영화는 각 사회에 여러 가지 신화를 만들었어요. 우리 세대는 일주일에 한 번 영화 보러 가는 것이 신화였어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의한 것이었으니까요. 디지털 시대에 영화가 어떤 신화를 만들 것인지는 젊은 세대들의 몫입니다."
<사진 설명 - 9일 해운대 피프빌리지에서 열린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석한 가브라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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