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한국어 배우기 열풍

입력 2009.10.11 (10:13)

<앵커 멘트>

어제가 한글날이었습니다만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애정이 유독 깊은 민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솔롱고스' 무지개가 뜨는 동쪽 나라 라고 부르는 몽골 사람들 얘긴데요.

대학에서 한국어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가 하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조기 교육이 유행할 정도라고 합니다. 몽골에 불고 있는 한국어 열풍, 박지은 순회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번화가에 위치한 대형 극장에서 한국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포스터에는 제목까지 한글 그대로 적혀있습니다. 한국어 간판도 종종 눈에 띕니다. 한국어 열풍은 대학에서도 거셉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투무르는 한국어 실력이 수준급입니다.
대학에서 1,2학년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필수과목으로 정했고 한국의 한 대학 지원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기때문입니다.

<인터뷰>투무르(후레정보통신대학교 1학년): “처음에 배울 땐 힘들었는데 익숙해져서 한국어가 더 쉬워요.”

투무르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문화에도 부쩍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매일 저녁 투무르는 가족들과 함께 TV 앞에 둘러앉아 한국 드라마와 뉴스를 보며 한국어를 배웁니다. 인터넷으로는 한국 최신가요를 듣고, 한국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문화를 접합니다.

'KBS 뮤직뱅크를 계속보고 있는데 얘들이 계속 1위 하더라' 얘네 GEE, 소원을 말해봐'

<인터뷰>타미르(몽골 후레정보통신대 2학년): “한국 최신 영화가 나오면 바로 극장가서 봐요. 왜 보냐면 한국에 익숙하니까 재미있고 보면 한국어가 안잊혀져요.”

<인터뷰>투무르(몽골 후레정보통신대 1학년): “노래보다 드라마 더 좋아하고 이 친구는 노래 좋아하니까 서로 같이 섞어서 봐요.”

<녹취>발진얌(남학생): 모음 읽기 '아, 야, 어, 여'

초등학교 5학년인 발진얌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정만큼은 대학생 못지 않습니다.

<인터뷰> 발진얌(몽골 후레 풀가초 5학년): “한국어를 배워보니까 참 재미있고요. 꼭 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습니다.”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기위해서는 비싼 학비를 내야하지만 몽골의 중산층 이상 부모들은 자녀들이 한국어를 보다 빨리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 초등학교의 1년 학비는 몽골 대학 1년 학비와 비슷한 천5백달러입니다. 이처럼 현재 몽골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은 모두 5천7백여 명에 이릅니다. 몽골 학생 천 명 가운데 6명은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정일(주 몽골 대한민국 대사): “전체적으로 보면 20-30개 정도 되고요. 국립대학에도 한국어과가 있고 23중학교 고등학교에도 한국어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 유학과 취업을 목표로 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몽골내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생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지난 2006년 584명이던 지원자가 지난 2007년 925명으로 늘더니 지난해는 93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몽골에서 뛰어난 한국어 실력은 취업의 보증수표로 통합니다. 몽골에 진출한 한국기업 늘고 있어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어과 졸업생들은 취업이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오양가는 이미 7년 전 몽골의 한 대학교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기업에서 법률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오양가(몽골 법무법인 법률팀장): “한국업체 취직하는데 한국어 도움이 많이되죠. 왜냐면 의사소통 잘 되고 맡은 일을 잘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되죠.”

몽골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데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몽골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1.5배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몽골인들이 한국어와 한글의 매력에 푹 빠진 배경에는 한글의 우수성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한글은 지난 1997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며, 소설 '대지'를 쓴 미국 작가펄벅은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작품 '살아있는 갈대'에서 한글은 24개 알파벳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문자 체계지만 자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음성도 표기할 수 있다"라고 극찬했습니다.

독일인 최초 한국학 박사인 함부르크대 사세 교수는 "서양이 20세기에 완성한 음운이론을 세종대왕은 5세기나 앞서 체계화했다"며 "한글은 전통 철학과 과학 이론이 결합된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평가했습니다.

<인터뷰>정순훈(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 “한글이 이렇게 쓰기에 편하기 때문에 다른나라 사람에게도 편한 한글을 보급해 그 나라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한글을 세계화시켜서 문화제국주의적 이런 것이 아니고 편한 한글을 같이 나누자 한글 나눔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여기에 일부 언어학자들은 우리나라와 몽골 언어의 동질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지리적 공통점은 물론 중국 사서의 문헌자료를 근거로 한국어와 몽골어의 어원과 문법에 공통점이 많다는 겁니다.”

<인터뷰>최기호(울란바토르대 인문대학장): “문법이 비슷한게 많습니다. 어순이 같고 여러가지 주격조사 목적격조사가 같기때문에 몽골사람들이 한국말 배울 때 어순에다 그대로 단어만 집어넣으면 말이되고 또 음운구조가 같으니까 발음도 비슷하고...”

이런 공통점을 바탕으로 몽골인들은 우리나라를 '솔롱고스', 무지개가 뜨는 동쪽 나라라고 부르며 발전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몽골인들은 한국 문화를 접하고 한국어를 배우며, 낯선 나라 한국을 가까운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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