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명가 재건’, 한화·LG는 ‘몰락’

입력 2009.10.25 (10:43)

수정 2009.10.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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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는 개막전부터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한 승부가 계속되는 등 유난히 뜨거웠다.
사상 유례없는 박빙의 순위 다툼이 막판까지 이어졌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가 최종전까지 가는 혈전이 펼쳐져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한 가운데 '전통의 명가' KIA의 부활이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됐다.
반면 날개없이 추락한 한화와 LG가 대비됐다.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SK와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자웅을 겨루며 여전한 전력을 과시했고, 롯데는 2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12년 만에 명가 재건한 KIA
전문가들은 시즌 개막 전 KIA를 중하위권으로 분류했다. 2007~2008년 8위와 6위를 한 KIA의 전력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IA는 시즌 중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예상을 뒤집었다. 파죽의 11연승을 달렸고 8월2일 단독 1위로 올라서고 나서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KIA는 LG에서 영입한 김상현의 방망이가 폭발하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상현은 경기마다 믿기지 않는 괴력을 뿜어내며 홈런(36개)과 타점(127점) 2관왕에 올랐다.
그러자 타선이 시너지효과를 냈다. 최희섭이 33홈런과 100타점을 뽑았고 나지완(23홈런-73타점), 안치홍(14홈런-38타점)의 방망이도 매섭게 돌았다.
여기에 막강 용병 듀오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이 가세했다. 두 용병은 27승을 합작했고 '토종 에이스' 윤석민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했다. 언더핸드 유동훈은 평균자책점 0.53에 22세이브를 작성하며 최고의 소방수로 자리 잡았다.
◇3년째 이어진 SK와 두산의 강세
2007~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대결한 SK와 두산은 올해도 여전한 실력을 뽐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SK는 '차.포' 김광현, 박경완이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막판 19연승을 질주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연승에 힘입어 8월 후반 2위를 회복한 SK는 9월 들어서는 정규리그 1위 팀인 KIA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였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에 먼저 2경기를 내주고도 3연승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2차전에서 내리 패했지만 게리 글로버, 채병용의 호투로 3, 4차전을 따내면서 7차전까지 승부를 몰고 가는 응집력을 보였다.
2007~2008년 연속으로 2위에 머문 두산은 선발진이 무너진 어려움 속에서 불펜진과 방망이에 기대어 선전을 펼쳤다. 임태훈을 중심으로 한 불펜진은 '킬(KILL) 라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맹위를 떨쳤고, 2008년 타격 타이틀 3개(타율, 최다안타, 출루율)를 거머쥔 김현수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9승 투수 홍상삼, 세이브 공동 1위(26개) 이용찬, 고졸 신인 정수빈, 금민철 등이 수혈되면서 '화수분 야구'의 위력을 뽐냈다.
덕분에 시즌 후반 한국시리즈 직행까지 꿈꿨으나 허약한 마운드의 부담을 떨치지 못했다. 결국 3위로 정규시즌을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 SK에 2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희비 엇갈린 4위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 2년째를 맞이한 롯데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가을야구에 맺힌 한을 풀었다.
4월 한 달 동안은 투타가 불협화음을 내며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조성환, 손민한의 부상 공백이 컸다.
6, 7월 반전에 성공했다. 4위 싸움의 최대 분수령이었던 9월 12, 13일 삼성과 2연전을 따내 준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또 눈물을 흘렸다. 두산을 만나 1차전을 이겼으나 내리 3경기를 지면서 쓸쓸히 돌아섰다. 단기전 승부에서는 '로이스터 매직'이 통하지 않았다.
반면 작년까지 12년 연속 가을잔치에 나갔던 명가 삼성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타선은 세대교체가 잘 이뤄졌으나 윤성환 외에 쓸만한 토종 선발이 없는 마운드가 치명적 약점이었다. 재기할 것으로 믿었던 에이스 배영수가 1승12패, 평균자책점 7점대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 뼈아팠다.
히어로즈는 '한정된 자원'만 갖고도 선전을 펼쳤다. 강정호, 황재균이 제 궤도에 올라왔고 송지만, 이숭용이 노장 투혼을 발휘해 시즌 막판까지 4위 싸움을 벌였다.
◇'끝모를 추락' 한화, LG
LG는 초반에는 2위까지 올라서며 기분을 냈다. FA 최대어인 이진영, 정성훈을 데려오고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붙잡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어렵게 꾸려가던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면서 하향곡선을 그렸다. 박명환의 재기와 대체용병 카드도 실패로 돌아갔다. 경기중 배터리의 마운드 언쟁과 구타 기합 사건이 터져 팀 분위기마저 어수선해졌다.
결국 김재박 감독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유니폼을 벗었고 박종훈 두산 2군 감독이 새 사령탑이 됐다. LG는 박 신임 감독과 5년 장기 계약을 하며 팀 재건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한화는 올 시즌 그라운드를 휩쓴 '부상 쓰나미'의 최대 피해자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맹활약한 김태균이 경기 중 충돌해 뇌진탕 후유증을 호소하며 한동안 부진했다. 여기에 이범호마저 부상으로 전열을 들락날락했다.
에이스 류현진 만이 외롭게 마운드를 지켰지만 역부족이었다. 한화는 6, 7월 12연패를 당하며 시즌을 접었다.
한화는 정규시즌 종료 직전 한대화 삼성 수석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영입해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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