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네, 지난 주말 극적인 역전 드라마,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야구 명승부의 여운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이긴 팀에게는 기쁨이 배가 되지만, 진 팀에게는 그 어느 경기보다 안타까움이 많이 남을 것입니다.
2009 한국 시리즈, 누적 관중 6백만 명, 전 경기 매진이라는 최고 흥행 성적과 함께 각종 진기록, 진풍경을 쏟아냈습니다.
황현택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현장 중계진 : (말이 안 나오네요.) 이렇게 재미있게 하려고 7차전까지 왔습니까?"
12년 만의 우승.
그라운드는 이내 눈물과 샴페인으로 젖었습니다.
10번째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를 어김없이 지켜 낸 기아.
7차전 끝내기 홈런은 미국 월드시리즈 107년 역사에서도 단 한 번 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입니다.
열아홉 안치홍의 한국시리즈 최연소 홈런은 대역전극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기아 조범현 감독은 선수로서, 코치로서, 또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을 맛본 1호 야구인이 됐습니다.
우승의 기쁨을 나누기 전 30년 야구 스승에게 깍듯한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찾아 온 모 그룹의 부도와 만년 중하위권 성적.
'종이 호랑이'라는 비아냥을 승리의 찬가로 뒤바꾼 기아는 9회말 역전승으로 야구의 묘미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줬습니다.
4강이 겨루는 포스트시즌 관중 첫 40만 명 돌파, 정규시즌까지 합하면 6백만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표가) 다 팔렸다는 소리를 제가 제일 먼저 들었다니까요. 그 심정이 진짜로 세상에서 제일 재수없는 사나이..."
암표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습니다.
<녹취> 암표 상인 : "(세 장 정도 있어요?) 그러십쇼. (얼만데요?) 15만 원. (15만 원?)"
열악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여성팬이 폭발적으로 느는 등 야구장은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인터뷰> 김유리(기아 팬) : "홈런 칠 때는 기쁘기도 하고 경기 룰을 알면서 보니까 너무 재미있고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상인들 역시 모처럼 만의 야구 특수를 누렸습니다.
각종 응원용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주변 음식점들도 특수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관중석까지의 치킨 배달은 기본.
<현장음> "배달 왔습니다. (여기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과 함께 불붙은 야구 열기.
팍팍한 일상을 떠나 몰입과 열정의 기억을 되살려 준 2009년 한국 야구는 축제로 시작해 축제로 끝났습니다.
<녹취> "9회말 역전, 이거 보세요. 이래서 야구가 너무 재미있어요."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