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의 엉덩방아…일본 “희망 봤다”

입력 2009.11.17 (10:02)

수정 2009.11.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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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도 역시 사람이다.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한국의 피겨 간판 김연아(19)에 잔뜩 주눅이 들어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의 희망을 접어가던 일본이 그랑프리 5차 시리즈에서 김연아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프리스케이팅에서 2위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연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올 시즌 들어 극도의 부진에 빠진 김연아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淺田眞央.19)나 안도 미키(22)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은 17일자 스포츠면에 김연아가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져있는 사진이 부각된 "연아 넘어졌는데도 V" 제하의 기사에서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였던 김연아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전혀 다른 연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올 시즌 들어 여자 피겨에서 여타 선수들과 다른 차원의 압도적 연기를 펼치며 강한 카리스마를 뿜었던 김연아도 "역시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추격하는 일본의 기세에도 신경이 쓰인 모습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김연아가 그랑프리 5차 시리즈 프리스케이팅에서 전날 쇼트 프로그램의 완벽한 연기를 펼쳤던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연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김연아가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피겨 여왕'이 된 이후 주변의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밴쿠버 올림픽이 임박하자 중압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스포츠호치 역시 "쇼트 프로그램에서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김연아가 하룻밤 사이에 전혀 딴 사람으로 변했다"면서 "쇼트프로그램에서 쌓은 점수로 우승은 했지만 자신의 최고 점수(210.03)를 22점이나 밑돌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의 이런 보도는 쇼트프로그램 결과를 보도했을 때의 '피겨 여왕 대우'와는 딴판이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가 세계기록을 경신하자 일본 언론은 "흔들리지 않는 점프와 요염한 표현력은 여타 선수와 차원이 달랐다"(아사히신문)고 썼다.
또 "여왕 연아 관록 발진..화려하고 완벽한 연기로 관객의 가슴에 감동의 총(007의 총)을 쏘았다"(요미우리신문), "세계최고 김연아..대스타에 심판도 매료"(마이니치신문) 라는 등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다.
김연아가 뜻하지 않은 엉덩방아로 '신(神)'이 아닌 인간으로 내려오면서 일본 피겨계도 희망에 부풀고 있다.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이 무산된 아사다 마오는 명예회복을 외치며 칼을 갈고 있다. 노련한 안도 미키 역시 타도 김연아의 깃발을 들고 연습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결국 어린 선수들에게 중압감이 최고조에 이를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실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메달 색깔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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