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프로 노조, 혜택·세금 는다

입력 2009.12.03 (15:29)

수정 2009.12.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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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회)가 노동조합 설립 찬반 투표를 91%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 노조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는 선수협회가 노조 설립을 신청하면 프로야구 선수들이 노동자인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부의 결정에 따라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첫 노조 설립 여부가 판가름난다.



선수협회가 8개 구단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노조를 세우려는 이유는 권익 신장에 있다.



노조를 설립하면 ’임의단체’라는 미약한 처지에서 벗어나 각 구단 및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대화 파트너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설립 승인을 받으면 프로야구 선수들은 일반 노동자처럼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권을 얻는다.



그러나 노조에 참가해 일반 근로소득자로 분류되면 세금을 지금보다 많이 내야 할 개연성이 있다.



또 구단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시달릴 수 있고 노조 참가 구단 선수와 그렇지 않은 구단 선수 사이에 ’노노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진통이 예상되기도 한다.



◇늘어나는 혜택



권시형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3일 "야구 선수는 현재 비시즌 기간 훈련과 관련해 각 구단의 ’지휘 감독’을 받는 등 사용자(구단)로부터 정기적인 급여를 받고 있다. 또 노동의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노동자’로 충분히 분류할 만 하다"며 노동부의 노조 설립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빨간 띠를 두르고 파업만 하는 것으로 노조를 헐뜯는 세력이 있다. 이러려고 노조를 만드는 게 절대 아니다. 정당하게 KBO 및 각 구단과 대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선수 노조가 설립되면 프로야구 선수들은 단체 교섭권을 얻어 KBO와 각종 제도 개선을 놓고 동등한 지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



KBO는 그동안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제도 관련 안건을 정하고 통과시켰지만 노조가 생기면 선수들과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그동안 선수들에게 독소조항으로 적용됐던 각종 규약이 개정될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1969년 설립된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3~4년마다 각종 계약 및 제도 규약과 관련한 ’기본 협약’을 정하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노조도 이 길을 밟을 공산이 크다.



선수들은 또 일반 근로소득자처럼 사용자와 납세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4대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다.



권 사무총장은 "만일 선수가 또 불의의 사고로 운동장에서 쓰러진다면 지금과는 달리 산재보험 혜택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했다가 새 팀을 찾지 못해 소속팀이 없는 선수가 나오더라도 고용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은퇴 후에는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



◇세금은 많이 내야 할 듯



혜택이 늘어난 만큼 그에 걸맞게 낼 세금은 많아진다.



’직업 운동가’라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프로야구 선수들은 현재 원천징수 세금으로 연봉의 3%(소득세)와 주민세(소득세의 10%)를 합친 3.3%를 낸다.



이어 매해 5월 종합소득세신고 기간 연봉과 기타 소득을 신고하고 과표 세율에 따라 세금을 더 낼 수도, 환급받을 수도 있다.



과세 표준에 따라 8~35%씩 근로소득을 원천징수하는 일반 근로자보다 내는 세금이 적다.



그러나 노조원이 되면 세금은 일반 근로자와 똑같이 적용을 받는다.



야구 관계자에 따르면 저액 연봉자는 종합소득세신고 기간 필요경비(보약비, 방망이 구입비, 차량 유지비 등등)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냈지만 일반 근로자가 되면 필요경비(공제액)의 폭이 제한돼 내야 할 세금이 지금보다는 늘어날 개연성이 많다고 한다.



구단이 부담할 금액이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연봉이 지금보다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모그룹에서 과거 야구단을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지금은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운영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이윤 창출이 전혀 안 되는 수익구조라 모그룹에서 해마다 지원받는 150~200억원의 구단 운영비도 사실 눈치보기에 급급한 처지라고 입을 모은다.



쓸 수 있는 예산액이 정해진 상태에서 구단은 노조 설립으로 늘어난 금액을 연봉이나 성적에 따른 메리트 등 기존 선수단 운영비에서 깎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수익이 나는 기업에서 노조가 생긴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만성 적자인 상황에서 노조가 생긴다면 기업으로서는 사회 환원 기능마저 접을 수도 있다. 노조가 생겨 선수들이 단체행동권을 보유하면 파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LG 선수단이 2일 노조 찬반 투표에서 불참한 탓에 ’노노 갈등’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투표에서는 노조 설립을 가결했지만 삼성과 LG 선수들이 빠진데다 이탈표가 늘어날 수도 있기에 선수협회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권시형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지금 당장 선수협회가 해야 할 일은 노조에 대한 선수들의 뜻을 최대한 한 곳으로 모으는 일"이라면서 노조 설립 신고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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