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반쪽 전훈’, 진한 아쉬움만

입력 2010.01.14 (20:07)

수정 2010.01.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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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5개월여 앞두고 진행한 열흘여의 남아공 현지 전지훈련 일정을 세 번째 평가전을 끝으로 마쳤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현지 프로리그 2부팀 베이 유나이티드와 평가전에서 이동국(전북)의 연속골과 김보경(홍익대)의 쐐기골로 3-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대표팀은 지난 10일 잠비아와 새해 첫 A매치 2-4 패배와 이틀 전 현지 프로팀 플래티넘 스타스와 친선경기 0-0 무승부에 이어 첫 승전보를 전하며 세 차례 평가전을 1승1무1패로 마무리했다.



◇국내파 위주 전훈..2% 부족한 태극전사 활약

허정무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을 승패보다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확정하기 위한 `옥석 가리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2009-2010 시즌이 진행 중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 스코틀랜드 셀틱FC로 이적한 기성용, 프랑스 리그1에서 맹활약하는 박주영(AS모나코), 독일 분데스리가의 수비수 차두리(프라이부르크) 등 유럽파 5명이 전지훈련에 불참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베테랑 수비수 이영표(알 힐랄)와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는 공격수 이근호(이와타), J-리그에 진출한 수비수 곽태휘(교토) 등도 소속팀 일정을 이유로 남아공에 오지 못했다.



국내 K-리거 22명과 일본 J-리그에서 뛰는 3명 등 25명이 전훈 멤버의 전부였다. 해외파가 빠진 `반쪽 전지훈련’인 셈이다.



또 전훈 멤버의 주축인 국내파 선수들은 대부분 시즌이 끝나고 휴식을 취하다 체력 테스트를 받고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체력과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다. 올림픽 대표팀 일원으로 지난해 12월19일 일본과 친선경기에 나섰던 구자철(제주), 김보경(홍익대), 이승렬(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최종 엔트리에 들려는 생존 경쟁은 뜨거웠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조직력이 완성되지 않아 성적표는 참담했다.



잠비아와 평가전에 이동국(전북)-노병준(포항) 투톱을 가동했지만 지난해 K-리그 득점왕 이동국은 무기력한 플레이로 아쉬움을 남겼고 다른 공격수들도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허정무호 출범 후 최다 실점인 4점을 헌납하며 무너졌다.



허정무 감독은 플래티넘과 두 번째 평가전에서 아프리카 팀을 대비한 3-5-2 포메이션을 시험했지만 스리백 전술 구사에 따른 흡족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후반에는 4-4-2 전형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수들의 골 결정적 빈곤, 여전한 수비 불안, 공격수 하태균(수원)의 부상 낙마 등 좋지 않은 소식에도 새롭게 가세한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주역 구자철(제주)과 이승렬(서울), 김보경(홍익대) 등 3총사와 타깃형 스트라이커 김신욱(울산)의 활약은 그나마 위안거리가 됐다.



또 남아공 2부 프로팀 베이 유나이티드와 평가전에서 이동국이 두 골을 사냥하며 3-1 승리를 낚아 자신감을 충전했다. 남아공을 빈손으로 떠날 뻔했던 대표팀에는 기분 좋은 선물이었고 지난해 8월 대표팀 복귀 후에도 A매치 무득점 행진 중이던 이동국은 A매치는 아니어도 4년 만에 대표팀 공식경기 득점이어서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었다.



◇고지대와 공인구 적응은 `진행형’

지난 3일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모여 하루 훈련을 하고 나서 5일 20여시간의 비행 끝에 남아공에 도착한 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건 익숙하지 않은 고지대 환경이었다.



월드컵 기간 베이스캠프를 차릴 곳으로 고지대 적응을 위해 전지훈련 장소로 선택한 루스텐버그는 해발 1천233m에 있어 공기 중 산소가 상대적으로 적고 기압이 높아 선수들을 괴롭혔다.



남아공 전훈은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인 아르헨티나와 경기가 해발 1천753m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기 때문에 예행연습 성격이 짙었다.



선수들은 `저승사자’로 불리는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트레이너의 지도로 `지옥의 셔틀런’(왕복달리기)을 하며 체력을 끌어올렸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하고 난 뒤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일부 선수는 가벼운 근육통과 두통까지 호소했다.



이런 문제는 2-3일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마구’ 자블라니가 더 큰 문제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공인구로 사용한 피버노바와 2006년 독일 월드컵의 팀가이스트보다 반발력이 강화된 자블라니는 고지대 환경과 맞물려 선수들이 공의 낙하지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보다 빠르고 멀리 나가는 현상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골키퍼 이운재는 공의 궤적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허정무 체제 출범 후 가장 많은 네 점을 헌납하는 수모를 당했고 수비수들도 헤딩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해 아찔한 순간을 몇 차례 연출했다.



필드 플레이어들도 자블라니는 다루기 쉽지 않은 `마구’였다. 감아 차도 공이 쭉 뻗어나가 슈팅과 크로스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직접 월드컵 본선 때 공인구를 사용할 자블라니로 연습하며 실전경기를 치른 건 적응력을 높인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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