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곽영욱 입에 한명숙 결국 무죄

입력 2010.04.09 (17:14)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일 법원이 무죄판결을 한 것은 공여자로 지목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물 재판에서 금전의 이동을 보여주는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고 피고인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면 결국 금품을 줬다는 주장을 믿을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대법원 판례는 공여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만한 신빙성이 있는지 내용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일관성, 진술자의 사람됨, 이해관계 등을 살펴 판단하게 한다.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에게 제공한 돈의 액수를 10만달러에서 3만달러, 다시 5만달러라고 바꾸었고 전달 방식도 직접 전달에서 의자 위에 놓는 방식으로 정정했는데 재판부는 이 때문에 일관성이 없다고 봤다.

곽 전 사장은 `몸이 아파서 살려고 그랬다', `검사가 워낙 다그치니까 무서워서 그냥 10만불 줬다고 했다'는 등의 이유를 댔는데 이를 감안한다면 그의 말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곽 전 사장이 자신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기억과 다른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성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의 건강상태와 기록 및 증언에 드러난 검찰의 수사 방식에 비춰볼 때 자유로운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 진술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당뇨와 고혈압 등을 앓는 고위험 환자인 곽 전 사장이 심야에 면담 형식의 조사를 받고 공포를 느끼는 등의 압박감 속에서 협조적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판례는 공여자의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중이면 여기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피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검찰이 곽 전 사장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내사했던 점을 감안할 때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협조적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총리가 오찬장에서 먼저 나오는게 의전과 관례에 맞다는 증언 등을 토대로 갑자기 내려놓은 돈봉투를 단시간에 처리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곽씨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기 위해 조사과정을 담은 영상녹화물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초기 진술 조서가 작성되지 않는 등 절차적 문제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곽 전 사장의 진술보다 돈을 받지 않았다는 한 전 총리의 소명에 무게를 둔 판단을 내렸지만, 항소심 법정에서는 곽씨 진술의 신빙성 공방이 재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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