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불모지’ 한국, 세계 기록 목표!

입력 2010.05.16 (08:49)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1년 3개월 앞두고 19일 열릴 2010 대구국제육상대회는 변화와 개혁을 모색해 온 한국 육상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따져 볼 좋은 기회다.



가능성을 보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육상 불모지'라는 오명을 떨치고 주최국 체면을 살리고자 전략 종목에서 가시적인 성적을 내야 할 때다.



오동진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이 제22대 수장으로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작년 독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참패를 겪고 한국 육상은 개혁의 수술대에 올랐다.



오 회장은 패배의식에 빠진 지도자의 각성을 촉구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선수들을 질타했다. '채찍과 당근'을 병행, 한국기록이 아닌 세계 기록에 초점을 맞춘 획기적인 포상정책도 내놨다.



1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트랙과 필드 대표 선수들을 한꺼번에 모아, 합숙훈련을 치르며 정신력 강화를 도모했다. 대표 선수라는 책임감을 절실하게 느끼고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태극기를 메인스타디움에 올리자는 구체적인 목표도 함께 공유했다.



이제는 실력으로 보여줄 때다. 다행히 시즌 첫 대회였던 제39회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변화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육상 붐을 위해서는 단거리에서 신기록을 세워줘야 한다"던 오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듯 남자 100m와 200m에서 대표 선수들이 모처럼 집단으로 상승세를 타고 한국기록에 근접한 기록을 냈다.



임희남(26.광주광역시청)은 12일 100m 결승에서 역대 5위 기록인 10초42를 찍었다. 31년째 해묵은 한국기록(10초34)과는 0.08초 차이.



2위 여호수아(23.인천시청)도 개인 최고기록을 0.01초 앞당긴 10초47을 찍었고 '신예' 김국영(19.안양시청)도 10초49로 3위에 올랐다.



보통 첫 대회에서 기록이 저조하거나 컨디션 난조를 호소, 결장하기 일쑤였지만 셋이나 비슷한 기록을 찍고 신기록 수립 가능성을 높였다.



13일 200m에서도 박봉고(19.구미시청)와 여호수아가 20초97이라는 역대 4위 기록으로 동시에 결승선을 끊었다. 1985년 장재근 연맹 트랙기술위원장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0초41이라는 한국기록을 세운 이래 국내 트랙에서 나온 최고 기록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처럼 특출난 스타가 없는 실정에서 전덕형(26.경찰대)까지 합쳐 최대 4명이 한꺼번에 비슷한 기록을 내고 있다는 자체가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육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여자 100m 허들의 간판 이연경(29.안양시청)도 4년 만에 자신의 기록을 0.2초 줄인 13.03의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맞수 정혜림(23.구미시청)도 13초13을 찍고 이연경을 바짝 쫓았다.



현재 분위기로는 세계적인 선수와 기량을 겨룰 이번 대회에서 '상승효과'로 무더기 한국신기록을 기대해 볼만하다.



특히 볼트 등 9초대를 뛰는 2~3명의 초청선수와 레이스에 나설 임희남, 전덕형, 여호수아, 김국영은 10초34의 벽을 무너뜨리고 10초2대까지 진입을 바라본다.



11초59로 한국기록에 0.1초 차로 다가선 김하나(25.안동시청)도 카멜리타 지터(미국),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 셰론 심슨(이상 자메이카)와 격돌하는 세기의 100m 레이스에서 새 기록의 주인공을 꿈꾼다.



여자 멀리뛰기에서 6m76을 뛰어 세계 톱10에 근접한 정순옥(27.안동시청)과 4m40 이상에 도전하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임은지(21.부산 연제구청)와 최윤희(24.SH 공사)도 한국 육상의 진일보한 모습을 세계에 보여줄 후보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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