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D-6, 정상회의서 고강도 금융 규제 나온다

입력 2010.11.05 (07:46)

수정 2010.11.05 (16:15)

c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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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앞으로 다가온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국제적으로 적용될 새로운 금융규제의 일부 사안이 최종 확정된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확정될 사안은 은행이 확보해야 하는 자본과 유동성 기준을 정하는 것으로, 이전보다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G20의 여러 의제 가운데 금융규제 분야는 진행 속도가 빠르고 합의 내용도 구체적이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새 금융규제는 당장 각국의 금융회사 경영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세계 금융권의 세력 판도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복잡한 금융규제, 어떤 내용 담나

G20이 도입할 새로운 금융규제는 내용은 다소 복잡하고 전문적이지만, 비유하자면 금융회사에 더 `기초체력'을 더 튼튼히 기르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평소에는 멀쩡해 보이던 은행이 비상 상황에서 자산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대차대조표가 엉망이 되고 전체 금융권으로 충격이 번지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도록 각자 `질 좋은' 자본을 더 확보하라는 것.

이는 기존의 자본비율 규제인 `바젤Ⅱ'를 대체하는 `바젤Ⅲ'로 불린다. 바젤Ⅲ는 바젤Ⅱ보다 보통주 자본비율이 3.5배 높다. 3.5배 강력한 체력을 요구하는 셈이다. 바젤Ⅲ는 2013~2019년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여기에 레버리지비율이 새로 만들어진다. 전체 자산 규모와 견줘 자본이 일정 비율 이상을 유지하도록 해 자산 가격이 급락해도 버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2013년 시범 운영에 들어가 2018년부터 본격화한다.

아무리 자본이 많아도 급할 때 당장 쓸 수 있는 유동성이 부족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G20은 자본비율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동성비율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단기 유동성은 2015년부터, 중장기 유동성은 2018년부터 적용된다.

금융 시스템의 존망을 위협할 정도로 거대한 금융회사(SIFI)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는 원칙도 재확인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금융회사가 저지른 잘못을 메우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G20 체제서 가장 구체적 합의 도출

국제 금융규제 방안은 G20의 연구 용역 형식으로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전문가 그룹이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FSB 총회 및 BCBS 회의와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등을 거쳐 윤곽을 잡았으며, 이번 정상회의는 이를 최종적으로 검토·승인하는 자리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합의에 작지 않은 진통을 겪는 다른 의제와 달리 금융규제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합의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마침표를 찍는 은행 자본·유동성 규제뿐 아니라 장외파생상품 감독 강화, 헤지펀드 감독 강화, 신용평가사 감독 강화, 금융회사 보상체계 개선 등도 이미 합의가 완료됐거나 구체적인 이행 일정이 제시된 상태다.

금융규제 도입이 순항하는 것은 무엇보다 국제 금융위기에서 뼈저리게 배운 교훈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금융위기가 촉발되고 위기가 국경을 넘어 일파만파 번졌던 원인이 느슨한 규제에 있었으며, 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다만 대부분의 국제 합의가 그렇듯 여기에 강제력을 부여하고 규제가 완전히 정착하는 데는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규제 반대론자'인 공화당이 승리함으로써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로서는 손해볼 일 없을 것"

새로운 자본과 유동성 규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장기적으로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을 것으로 조심스레 점칠 수 있다.

일단 강화된 자본 규제는 우리나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감독 당국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을 꾸준히 확충해 온 터라 이번 규제가 도입돼도 그리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자본이 대부분 질이 높은 보통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도 마음이 놓이게 한다. 레버리지비율 역시 국내 금융회사의 영업에 큰 제약은 받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유동성비율 규제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장 단기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금융회사는 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2015년까지 부족분을 보완해야 한다.

물론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규제 강화가 결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다만 모든 나라에 함께 적용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9일 BCBS 서울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융회사가 장점을 잘 활용하면 세계적 은행으로 도약할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게임의 법칙'이 새로 적용되는 위기 이후의 주도권을 두고 각국의 금융회사가 약진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오랫동안 영·미계가 주름잡던 세계 금융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을지도 장기적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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