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가다vs박경훈 “챔프 트로피 우리 것”

입력 2010.11.29 (15:46)

수정 2010.11.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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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피 받침대는 드릴 테니 내용물은 제가 가져가지요"(빙가다) 



"진짜 우승팀은 트로피를 이렇게 번쩍 들어 올리는 겁니다"(박경훈)



올해 프로축구 K-리그의 `제왕’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펼칠 FC서울의 넬로 빙가다(57.포르투갈) 감독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49) 감독은 내달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쏘나타 K-리그 챔피언십 2010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우승 트로피에 대한 열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1차전을 이틀 앞둔 29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두 사령탑은 기자회견 시작 전 사진촬영을 하면서부터 농담 속에 뼈를 담은 말과 행동으로 서로 우승 트로피의 주인임을 자처했다.



빙가다 감독이 앞에 놓인 트로피를 먼저 덥석 잡아들더니 남은 한 손으로 승리를 자신하는 브이(V)자 사인을 만들어 보이자 박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주먹이 가위를 이기죠"라는 말로 응수했다.



이에 아예 트로피를 빼앗으려는 듯 자기 쪽으로 당겨놓은 빙가다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온 제주에 축하한다. 올해 K-리그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인 제주와 서울이야말로 우승을 다툴만한 자격이 있다"는 덕담으로 말문을 뗐다.



이어 "제주는 팀으로서 색이 아주 뚜렷하다. 딱히 키 플레이어를 꼽기보다는 서울처럼 팀 전체가 강하다"고 칭찬을 건냈다.



박경훈 감독도 "명문 구단인 서울과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게 돼 영광이다. 올해 목표였던 6강을 뛰어넘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왔는데 즐기는 도전으로 팬들에게 감동이 있는 축구를 보여 드리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했다.



박 감독은 "우리 팀에서는 구자철 선수가 큰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서울에서는 공격진에서 훌륭한 선수가 많다. 데얀을 특히 경계해야할 선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인상을 놓고도 빙가다 감독은 상대팀 박 감독에 대해 "올해 세 차례 만날 때마다 페어플레이 정신과 예의를 잘 갖춘 분이라고 느꼈다. 그런 면이 선수들한테도 이어져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말했다.



박 감독도 "빙가다 감독은 항상 젠틀한 모습이고 콧수염도 아주 멋있다. 내가 기르면 저렇게 멋있지 않는데.."라며 "서울이 작년보다 올해 더 조직적인 면을 잘 갖췄다. 선수들한테 존경받는 감독으로 본받을 점이 많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내 양팀 감독의 설전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빙가다 감독은 "서울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우리 팀 다운 경기를 해야 이길 수 있는 팀이다. 서로 잘 아는 두 팀이 만났으니 명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며 "다만 제주와 서울에서 모두 경기장이 만석이 돼서 모든 축구팬이 즐길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홈경기에서도 관중 수가 많지 않은 제주를 겨냥한 말이다.



박 감독은 "10년 전인 2000년에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졌던 기억이 난다"며 "나이로는 빙가다 감독이 나보다 위지만 팀의 역사로 보면 제주가 윗줄이다. 10년 전에는 형인 제주가 한번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동생인 서울이 양보해 달라"고 맞섰다.



전날 전북 현대와 플레이오프에서 1-0으로 승리한 박 감독은 또 "근 20일만에 경기한 어제는 초반에 좋지 못한 경기를 보여줬다. 상대팀 경기를 구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이 경기를 치렀다는 점이 챔피언결정전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1차전은 홈경기라 우리가 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서울이 실전 감각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한마디이다.



하지만 빙가다 감독은 "제주가 전북과 경기를 했지만 두세 경기를 치렀다면 모를까 겨우 한 경기라 우리나 제주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전 같은 연습시합을 충분히 치러서 걱정 없다"며 "내 제자인 레알 마드리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한테 연습 경기를 부탁했는데 우리한테 질까 봐 안 오더라"고 농담 속에 뼈를 담아 맞섰다.



빙가다 감독은 상대팀의 장단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제주는 단합이 잘 돼 있는게 장점이고 단점은 관중이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어 말하기도 했다.



박경훈 감독도 질세라 "서울은 공격이나 수비나 전혀 빈틈이 없는 팀이다"라면서도 "우리는 어제 경기를 해봐서 아는데 경기 감각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런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겠다"고 대꾸했다.



제주가 연고지 이전 후 서울에 1승4무12패로 열세인 상대전적을 두고 박 감독은 "시즌 초반에 질 때는 아직 스스로 우리가 강하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선수들 스스로 최고의 강팀이라는 자부심과 홈이 아닌 어웨이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빙가다 감독은 이에 "우리가 제주에 먼저 원정을 가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는 서울에서 한다"며 "선수들이 자신감에 차있고 경기 꼭 이기려는 의욕 넘쳐 좋은 경기를 할 자신이 있다"고 맞섰다.



양팀 감독은 기자회견 말미에 사진기자들을 위해 다시 한번 포즈를 취해 달라는 요청에도 한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펼쳤다.



빙가다 감독이 먼저 우승 트로피 받침대를 박 감독 쪽으로 밀며 "이건 그쪽 것이고 트로피는 서울팀이 가져겠다"라며 우승트로피를 가슴께에 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러자 박감독은 "진짜 우승하면 이렇게 들어올려야 한다"며 트로피를 번쩍 머리 위로 들어올렸고, 빙가다 감독은 끝까지 "나는 트로피를 가슴에 더 가깝게 느끼려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하며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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