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두, 18년 족적 끝 전설 속으로

입력 2011.02.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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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승리를 거뒀지만 부상에 졌습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기분입니다"

15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은퇴를 선언한 브라질의 축구 영웅 호나우두(35.코린티안스).

호나우두가 축구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보낸 지난 18년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 섞인 말처럼 영광과 고통이 뒤섞인 세월이었다. 하지만 그는 `죽음'이 아니라 `전설'이었다.

그가 브라질은 물론 세계 축구계에 남긴 족적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일컬을 만하다.

197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외곽의 빈민가인 벤투 리베이루에서 태어난 호나우두는 여느 브라질 소년들처럼 `제2의 지쿠'를 꿈꾸며 공을 차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발재간을 보인 그는 자국의 축구 영웅 자이르지뉴의 눈에 띄어 1993년 17세의 나이에 크루제이루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첫해 정규리그서만 14경기에서 12골을 기록하며 얼굴을 알린 호나우두는 1994년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그 해 미국 월드컵 브라질 대표팀에 최연소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 뒤 대표팀 선배 호마리우의 권유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하며 활동 무대를 유럽으로 옮긴 그는 네덜란드에서 두 시즌 동안 통산 57경기에서 54골을 뽑아내며 몸값을 올렸고 1996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FC바르셀로나에 입단하면서 첫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1996-1997 시즌 모두 47경기에 나와 49골을 기록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팀을 유러피언 위너스컵 우승으로 이끌었고 정규리그에서는 34경기에서 37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이때의 활약으로 1996년 역대 최연소인 스무 살에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그는 1997년 당시 최고 이적료(2천790만 달러)를 받고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인터밀란에 둥지를 틀어, 1997-1998년 통산 34골로 팀의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견인하며 1997년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휩쓴다.

하지만 호나우두는 이 시기 즈음부터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주축 선수로 4골 3도움을 기록했지만 프랑스와 결승전에서는 경기 전날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여파로 저조한 활약을 보여 0-3 패배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1999년 브라질의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이끌었지만 그해 말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은 뒤 2년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무대 뒤에서 절치부심한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부활을 알린다. 독일과 결승전에서 2골을 포함해 모두 8골을 쏟아부으며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브라질에 월드컵 우승컵을 안겼고 이 활약으로 생애 세번째 `올해의 선수상'을 챙겼다.

한일 월드컵 후 스타선수들을 긁어모으는 `갈라티코' 정책을 편 레알마드리드에 입성한 호나우두는 2002-2003시즌 23골을 터뜨리며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듬해에는 24골로 리그 득점왕에 올랐지만 이때의 활약이 그의 사실상 마지막 전성기였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과체중과 경기력 저하 논란을 불식시키며 3골을 추가하며 월드컵 통산 최다득점(15골)의 주인공이 됐지만 브라질이 8강에서 조기탈락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2007년 AC밀란으로 옮긴 직후 잠시 경기력을 회복하는가 싶었지만 지긋지긋한 무릎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09년 코린티안스와 계약하며 브라질로 돌아온 뒤 갑상선 기능이상 등 건강 문제에 시달리면서도 팀을 브라질컵 우승으로 이끌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최근 저조한 성적으로 일부 팬들의 과도한 비난과 위협에 시달리면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의욕을 잃고 말았다.

호나우두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인생 모든 것을 축구에 바쳤고 후회는 없지만 몸 상태 때문에 가장 큰 행복이던 축구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나 가슴 아프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라며 결국 눈물을 비추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팬들 앞에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자 했던 `축구 영웅'이 부상과 병으로 자신의 의지를 꺾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그대로 묻어난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의 축구 인생은 "아름답고 멋진 날들이었다"는 그의 말처럼 영원히 축구팬들의 가슴에 전설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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