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과 소통하는 '마음의 야구'로 조직력 극대화
올해 프로야구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류중일(48) 삼성 감독이 이른바 '마음의 야구'로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은 26일까지 75승2무47패를 거둬 한국시리즈 직행에 필요한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매직넘버는 정규 리그 1위를 위해 필요한 자력 승수로 삼성은 남은 9경기에서 1승만 올리거나 경기 수가 같은 3위 SK가 1패만 하더라도 결정된다.
27일 잠실구장과 문학구장에서 각각 삼성-두산, SK-넥센의 경기가 열려 이날 삼성의 한국시리즈 직행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는 정규 리그 1위에 2006년 이후 5년 만에 다가서면서 '초보'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들은 류 감독의 야구를 '마음의 야구'는 지칭하면서 진심으로 선수단과 소통해 팀을 하나로 묶은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놓은 선동열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삼성 사령탑에 앉은 류 감독은 '새내기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하게 그간 터득한 관록을 뽐내며 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삼성에서 선수로 13년, 코치로 11년 등 24년을 재직한 '삼성맨'답게 선수들의 장단점을 세밀하게 파악했던 것이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전반기를 KIA에 이어 2위로 마친 삼성은 7월27일 선두로 올라선 이래 61일간 1위를 질주하며 경쟁팀을 따돌렸다.
선 전 감독이 다져놓은 강력한 불펜을 토대로 류 감독은 '화끈한 공격 야구'라는 자신의 색깔을 가미해 삼성을 공수에서 짜임새 넘치는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어깨와 팔꿈치 통증을 떨쳐 내고 3년 만에 제 기량을 회복한 '철벽 수호신' 오승환은 44세이브를 올리며 사자 군단의 뒷문을 튼튼히 걸어 잠갔다.
오승환을 정점으로 한 삼성의 '방패'는 팀 평균자책점 3.37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8개 구단 중 가장 짠물 마운드를 형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득점력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라이언 가코라는 거포를 데려왔으나 큰 실망만 안았던 삼성은 지난해와 타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득점력이 나아지는 성과를 냈다.
삼성의 팀 타율은 0.263으로 6위에 불과하나 득점은 591점으로 3위를 달렸다.
번트가 눈에 띄게 줄었음에도 득점력이 나아진 건 4번 타자 최형우가 확실한 슬러거로 성장한 점도 크지만 류 감독의 작전 야구가 그만큼 잘 통했다는 방증이다.
삼성의 팀 도루는 148개로 가장 많다.
류 감독의 지론인 반박자 빠른 수비에 기동력이 녹아들면서 삼성에는 생기가 돌았다.
류 감독은 투수와 타자에게 모두 벤치를 의식하지 말고 자신 있게 스윙하고 던질 것을 시즌 내내 주문했고 서서히 그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감독을 보좌한 십분 살려 김인식 감독의 '믿음', 김경문 감독의 '뚝심', 선 전 감독의 '지키는 야구' 등 여러 감독의 장점을 모아 자신만의 야구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류 감독이 카리스마를 발휘, 선수와 코치진을 탁월하게 장악했다. 특히 배려심이 좋아 시즌 시작부터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마음으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능력을 보여주면서 구단 내부에서도 류 감독에 대한 좋은 평가가 줄을 잇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