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인천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부산 KT와의 경기에서 12점 차 완패를 당한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문태종(37)이나 강혁(36) 등 노장 선수들은 물론 허버트 힐(28)의 체력마저 떨어져 4차전 희망이 별로 없어 보이는 위기였다.
이때 유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주태수(30·202㎝)였다. 주태수가 KT의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27·203㎝)와 어느 정도 대등하게 붙어만 주면 힐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유 감독의 작전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주태수는 14일 열린 4차전에서 1쿼터에 로드에 11점을 내줬지만 자신도 6점을 넣으며 선방했고 이후로도 끈질기게 로드를 괴롭히며 감독의 주문을 완수했다.
그 사이 수비 부담을 던 힐은 30점을 쓸어담고 리바운드 16개를 걷어내 3차전 부진을 시원하게 털어냈다.
이날 주태수는 9점, 6리바운드를 기록해 23점, 11리바운드의 로드에 뒤졌지만 내용 면에서는 무승부 이상의 효과를 내며 탈락 위기에 놓인 전자랜드를 구해냈다.
주태수는 "로드 수비에 중점을 두고 나왔다. 어제 연습할 때 감독님이 공격에서도 키가 작은 선수를 상대로는 자신 있게 하라고 말해줘 마음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자 갈기를 연상케 하는 특이한 머리 모양에 피에로 문신까지 새긴 그는 "주로 막는 상대가 외국인 선수다 보니 체격이나 높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발짝 더 뛰어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애쓴다"고 설명했다.
하도 상대팀 외국인 선수를 못살게 굴다 보니 일부 외국인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인사도 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싫어한다고도 털어놨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그는 "사실 프로에 온 뒤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열심히 했다. 5차전에서도 우리 팀의 좋은 선수들의 공격을 잘 살리도록 조연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그러나 미스매치가 발생하면 내 공격도 노려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