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성화 점화자는 ‘인라인 선생님’

"지적장애가 있으니 실기시험은 쉬워도 필기시험 통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죠. 이제 어엿한 선생님인 석일이가 자랑스러워요."

겨울에는 스노보딩 선수로, 여름에는 인라인 스케이트 '선생님'으로 활약하는 지적장애인 선수 황석일(24)이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개막식의 성화를 점화한다.

황석일은 29일 강원도 평창 용평 돔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성화대에 올라 2월5일까지 8일 동안 평창의 설원을 밝힐 불을 피운다.

그는 이번 대회 스노보드 종목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일원이다.

2009년 아이다호 동계 대회, 2011년 아테네 하계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그에게 이번 스페셜올림픽은 3번째 대회다.

2011년 아테네 대회 때는 바다 수영 종목에 출전해 완주, 자원봉사자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고 2009년 아이다호 동계 대회에서는 스노보딩 상급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다.

겨울 설원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자유를 만끽하는 그의 직업은 '인라인 스케이트 보조 교사'다.

그는 충청북도 청주의 한 인라인스케이트 경기장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다.

자폐 장애가 있는 그는 남들이 보기에 조금 어눌하고 행동이 느릴 수 있지만 인라인 스케이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빠르다.

그는 2005년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전국 920㎞를 도는 전국 일주를 완주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에게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그는 어엿한 '선생님'이다.

황석일의 어머니 김정희(52) 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석일이는 실기시험보다 필기시험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웠다"며 "졸린 눈을 비벼 가며 기어이 필기시험을 통과해 정말 기특했다"며 대견스러워했다.

그는 직장 생활과 스페셜올림픽 선수 생활을 병행했다. 훈련 탓에 1달 동안 1주일도 채 출근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의 직장에서는 월급 한 푼 깎지 않고 그를 꾸준히 고용했다.

어머니 김씨는 "일을 하면서 도전 의식도 생기고 활기를 찾는 석일이를 보면 여느 아들 부럽지 않게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스페셜올림픽 개최국은 최종 성화 점화자를 고를 권한을 갖는다.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SOK)의 한 관계자는 "황석일은 국내 선수 중에서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올린 경험이 있는데다 '선수 리더십 프로그램'을 수료해 많은 사람 앞에서도 떨지 않는 성격이라 최종 점화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