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잔류, 박종우 동메달…스포츠 외교 승리

입력 2013.02.12 (21:41)

수정 2013.02.1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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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 결과는 한국 스포츠 외교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

'국기'(國技)인 태권도가 올림픽 핵심 종목에서 제외되고 지난해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국가대표 박종우(23·부산)가 동메달을 박탈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와 세계태권도연맹, 대한축구협회 등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이번 집행위원회를 준비한 결과 태권도의 핵심 종목 선정과 박종우에 대한 동메달 수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결과를 얻어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집행위원회가 열린 스위스 로잔에 직접 날아가 박종우에 대한 IOC 징계위원회 결과를 긍정적으로 끌어내려고 동분서주했다.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를 위해서도 IOC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종우에게는 외국인 국제 변호사의 조력을 받도록 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고문 변호사를 박종우와 함께 IOC 징계위원회에 파견해 힘을 보탰다.

또 대한체육회는 이번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법무법인과 공동으로 스포츠의 정치적 활용을 철저하게 엄벌해온 IOC의 강경 기류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며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에 앞서 축구협회는 김주성 사무총장을 스위스 취리히의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로 보내 박종우의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가 우발적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또 박종우가 직접 작성한 경위서 등을 FIFA로 보내는 등의 조처를 해 지난해 11월 FIFA 상벌위로부터 A매치 2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3천500 스위스프랑(약 410만원)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끌어냈다.

FIFA의 경징계는 이번 IOC의 메달 수여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태권도의 잔류 역시 한국 스포츠 외교력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

한국인(조정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WTA)은 그동안 IOC가 요구하는 국제 규격을 갖추고자 강도 높은 개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행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는 전자호구 시스템과 비디오 판독제를 도입해 판정에 관한 잡음을 없애려 노력했다.

또 공격 위주의 경기를 끌어내고자 경기장 규격과 득점 규정에도 변화를 줬다.

특히 WTF 가맹국 수가 204개로 늘어난 점은 태권도의 국제적인 위상이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수치다.

박용성 회장 역시 73세의 고령에도 지난달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를 위해 유럽을 찾아 IOC 집행위원들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집행위원회가 열린 스위스 로잔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진인사대천명 하는 자세로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만족할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결국 그 '운명'은 한국 체육계가 가장 기다렸던 결과로 나타나 그동안 함께 고생한 관계자들의 노고를 보상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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