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딸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많이 만들어 주세요."
<앵커멘트>
대통령 취임식날 국민들이 전한 소망 메시집니다.
많은 부모들이 최우선 출산 장려책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늘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한 지자체는 출산장려금에도 별 변동이 없던 출산율이 구립 어린이집을 늘렸더니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리는데 제도적 걸림돌이 있다고 하는데요.
무엇이 문젠지 아이낳고 싶은 나라에서 짚어봅니다.
이효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산업단지 공단이 건립비 25억원을 지원한 '민관 연대형' 구립 어린이집입니다.
단지내 직원 자녀가 우선 입소하고, 나머지는 이웃주민 자녀들이 채웁니다.
<인터뷰> 이인숙(산업단지 내 직원) : "일할 때도 마음이 더 많이 놓이고요. 가까이에 있으니까...그게 정말 좋아요."
전국은행 연합회도 자치구와 함께 어린이집을 짓기로 하고 17억원을 냈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벽에 부딪쳤습니다.
은행직원 자녀에게 우선 입소권이 없다는 겁니다.
우선 입소권을 인정하는 산업단지내 어린이 집과는 달리, 이 경우는 건립 기여자에게 우선권을 줄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창권(전국은행연합회 경영지원부장) : "은행원의 보육 수요도 충족시키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게 되는 두 가지를 같이 양면적인 측면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한건데..."
아파트 주민들이 장소를 제공한 경우도 마찬가지.
이웃과 갈등까지 생겼습니다.
<녹취> 부지 제공 아파트단지 주민 : "입주민 우선이라는 조건이 없다면 우리가 굳이 그걸(장소를) 내놓을 이유도 없고..."
<녹취> 인근 주민 : "(법적 근거도 없이) 그 아파트 주민들에게만 다 혜택이 돌아갔다는 건 분명 공정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기여한 만큼 혜택을 달라는 측과 공공시설인 만큼 특혜는 안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지만, 기준이 정비되지 않다 보니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관련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지만 5개월째 잠자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현미(서울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 "일정부분 할당해 우선입소가 가능하다든가, 아니면 동점자의 경우 우선입소될 수 있는, 관련 법들이 정비됐을 때 이런 갈등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보육의 책임을 나누려는 움직임은 일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KBS 뉴스 이효용입니다.